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그런데 나는 잠이 안 오니까 이제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자. 아래 썼던 개소리에 나왔던 개념과 단어를
좀 더 차분하게 정리해 보겠음.
약한 캐릭터플레이 / 강한 캐릭터플레이 / 캐릭터주의
약한 포켓몬, 강한 포켓몬 같은 게 아니라, 사실 이것은 플레이 도중의 비중을 의미한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님.
물론 아래에 그런 걸 이해도 못할 난독증 환자는 들러붙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덧붙여 보는 거.
캐릭터 플레이가 약하단 의미는 RPG에서 RP=G라는 거야. 본격 게임주의자였던
바바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진행하는 거니까 당연히 게임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강한 캐릭터플레이는
해로워보였던 거지.
약한 캐릭터플레이
[주의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예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느 경우든 자신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을
늘 자각하고 있으며,
연기나 감정이입의 대상이 게임 토큰(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연기나 감정이입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한층 즐겁게 하기 위한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선해야 할 것은
게임이다. 게임이 생활이라고 한다면, 연기나 감정이입은 그것을 즐기기 위한 기호품, 예를 들면 술에 해당한다.]
바바는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약한 캐릭터플레이」라고 부름. 바바의 입장에서 이런 적당한 캐릭터플레이는
게임을 더욱 즐겁게 만들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며, 게임과 대립하거나 게임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 당연히
이런 것은 남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닌 거고. 바바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러는 쪽이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뭐 사람마다 보기에 다르겠지만 일단 팀 분위기에 따라 양해를 구하는 쪽이 달라지는 게 맞을 듯. 근데 어쨌든
이거는 일종의 양념 수준이고 RPG를 할 때 꼭 해야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거야. 물론 양념이 없으면 좀 많이
심심하겠지만.
강한 캐릭터플레이
[중독증상이라 말해도 좋다.
그러한 중독환자가 모여서 RPG를 플레이하면, 손 댈 방법이 없다. 폭주하는 덩실덩실
연기, 규칙 무시의 분위기 띄우기,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 과잉, 동화된 주인에 장단을 맞추는 선머슴, 감정에 휩쓸려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하는 녀석까지 나온다. 드디어 말기증상이 되면 이 카타르시스만을 찾아서 RPG를 플레이
(처음부터 RPG를 게임으로서 플레이할 생각이 없다)하게 되는 것이다.]
[연기의 쾌감에 중독된 결과, 자신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자각을 잃어버리고 게임 진행보다 연기를 우선시켜
버리는
캐릭터플레이.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게임 토큰(말)에 지나지 않을 터인 「인물」에 감정이입한 나머지 그것을
게임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본말전도된 캐릭터플레이.]
이런 것들을 바바는 「강한 캐릭터플레이」라고 보고 이러고 노는 애들을 「캐릭터플레이어」라고 부르자고 주장함.
내 경우에는 '과도한 연기'까지는 나름 이해를 해 줄 수 있지만 RPG의 게임성 < 자신의 캐릭터라고 보고 진행을
말아먹는 것까지는 참을 수 없으므로 그런 관점에서 바바가 내세운 이 개념들을 적당히 완화해 제시하는 중임.
대개 '라그나' 내지는 '캐릭터주의자' 정도로 말이지. 또한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만들거나 가져온 캐릭터들이
생각대로 뛰어노는 광경을 보려고 얘들이 CoC나 던월 등을 '에뮬레이터'로 쓴다고 생각하고, 플레이 도중에
누가 그 광경이 생각대로 안 나오게 막거나 판정 결과가 구리거나 그러면 대개 얘들은 이런 건 자기 캐릭터에
안 맞네 캐붕입네 어쩌네 주장하며 변명하거나 땡깡을 부리거나 삐지거나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봄. 어떻게 보면
뭔가 호러물에서는 당연한 걸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필터링 하겠다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진짜 그런 의도로 나온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니 더 이상의 말은 아끼겠음.
캐릭터주의의 구체적인 해악?
저번 글에도 썼지만 바바는 "캐릭터플레이어"의 해악 몇 가지를 설명했었는데, 대개 라그나들에게도 해당됨.
적어도 내 생각엔 그런데, 물론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음. 일단 얘들이 끼친다는 해악은
대부분이 캐릭터주의적 성향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플레이할 때 터져나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근데 수많은 괴담들이 나오는 걸 생각하면 얘들은 생각보다는 자주 그러는 거 같아...
시스템 경시의 풍조를 확산
자기들이 뛰어노는 데 방해되면 룰을 적당히 뭉개려 들고, 이런 분위기가 걔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굳어지고,
한국의 경우는 특정 룰에 몰려 그런 현상이 일어나다 보니까 그 룰이 더 많이 구려보이게 되는 현상도 발생함.
특히 이걸로 피해를 많이 본 룰이 '던전 월드'임. 던월까인 내가 주장하는 거니까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 그럼.
원래 룰 자체가 좀 단점이 눈에 띄기 때문에 AWE 다른 룰을 좀 돌려보거나 그러면 다른 룰들에 비해서 점수를
짜게 주고 싶을 물건인데 룰을 뭉개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이런 애들까지 나오면서 룰도 묘한 물건 주제에
같이 하겠다는 사람은 훨씬 더 묘할 지 모르는 폭탄이 튀어나옴. 특히 마스터까지도 이 성향이면 꿈도 희망도
없겠지. 그 결과가 던월 문제가 아니고 분명 사람 탓인 문제들까지 포함해서 세트로 던월이 까이고 보는 것임.
나도 던월까지만 그 부분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봄. 멀쩡한 호러 RPG인 CoC에서 호러가 아닌 뭔가를
추구하는 것도 넓게 보면 이 범주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됨.
규칙 시스템의 발달을 저해
얘들은 필요에 따라 규칙도 잘 안 지키려 든다니까? 다만 이게 수요-공급 관계로 인한 자체적인 규칙 시스템의
발달의 저해로 이어지나? 한국에서는 아니야. 왜냐면 한국의 특이한 구도상 아마 자체적인 규칙 시스템 같은 게
나오든 안 나오든 출판사가 일단 팔릴 거 같게 포장을 좀 해서 들고 온 뒤 펀딩만 잘 하면 달성이 보장될 거거든.
'모xxx TRPG' 같은 물건도 600여명이 펀딩에 참여해 주는 나라인데 출판사가 그만도 못한 룰을 펀딩하겠냐?
거기다가 트위터를 중심으로 하는 (아직까지 다른 구심점이 있는 지 모르겠으니까) 일종의 '정치적 소비' 구도도
형성되기 시작한 상황임. 그러니까 얘들이 받은 룰을 어떻게 돌리든 간에 일단 누군가가 뭔가 펀딩을 시작하고
그 누군가나 펀딩의 결과물이 걔들 정치적 성향에 충돌하지 않으면 / 혹은 거기에 걸맞는다면 일단 그 내용물은
잘 몰라도 대개 사 준다고 보는 경우 얘들은 오히려 이것저것 다양한 시스템이 나오는 동력원이 될 수 있을 거임.
그리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국내 RPG 시장 쪽은 계속 그런 구도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상황이 바뀌기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너무 적어보이고, 덤으로 짬 먹은 양반들은 거의 다들 해외 결제에 길들여졌을 거거든.
파라노이아 펀딩만 해도 여기 첫 반응은 '아니 왜 리부트판 아님'에 가까웠잖아. 가만 있자, 이게 다 해외 신작들
소개하고 그러는 갤럼들의 잘못인가...? 아무튼 내 잘못은 아닌 거 같음.
RPG 기량 향상을 방해
자기 캐릭터가 뛰놀기만 하면 충분한 거니까 다른 건 깊게 안 다룬다는 의미라고 보면 됨. 물론 그렇게 캐릭터가
뛰놀 수 있는 시나리오가 다 엄청 구리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훨씬 복잡하고 흥미로울 수 있는 진행을 다루는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때는 자기 역할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런데 사실 이거는 큰 문제라고 하기는 묘한 데,
어차피 캐릭터주의의 입장에서는 그런 식의 기량 향상을 하지 않아도 별로 상관이 없을 거거든. 물론 자기들끼리
돌릴 때 한정으로 말이지. 남들이 좀 긴 캠페인 준비하거나 그런데 멋모르고 들어가서 자기 역할을 안 하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딱 바이오 하자드 4의 짐순이가 될 거임. 아니지 잠깐만. 생각해보니 남들은 몬스터들하고
싸우는데 보컬로이드랍시고 음악 틀어달라면서 뒤에서 그냥 노래나 하려 드는(당연히 얘 클래스는 바드가 아님)
그런 극단적인 사례도 나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짐순이하고 비교하면 짐순이한테 실례겠네.
일반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
이건 딱히 얘들만의 잘못은 아닌 거 같다. 패스. 솔직히 트위터 캐릭터 봇 같은 걸로 그러는 애들도 좀 있긴 한데
RPG 로그 같은게 뿌려진 것도 아니고, 걔들만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인천의 걔가 너무 큰 악행을 저질렀어.
걔가 하던 건 역극이니 RPG가 아니라고 해도 되겠지만 하여튼 일반인에게는 둘 다 같다고 생각될 거라고 보거든.
마침 최근에 여기에 좋은 예시도 나왔었고 말이지.
적당하게 선을 그어 분리하기
이미 판은 넘어갔고, 캐릭터주의 성향을 가진 플레이어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 / 마스터가 섞이면 대개 위에 나온
폐해들이 나올 것도 대개 뻔함. 그러므로 내가 내세우는 결론은 여기서 감놔라 배놔라 해도 별 상관이 없을테니까
우리끼리 마게라든지 녹삼각이라든지 모르겠는 군대라든지 그런 이상한 마이너 룰 파면서 떠들고 놀도록 하자는
일종의 '분리'야. 걔들도 턀갤도 마음에 안 들면 자기들 팀끼리 모여서 놀고, 걔들하고 마음이 맞으면 트위터 같이
걔들 많은 데서 놀고, 그러다가 뭔가 다른 식으로 RPG에 접근해 보고 싶다면 살짝 용기를 내서 다른 쪽에 고개를
들이밀 수도 있고, 양다리를 걸칠 수도 있고..... 물론 어느 쪽에서든 그냥 딴 성향인 놈이 고개를 들이밀었다고
내쫓거나 그냥 무시하지 말고.... 적어도 턀갤에서는 그러면 좋겠단 말이지. 물론 들어와서 짖거나 물려는 상대를
때리거나 내쫓는 건 말 안해도 어느 쪽에서나 똑같을 테니 생략함.
3줄 요약(새로 추가)
내 캐릭터가 내 맘대로 뛰어 노는 게 게임 진행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플레이어들이 있음.
그런데 한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얘들이 사실상 국내 고객층의 주류라고 봐도 될 것 같음.
그러니 걔들 흐름을 따라가기 싫은 나같은 사람들이 분리해서 걔들과 따로 노는 게 맞는 듯.
그 강한 롤플레이어라는 건 초보자가 흔히 보이는 과몰입이고, 바바의 말에 의하면 90년대 말에 세상은 그런 놈들로 가득했지만 2018년에도 그런 놈들은 여전히 욕을 먹는다... 도리어 그때 과몰입하던 인간들이 아직 살아남은 경우 욕하는 입장에 서 있고. 바바 그만 놓아주어...
초보자의 과몰입은 마스터가 통제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보는데 아니라고 생각하나 봄?
뭐? 라그나는 처음부터 알아볼 수 있남? 그럴 리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과도한 연기'까지는 나름 이해를 해 줄 수 있다]고 했잖음. 그런데 이게 진행에 확실히 방해된다면 마스터가 손을 써야 하고, 초보자는 일단 마스터 말을 듣겠지만 라그나들은 [이런 건 자기 캐릭터에 안 맞네 캐붕입네 어쩌네 주장하며 변명하거나 땡깡을 부리거나 삐지거나 그럴 수 있을 거]라는 게 내 입장임.
시스템 경시 풍조를 확산 -> 20년 후에도 우리는 룰북 제대로 읽으라고 말함. 규칙 시스템의 발달을 저해 -> RPG 규칙이 간결화 되어 간 건 사실이지만 과연 20년 전과 비교해서 개탄스러울 만큼 간결해졌는가? 부조리함을 줄여갔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RPG 기량 향상을 방해 -> RPG에서 기량이라고 불러야 할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도 아닐까?
걍 자캐딸이 목적인 애들이랑 아닌 애들이랑 게임하는게 완전히 다르지
성그로//커뮤니케이션? 그게 rpg의 전부라고 보는거야? 진심?
그러니까 그 다음이 없잖아. 그렇게 변명하던 라그나는 어떻게 되냐고. 보통은 기피당하거나 스스로 실망해서 뜨고, 그게 아니면 그런 기질을 조절하고 맞춰가는 걸 배우게 됨. 오래 알피지하던 양반에게 초기의 부끄러운 기억 한둘 물어보면 대는 것처럼. 한 번 라그나가 영원히 라그나로 남아 있거나, 그룹을 만들어 바이러스를 살포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되지.
피아스코랑 디앤디에서 필요한 기량은 다르잖아?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자기에게 요구되는 걸 알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능력을 말하는 거임.
RPG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모여서 주사위 굴리면서 야부리 까는 놀이인데, 뭐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필요해서도 안된다고 봄. [이 게임을 하려면 언어 영역 2등급 이상이어야만 가능합니다.] 이런 거면 뭐 게임이냐...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도라고 봄. 경험이 쌓이면 유리한 것도 있겠지만...
시스템 경시 풍조는 이게 한국에서는 라그나가 특정 룰 위주로 집중되어 그 룰을 마구잡이로 굴린 결과 이제는 그 룰의 시스템까지 까이게 됐다고 보고, 나는 그러기에 AWE 설명을 시작했음.
루니플의 확산이나 룰 숙련도 저하는 그냥 그 전엔 알 거 다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굴리다가 초심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자기들끼리 돌리면서 생기는 평범한 현상 정도 아닌가 싶고. 이마저도 팀 내에서 해결할 문제 아닌가 싶다.
그건 그냥 초보자가 많이 들어오면 생기는 얘기라는 게 내 지론임. 바바가 던월이나 크툴루를 보고 이 놈들이 시스템을 경시한다고 성 냈을 린 없잖아.
규칙 시스템의 발달 저해라면 이건 일본 이야기니 국내와 별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간결화도 발달의 일환이 맞다고 봄. 그리고 기량 문제의 경우 솔직하게 방탈출물 하던 애들에게 광기의 산맥 너머나 차토구아의 자취 던져주고 돌리라고 하면 어떨지 구경하고 싶어진다는 걸로 생략할래.
그리고 지금은 서로 모여서 상처를 쓰다듬을 공간이 있지.트위터라고.
그러니까 트위터가 없던 시절에 바바가 한 주장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는 거지.
네 뻘글 재밌게 읽고있음
근데 던월은 SRD 공개된 지 5년째 되는데 이제 몇 년 돌려 본 사람이 은근히 나와야 하는 룰이지 않음....?
실제로 그리 해서 기록원의 사서인가 하는 거 펀딩도 했잖아. 적어도 그 양반네는 제대로 잘 하고 있는 모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