좋은 레일로드와 나쁜 레일로드라는 말이 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레일로드에도 좋고 나쁨이 있는가?
답은 ‘그렇다’다. 레일로드에는 분명히 질이 떨어지는 레일로드가 있으며, 일명 ‘텔테일식 레일로드’가 그것이다.

좀비에게 쫓기는 생존자 A, B, C가 있다고 해보자.
좀비에게 쫓기던 도중, 전에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던 C는 그만 목발을 놓치고 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B는 그 장면을 보고 C가 좀비들에게 뜯어먹힐 때 도망치자고 A에게 제안한다.
이때 A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로 나뉜다. C를 돕거나, B와 함께 도망치거나.

텔테일식 레일로드의 단점이 슬슬 드러날 시간이다. C를 돕자고 하면, C를 살릴 수 있다. 혼자 도망치던 B는 옆에서 튀어나온 좀비에게 기습당해 죽는다.
B와 함께 도망치면, C는 당연히 좀비에게 뜯어먹힌다.
이게 왜 단점이냐고? 그건, 추후의 이벤트로 B 혹은 C-A와 함께 도망치던 바로 그 사람-이 죽기 때문이다.
B를 살리거나 C를 살리거나, 당신의 선택에는 무관하게 스토리는 진행되고, 이는 당신의 선택이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게 ‘나쁜 레일로드’다. 당신의 선택이 무의미해지는 것.

TRPG에서, PC는 온전히 PL의 것이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캐릭터의 행동은 오직 그 캐릭터를 만든 플레이어만이 통제할 수 있다. 자연스레, 플레이어들은 캐릭터의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이 말은 즉, GM이 레일로드 시나리오를 준비하더라도, 플레이어의 행동은 플레이어가 선택해야 하며 기존 레일로드식 CRPG와는 살짝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레일로드식 CRPG라면 플레이어가 선택할 여지가 없겠지만, 레일로드식 TRPG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가 유동적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만약 플레이어의 선택이 무의미해진다면, 플레이어들은 선택을 강요하지만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 지칠 것이다.
한 마디로, 세션이 파탄나는 것이다.

그러니, 시나리오를 빡빡하게 준비하는, 소위 ‘레일로드식 GM’들은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 좀 느슨하게 준비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자.
혹은, 플레이어들이 할 만한 모든 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분기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방법이 더욱 어렵고 험한 길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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