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갤 글을 보다가 이런 글을 보게 되었는데
난 이게 TRPG에서의 자유도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라고 생각함. 목표가 분명히 정해져 있는데, 그 목표까지 가는 길에 대한 방법은 플레이어마다 천차만별이라 이거지.
그런 의미에서 아랫글의 ‘캐릭터플레이어’들은 이 자유도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함.

“제 캐릭터는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인권운동가니까 마녀를 물리치는 시나리오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말을 마을에 저주를 내린 마녀를 물리치기 위해 모인 던전 앤 드래곤 세션에서 들으면 어떨 것 같음?
당연히 기분이 나쁘겠지.
GM이 만든 시나리오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 같이 역할을 분담하고 협동하는게 RPG지, 캐릭터가 GM이 만든 세계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게임이 아니거든.

전에 주작 썰 느낌이 강하게 났었지만, 마녀 퇴치를 거부하고 성평등과 동성애 인식개선을 새로운 목표로 잡았던 세션 얘기가 한번 턀갤에 올라왔었지?
GM이 결국 마녀가 사악한 마법을 완성해서 다 죽는 엔딩을 냈었고.
목표는 분명히 ‘마녀 퇴치’로 정해져 있었는데, 자유도가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지.

물론 플레이어캐릭터는 스스로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고, 본인의 애정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진 대상도 맞아.
그러니 그만큼의 설정을 만들어서, GM에게 어느정도 스토리에 반영해달라고 하는 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야.
만약 룰이 밤의 마녀들이라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세계대전에 병사로 참전한 캐릭터를 가져왔다면 그건 훌륭한 플레이어 캐릭터겠지.

하지만 RPG는 사회적인 놀이고, 물론 하는 놈들은 대부분 혼모노 씹덕들이라 사회적인 감성을 요구하기 힘들지만, 사회적인 놀이에서는 어느정도 타협이 필요하거든.
‘마녀를 퇴치한다’는 목적 아래에서 그 방법에 대한 자유도가 주어진 것이기에, 아무리 멋진 컨셉을 생각해내더라도 그 목적에 맞지 않으면 어느정도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단 거야.
역극은? 캐릭터 컨셉이 멋지면 끝이지. 목적은 내 캐릭터가 얼마나 멋진가를 어필하고 그걸 가지고 노는거거든.

그럼 이제 역극과 RPG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또 어떻게 하면 라그나가 되는것을 피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겠지?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런 거야.

1. RPG에서의 자유는 ‘수단의 자유’를 의미한다. RPG의 주된 목적은 다 같이 시나리오를 즐기는 것이고, 캐릭터는 부차적인 요소에 속한다.

2. 반면 역극은 캐릭터가 주가 된다. 캐릭터의 설정과 멋짐이 최우선이고, 캐릭터의 설정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뭘 해도 자우롭다. 그렇기에 RPG와 역극을 착각하면 라그나가 되기 십상이다.

3. 결론적으로, 라그나가 되는 것을 피하려면, 대화와 합의를 통해 서로 양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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