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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상황은 원래 필연적으로 복잡도가 오르기 마련인데 (물론 전투 자체를 아예 내다버리는 게임은 별도로 하고)
페이트는 핵심 시스템 특성상 이렇게 복잡도가 많이 오르고 여러 번 판정해야 하는 장면을 처리하기 애매한 감이 있음
1. 난수 발생이 다소 단조로움
수치상으로는 -4에서 +4까지 나오니까 9단계의 값을 갖는 거라 아주 낮다고 할 수는 없는데
(6면체 하나만으로 판정하는 게임도 결코 적지는 않으므로)
복수 주사위를 굴려서 서로를 깎아먹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2~+2 사이로 결과값이 몰려서 나올 가능성이 높음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아마 80~90% 정도가 그 사이에 몰려 있을 거임
그러니까 판정에서 나오는 결과값의 기복보다는 면모를 잘 발현했느냐, 원래 기능이 얼마였냐, 운명점은? 쪽에 주의가 쏠리기 마련이고
이런 판정을 거듭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좀 심드렁해지기 쉬움
2. 포용력이 높고 반응 속도가 느림
페이트는 기본적으로 \'애매한 영역\'을 묘사하는 게 장점인 룰임
예를 들면 D&D는 매 판본마다 조명을 처리하는 규칙 자체는 달라도 어쨌든 각 단계가 명료하게 제시됨
이건 게임적인 요소니까 엄격히 따지면 웃겨지지. 5피트 차이로 대낮처럼 선명하게 보이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안 보인다거나(..)
페이트에서는 이런 부분을 시스템 기반 내에서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잖아? 상황 면모로 조명에 대해 제시해 두면 캐릭터마다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음
그런데 대결처럼 명백한 대립 장면이라면 제반 요소는 사실 분명하게 정리된 게 빠르고 편하거든. 그 애매모호한 영역을 잘라버리고서.
그런데 페이트는 면모 규칙을 통해 그런 애매모호한 영역을 쥘 수 있는 대신 필연적으로 그 해석에 시간이 소모됨
전투는 일반적으로 복수 판정이고(당장 방어부터 해야 한다) 페이트는 이런 판정마다 다양한 면모가 제시될 수 있지
속도가 느려지는 건 피하기 어려움
3. 운명점 배틀이다.jpg
페이트의 운명점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요소로 매우 중요함
그런데 판정에서 운명점이 차지하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 보니까 일반적으로 그걸 잘 안 쓰고 비축해 두기 마련이고,
보통 갈등의 최고조에 이르는 지점(보통 전투씬이 된다)이 되면 면모 발현에 특기 사용에 역발현에 다 쏟아붇는 게 사람의 심리임
그러니까 전투씬 아니라도 이야기 막바지가 되면 자연스럽게 운명점 배틀화 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고,
이건 해당 장면에서의 행동보다도 그 이전까지 얼마나 앵벌을 잘 해 뒀느냐가 큰지라 이것도 좀 김빠지게 하는 데 한몫하지
3줄 요약
페이트는 애매한 영역을 처리하기 좋은 게임이다
전투처럼 스피디하고 명료한 룰적 처리가 (그리고 가능하면 다이나믹한 결과가) 요구되는 상황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페이트 기동형의 간결함이 룰의 원 취지와 잘 맞지 않나 싶어서 그쪽을 선호함
가장 중요한 얘기를 빼먹었는데, 결국 페이트에서 어울리는 전투는 디테일한 상황 설정과 전술적인 판단이 중요한... 뭐 이런 게 아닌 듯함. 어떤 애를 쓰러뜨린다가 아니라, 상황을 만들고 타개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느낌
난 모아쏘기 배틀하느냐 전투 자체가 좀 피로해지는 감이 있다고 봄.
적절히 복잡하면서도 명료한건 잘 만든 게임의 특성인데 페이트 전투가 단조롭고 애매해서 재미가 없다는건 결국 페이트 전투가 (게임적으로) 잘 만들지 못한 게임이라 재미가 없다는 뜻이고... 사실임
뭐 애매함을 표현하는 데에 장점이 있는 게임이니 그게 잘 안 어울리는 양상도 있는 거고 그런 거겠지. 잘 못 만들었다...까지는 좀 과하고 결국 방향성의 문제라고 생각해.
잘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째 아무도 안하는 거 같은 페이트...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결국 페이트에서는 뭘 하든 대부분이 예상된 범주 내의 운명점 배틀로 귀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