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에서의 현실성은 다른 것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심심하면 이야기가 나오는 떡밥이지.
턀갤에서도 가끔씩 나오는 20레벨 파이터가 용암에 빠지면... 같은 거. 이 글은 그런 문제에 대한 글임.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20310080548/http://www.wizards.com:80/DnD/Article.aspx?x=dnd/4ll/20111220
많은 사람들이 D&D를 시뮬레이션으로 보곤 합니다.
확실히 이 게임의 근원은 시뮬레이션에서 시작했죠. 검이 주는 피해와 창이 주는 피해를 구별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다양한 판본에서는 군마와 승용마의 속도를 구분하거나, 잡석으로 덮인 10x10 넓이의 방을 파헤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나.
지능적인 적이 몸의 다른 부분 대신 머리를 노리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 지 계산해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D&D의 '현실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전 항상 의문을 갖곤 합니다. D&D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거든요.
그 대신, 이 게임은 진행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행동 처리를 너무 번거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모사를 따지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거지요.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성공한 적이 더 많긴 합니다)
가끔씩 나타나는 이런 시도는 보통 '현실성 반영'으로 불립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이 말이 이 게임 전체를 매우 잘 요약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판타지로 가득 채워져 있으면서도 현실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으니까요.
시뮬레이션의 비중이 큰 역사적 워게임으로부터 파생된 이 게임에는 온갖 마법, 몬스터, 그리고 그 외의 판타지 요소들이 산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현실성'을 꽤 유지할 수 있었지요.
오리지널 D&D에서 넘어오면서 현실성 반영의 비중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DM이 캠페인에 쓰이는 세계를 설정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폴암 종류, 질병, 심지어는 정부 형태에 대한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
무기의 속도 요소나 '무기 대 갑옷' 표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이 때부터 게임이 발전할 때마다 시뮬레이션의 정도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현실성의 반영을 중요시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적당한 걸까요?
이건 훨씬 복잡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HP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HP의 개념은 게임에서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HP는 D&D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D&D에서는 때때로 HP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경험치를 쌓을 때마다 왜 HP가 더 늘어나는지,
그리고 왜 10레벨 파이터는 50피트 높이 절벽에서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1레벨 캐릭터는 죽는 지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맞는 정의를 내놓았고,
판타지와 현실이 어느 수준까지 엮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스스로의 한도를 설정했죠.
(그리고 이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는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이런 요소들을 그냥 무시했습니다)
사실, 개개인이 각자의 현실성 반영에 따라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이 개념의 장점일지도 모릅니다.
저와 여러분이 서로 HP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도 딱히 별 문제가 없으니까요.
(혹시 여러분이 HP에 대한 설명에 꽤 신경을 쓰신다고 해도 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D&D는 시뮬레이션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골절상이나 찰과상을 모조리 기록해서 일일이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는 시스템이기에,
HP에 대한 여러분의 설명과 저의 설명 결여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D&D의 디자인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어느 정도의 시뮬레이션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게임 자체에서 제공하는 현실성 반영과, 플레이어가 원하는 현실성 반영을 제공할 여지를 두는 건 별개지요.
어느 정도의 현실성 반영이 적절한 지 알아보려면 (1974년이나 2000년이 아니라) 지금의 독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요.
이번 주의 설문조사에 참여하셔서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의 설문조사
1은 '전혀 아님', 5는 '매우 그러함'인 1~5단계의 기준입니다.
D&D 규칙에 대해 아래의 문장에 각각 어느 정도 동의하십니까?
① 게임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느낀다.
② 최소한 게임의 규칙은 현실성의 관점에서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③ 게임에서 모든 상황에 대한 이유를 일일이 제공할 필요는 없다. 간혹 스스로 설명을 붙이고 싶을 때도 있다.
④ 나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규칙은 무시하거나 바꾼다.
⑤ 모든 게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너무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건 시간낭비다.
한줄요약: 죄다 현실성 따지는거 별로 의미없으니까 각자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설명 붙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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