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와 4판(에센셜 전)을 해 보면, 다크선 같은 '가난한' 세팅이 아닌 이상 마법 아이템을 둘둘 다는 경향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됨.
특히 레벨이 올라가면 PC들뿐만이 아니라 잡 NPC들도 +X 무기, +X 갑옷, +X 내성망토, +X 반지 같은 걸 어느새 줄줄이 달고 있음.
반면 4판 에센셜에서는 마법 아이템 등급화나 구매 및 제작 제한을 도입했고, 5판에서는 아예 DM 재량으로 바꿨음.
과거 판본에서 마법 아이템이 지나치게 흔해지는 현상은 밸런스 외에 게임 자체에도 이리저리 영향을 미쳤는데,
이 글에서는 이런 현상의 부작용과 5판에서의 마법 아이템에 대한 입장을 다루고 있음.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30504151023/http://www.wizards.com:80/DnD/Article.aspx?x=dnd/4ll/20111004
D&D는 많은 주제를 다룹니다.
제가 게임에 대해 작업하면서 주제를 옮길 때 어떤 경우에는 조현병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점은 이해해 주셔야겠죠.
지난 주에는 지각력에 대한 글을 썼지만, 이번 주에는 마법 아이템에 대한 글을 쓸 때의 전환법을 저도 딱히 설명할 수는 없거든요.
마법 아이템은 게임이 생겨났을 때부터 게임의 일부였습니다.
최초에는, 아이템은 어떤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들과 서로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오리지널 D&D의 두 6레벨 파이터는 꽤 비슷해 보였지만,
한 명은 flame tongue, 다른 한 명은 helm of brilliance를 끼고 있었을 때 그 두 명은 플레이에서 서로 정말 다르게 느껴졌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마법 아이템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간단히 예상하는 수준의 것이 되었습니다.
사실 후기 판본에서는 캐릭터들이 일정한 마법 장비를 착용하는 걸 상정하고 인카운터의 밸런스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정확할 지는 모르지만 여러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먼저, 보물은 보상이 아니라 캐릭터 향상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만약 D&D의 중심 스토리가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몬스터와 싸워 보물을 얻는다는 것이면,
몬스터와 보물은 룰적 요소가 아니라 이야기의 요소여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것들이 게임 시스템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게임 내의) 세상의 법칙에 맞게 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캐릭터들은 자신들 앞에 쉬운 도전과 어려운 도전이 각각 있다는 걸 알고, 무엇을 고를 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따지자면 도전이 어려울 수록 보상도 커야만 합니다.
4레벨 캐릭터가 +3 검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혹시 영리한 (그리고 아마도 운 좋은) 플레이를 통해 정당하게 장애물을 모두 돌파했다면 그걸 얻어야 마땅하지 않나요?
마찬가지로, 10레벨 캐릭터가 아직도 절름발이 코볼드와 힘없는 고블린을 상대하고 있다면 얻을 보물도 매우 적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10레벨 캐릭터가 +3 검을 갖고 있을 수준이라고 해서 그게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보상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상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더욱 큰 보물의 유혹은 확실히 의미가 있지요. 더욱 열심히 구르면 PC들이 더욱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두번째로, 마법 아이템들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신비로움을 잃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하지요. "음, 게임 내의 마법이, 딱히 마법같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리고 그건 일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사례에서 놓친 것이 바로 신비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법은 괴상하면서도 신비로워야 하지만,
세심하게 균형을 잡고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진 주문과 능력의 목록을 갖다놓으면 신비로움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Player's Handbook에 실려있는 그 어느 것에서도 신비감이 얼마 못 가는 게 거의 당연할 정도입니다.
저희는 플레이어들이 그 내용을 실제로 쭈욱 읽어보는 걸 예상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건, 전통적으로 DM이 마법을 신비롭게 느끼게 하려면 게임에 괴상한 마법 아이템을 내놓는 쪽이 더 나을 거라는 겁니다.
왜냐구요? 이 게임의 역사 상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법 아이템은 DM의 소관이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상자를 열어서 안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발견했을 때 뭐가 나올 지 전혀 몰랐었어요.
검이 나왔네요? 좋아요, 이걸로 뭘 해야 할 지는 아마도 잘 알겠네요. 완드라구요? 뭔지는 몰라도 마법 주문이 들어있겠군요.
목걸이? 반지? 이건 정말 말 그대로 뭐든지 나올 수 있지요. 좋지 않습니까?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특정한 보물이나 아이템을 예상하게 되거나,
아예 대도시의 마법 아이템 가게에 가서 원하는 걸 구매하게 되면 신비감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법에 깃든 신비로움을 되돌리려면 캐릭터의 성장에서 마법 아이템을 떼어놓는 건 좋은 방법입니다.
네, 제대로 읽으신 거 맞습니다. 게임에서 마법 아이템의 존재를 미리 상정하지 않는다면?
마법 아이템이 정말로 힘들게 싸워서 얻어낸, 캐릭터를 더 뛰어나게 하는 보물이라면 어떨까요?
(과거에) DM은 캠페인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법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드래곤을 물리친 플레이어들은 안전하게 돌아간 플레이어들보다 더욱 부유했었죠.
위에 말한 대로, 정말 힘들게 구른 PC가 한층 더 성장하게 됩니다.
위대한 도전을 극복해낸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욱 강력해집니다.
이것은 지금은 이래저래하여 잃어버린 채인 D&D의 정신의 한 조각으로 보입니다.
플레이어들이 몇 레벨에 무슨 장비를 보유해야 할 지 DM에게 일일이 지정하는 시스템보다는,
다양한 아이템을 캠페인에 들여놓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 지에 대한 지침과 제안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DM은 적절한 지식을 갖추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되죠.
이게 과연 어떠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줄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흥미로워질 것 같군요.
마법 아이템이 단순히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레벨에 맞춰지는 것도 아니라면,
더욱 괴상하고, 특이하고, 일반적으로 더욱 관심을 끄는 아이템을 넣을 여지가 많이 생겨납니다.
+1 메이스같이 작동하는 막대지만, 럼 더 매드(역주: 그레이호크의 인물)의 요새에 있는 암흑의 구덩이에 던지면
사용자가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탈을 열 수 있게 하는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딱히 이게 어느 정도의 가격인 지 책정하느라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지요. 그냥 말이 될 정도로만 정하면 됩니다.
(사실 마법 아이템에 있어서 가격은 별로 안 중요하지 않습니까? 흥미롭지 않다는 건 확실하네요.)
DM의 도구
잘 이야기되지 않는 마법 아이템의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마법 아이템은 DM이 캐릭터를 특화하는 흥미로운 방식을 제공합니다.
좋은 DM은 캐릭터들이 발견하는 보물을 통해 그 캐릭터의 행동과, 도전에 대응하는 방식을 교묘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M이 위저드 PC가 좀 더 많은 몬스터를 소환하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한다면,
던전에 brazier of fire elementals(역주: fire elemental을 소환하는 마법 아이템)을 둘 수도 있습니다.
DM이 캠페인에서 차원을 다루는 모험을 좀 더 다루고 싶다면,
PC들이 물리친 드로우 여사제가 cubic gate(역주: Material Plane + 다른 다섯 차원과 연결된 마법 아이템)를 갖고 있을 수도 있죠.
이런 식으로, 시스템에서 캐릭터가 갖고 있는 걸 상정하는 아이템 대신,
DM이 캐릭터에게 주고 싶어하는 아이템을 적절한 곳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가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아이템을 주는 것도 아니지요.
물론 플레이어도 자신이 무슨 아이템을 얻을 지에 대해 한 역할을 맡기는 하지만, 그건 룰적인 역할이 아닌 이야기의 역할입니다.
위저드 플레이어가 robe of the archmagi를 갖고 싶다면 그게 어디에 있을 지 연구하고,
무슨 도전을 극복해야 그걸 얻을 수 있을 지 알아낸 뒤, 아마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과업에 착수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좀 더 좋은 보물을 얻기 위해 던전 깊숙이 내려가든 특정한 아이템을 얻기 위한 탐험을 시작하든,
마법 아이템은 모험을 시작하는 원동력으로서의 원래 역할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5판의 아이템 제한은 (이전 판본을 즐기던 사람들에겐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아주 좋다고 생각해.
마법물품 남발 + 시장경제를 유도한 D&D 3판이 실패라는 점을 이제 인정한 것인가... 빌드 만들기엔 좋긴 했지만, 확실히 신비감은 팍팍 날아갔음 ㅠㅠ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더욱 큰 보물의 유혹은 확실히 의미가 있지요. 더욱 열심히 구르면 PC들이 더욱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쨍글이었구나
암튼 5판에만 적용되는 글은 아니넹. 잘 읽음!
이걸 극복하려고 "시도"한게 난 패파의 ABP시스템인게 아닌가 생각함 결국 그냥 잡능력 템 사다끼는 꼴이 되버렷지만...
ㄴ그건 아님. ABP는 처음부터 +X 아이템 지우는거만 목표였음. 패스파인더 언체인드에도 '이 시스템은 좀 더 다양한 아이템을 끼도록 장려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