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를 비롯한 온갖 게임에서 꾸준히 나오는 이야기가 밸런스인데,
결국 메카닉적으로 모든 요소가 동일한 게 아닌 비대칭적 게임에서는 완벽하다고 느낄 정도의 밸런스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움.
특히 점점 게임 자체가 꾸준히 확장되면 말이지. 잘 맞던 밸런스도 새로운 요소가 도입되어서 어긋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애초에 왜 플레이어끼리의 경쟁 포맷도 아닌 TRPG에서 굳이 캐릭터 밸런스를 따져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바로 이게 이번 글의 주제임.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30622080435/http://www.wizards.com/dnd/Article.aspx?x=dnd/4ll/20110405
이 주제에 영감을 준 래리 스미스에게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밸런스는 모두에게 서로 달라보이기 때문에 이상한 개념이죠. 밸런스란 이 게임이 처음에 생겨날 때부터 존재했었습니다.
물론 밸런스가 생겨난 뒤로 그것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졌구요.
기본적으로 밸런스란 모든 플레이어가 동등한 상태로 게임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경쟁 게임에서 이건 개념 상 당연한 일입니다.
상대방과 겨룰 때 자신이 불공정한 페널티를 받거나 상대방에게 불공정한 이득을 주는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잖아요?
애초에 왜 동등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을 하겠습니까? 그건 실력 증명조차도 되지 못합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불공정'입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의 실력 차이를 메꾸기 위해 자의적으로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경험 많은 플레이어가 초보에게 게임을 가르치기 위해 일부러 교활한 전략을 쓰지 않는 것처럼요.
그리고, 어떤 게임에는 게임 도중 한 플레이어에게 이득을 줄 수도 있는 운 요소를 갖고 있지만,
그 경우에는 다음 게임에서 그 반대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공정하다고 느껴야 비로소 그 게임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기준은 서로 다르니까 누군가에게 공정해보이는 게임도 다른 사람에게는 불공정한 실패작일 수도 있겠지요.
지금까지 밸런스의 기본 개념을 알아보았지만, D&D에서는 이게 별로 와닿지 않는군요. 어차피 D&D는 협동 게임이잖아요.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조한다면 어째서 밸런스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죠?
D&D: 경쟁적 협동
저는 D&D에 대한 개인적인 논리를 세웠습니다. 이건 저보다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과거에 이미 했던 관찰과 얽혀있는 것이구요.
몇 년 전, 저는 어딘가에서 'D&D는 모험 중 모든 플레이어들이 똑같이 주목을 받는다고 느껴야 밸런스가 맞는 것이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아마 3판 공동 디자이너였던 몬테 쿡 씨가 쓴 글이었을 겁니다)
로그는 부패한 귀족의 저택에 숨어들어가 왕을 배신할 계획을 알아냅니다.
파이터는 길을 막아서서 성 커스버트 성당에 침입하려 하는 드레치 무리를 베어냅니다.
클레릭이 습격당한 대사제를 죽음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사이, 위저드는 분해(disintegrate) 주문으로 브록을 지워 없애죠.
모험이 끝날 때,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가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일원이었던 순간을 되돌아봅니다.
D&D의 밸런스란 모두가 같은 피해량을 뽑아내는 게 아닙니다. 그건 게임 전반에 와닿지 않는 말입니다.
밸런스란, 모두에게 빛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침 이 주제에 관련된 최신 DM의 경험 글이 있군요: "주목받는 순간")
모든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나눈다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매끄럽지 않습니다.
나쁜 주사위 굴림 몇 번만으로도 뛰어난 파이터는 허풍쟁이가 되고 맙니다.
로그는 자물쇠를 따고 성 안으로 잠입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파티에서 떠돌이 음유시인으로 위장해 성으로 입장하자고 결정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전 플레이어들이 주목받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짜고 게임을 즐길 때, 누구나 주목을 원합니다. 왜냐면 그래야 재미있거든요!
물론 몇몇 플레이어들은 일부러 보조 역할을 하거나 자기 역할을 축소하고 싶어하기도 하죠.
수많은 베테랑들에게 둘러싸인 신입 플레이어는 규칙을 배우는 데에도 바빠서 주역을 맡을 여유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사회적 요소를 위해 게임에 참여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서로 좋은 대화를 나누고 웃긴 농담을 건네는 게 바로 주목이지요.
그러나, 이 정의마저도 그룹마다 각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이 많고 음모가 판치는 캠페인에서는 바드가 사기 클래스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DM이 파티에게 딱 하나의 강력한 몬스터를 내는 경우가 잦다면 적을 차단하는 주문을 가진 위저드가 빛을 보게 됩니다.
그 적들을 죄다 (특히 3판의) 골렘으로 바꿔버리면 그 위저드는 갑작스레 무능해진 듯한 느낌이 들겠지만 말이지요.
밸런스란 플레이어뿐만이 아니라, 캠페인의 구조나 DM의 취향 등의 요소 때문에 그룹 단위에서,
심지어는 어드벤처 단위에서도 그 정의가 뒤바뀌게 됩니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은 밸런스란 순전히 게임 속의 허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위저드가 주문 하나만 써도 군대 하나를 박살낼 수 있다구요? 딱히 상관없지 않습니까? 원래 위저드가 그렇잖아요?" 라고 하겠죠.
플레이어들이 클래스의 능력차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게임의 밸런스는 맞는다는 논리지요.
"강력한 캐릭터를 하고 싶으면 위저드를 1레벨부터 꾸준히 키우세요. 파이터나 로그를 하고 싶으면? 그건 당신의 선택입니다."
디자인과 밸런스
이제 이 칼럼 시리즈를 꾸준히 읽으신 분들에게는 별로 놀랍지도 않을 결론을 내려고 합니다. 전 밸런스란 그룹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저희는 일반적인 그룹에서 뭘 원하는 지 예상해볼 수 있지만, 한쪽 방향으로 너무 치우칠 수는 없습니다.
밸런스와 공정함이란 감정에 달렸기 때문에, 아마 D&D의 설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요소일 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게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걸 수학적 계산이나 디자인 논평으로 설득시키긴 어렵거든요.
결국 R&D는 모든 클래스가 쓸만한 선택지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 취향이나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서라도, 그룹 내에서는 항상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위저드가 강력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파이터 또한 동등한 수준의 위업과 명성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게임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각의 DM에게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요구를 만족시키도록 모험과 캠페인을 맞춰 짜는 게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R&D는 균형이 맞는 게임에 대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어도,
산술적으로 모든 걸 똑같이 맞추려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즐길 만한 선택지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
특히 D&D 게이머같은 다양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말입니다.
확실히 밸런스가 맞는 룰은 동시에 좀 심심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
밸런스는 팀이 결정한다에 너무 마스터로서 공감한다
턀갤에서만 보기에 아까운 글이네요! 지금까지 번역하신 내용을 네이버 티알피지 카페 D&D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도 될까요? 물론 직접 올려주시면 더욱 영광일 것 같습니다! - dc App
ㄴ전 네캎 활동을 안하기 때문에 직접 게시할 생각은 없지만, 글 윗부분에 턀갤 글 링크 달아주시면 퍼가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