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사자


개요 : 반도 땅에서 가장 승천에 가까이 다가간 바 있는 큰 강의 지사들의 모임. 이들은 사회규범과 개인의 수양을 목적으로 하던 공자의 사상에 인간의 의지를 질료로 움직이는 우주관을 덧붙여 새로운 성리의 철학을 일으켰다. 그들의 사상은 한때 반도를 오롯이 지배한, 총 구품의 신하들과 왕의 협의로서 운영되는 이상 국가의 건설에 기여했고, 그로서 가람은 한때 조선을 통해 가히 승천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헤게모니를 이룩할 수 있었다. 모순이었는지 단순히 세계사의 편린에 지나지 않는지 모를 외세의 등장이 천재지변처럼 조선의 목을 칠 때까지는 말이다. 실왕국 이후 백 년의 시간이 흐르고 좌절감과 패배감에 울던 가람은 다시 한번 바닥을 차고 일어설 태세를 갖췄다. 이는 관례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 사회와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신세대 지사들의 노력의 결실이다. 여전히 반도 땅에 남아있는 가람 가치관의 흔적을 되살리며, 가람사자는 자경단으로서 사회운동가로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난립하는 사문난적과 맞서며 철인 국가의 온전한 재림을 도모한다. 이제는 유명무실한 국제 기준에 따르면 이들은 NWO의 세부 지파이자 형이상학파로 분류되며, 반도 땅의 아홉 기둥 중 근원의 영역을 도맡는다.


형식 : 유교 사상이 지적하는 명제들, 사회구성체에 대한 동서양의 다양한 학설, 인간의 의지 그 발원과 정신의 힘에 대한 굳은 믿음이 가람사자 수양의 기본이 된다. 이는 환난의 시대에 개인과 사회가 갈 길을 제시했던 공자의 재현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가람사자는 비약적이며 과시적으로 변할 수 있는 마법사로서의 힘을 최대한 자제하고 철저히 인간이라는 생물의 조건을 기준으로 아젠다와 명제를 정한다. 법과 제도, 문화와 예법, 기술과 체육의 형식을 통해 사유하는 인간의 강함을 피력하는 것이 이들의 지상 과제이다. 가람사자들은 마법사라기보다는 갈고닦은 능력을 유감없이 펼치는 개개인의 시민을 자처한다. 자경단원으로 활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법사로서보다는 차라리 요원의 그것에 가까운 편이다.

  고전적인 격언과 지침들, 상징과 몸가짐은 가람이 가장 자주 동원하는 집중체(Foci’)다. 왕위와 그 주변을 밝히는 네 신성의 색채인 오방색의 활용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예컨대 적색은 열과 심장, 즐거움과 예를 뜻한다. 붉은 천을 덧대거나 바닥에 적색등을 쏘아보낼 때 가람은 그 색에 담긴 뜻을 되새기며 보다 강하게 뛰는 맥박과 환희, 불길을 더욱 크게 하거나 빛에 노출된 이들에게 바람직한 태도를 되새기게 하는 등 다양한 양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의 문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뒤 감행하는 삭발식은 강대한 적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모순 의식을 유도하는 훌륭한 기폭제로 가람사자에 전래되는 로테였다. 이처럼 가람사자의 비전 대부분은 허공에 불기둥을 일으키거나 하늘을 나는 과시적인 비법을 일체 배제한 것들이다.

  이쯤 되면 왜 가람이 마음 영역을 자신들의 주전공으로 삼지 않았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마음 영역의 전공자인 가비아내우리와의 궁극적 차이는, 가람이 인간의 심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일차원적 관점에 있다. 가람사자는 인간 심성의 작용은 전적으로 삼강오륜과 이(性理)의 실현을 향할 때에만 옳다고 믿는다. 즉 삼강오륜이 제시한 밝은 도덕과 이치를 인정할 뿐 심리를 조작하고 감정을 우롱하는 일체의 기술을 저속히 여기기로 한 것이다. 가비아내우리가 신도의 결집력을 위해 거리낌없이 저속한 감정(물론 가람의 시점에서 저속한)의 홍수를 유도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근원 영역의 발현은 일찍이 기대승과 이황이 그 정확한 성질에 대해 발제한 이후 가람이 끊임없이 되뇌어온 이의 성질에 관여할 때 이뤄진다. 즉 이들에게 있어 근원 영역은 무슨 마나나 만년삼처럼 강력한 물질을 다루는 비전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선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모습 그 자체를 일컫는 바다. 이 결심을 실은 행위와 생각 자체가 근원의 발현 그 자체이지 않은가.

  

작전 : 실왕국 이래로 백년의 시간이 흘렀다지만 가람이 반도 땅에 심은 인의예지의 질서가 쇠한 것은 아니다. 이 정신문화는 지금까지 다수 시민의 기본적인 도덕관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가람이 철인국가의 재건에 다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공수에서 가람의 주된 역할을 꼽자면 역시 수비다. 고도 문명화된 지금의 도시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만은 확실해 보이며, 그렇다면 가람으로서는 도시 문명을 곁에 끼고 원시에 대항하며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태도가 될 것이다.

  가람사자 지사 개인은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되 자신을 이끄는 신념의 축에 따라 보다 나은 사회를 그리고 발전의 계기로 작용할 다양한 싹을 지상에 뿌린다. 이들의 행보는 과거 독립 투쟁, 반독재 활동, 공정 사회의 발의를 위한 시민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역사를 남기고 있다. 이른바 직업혁명가로서 가람사자 지사들은 다중 신분을 유지하며 위정자와 폭거에 맞서 다양한 방면에서의 활동을 이어간다. 가장 정치적인 지사는 보통의 수면자 활동가, 조사원, 감시자들과 행색 및 능력 범주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가람사자는 비약적인 세계 변혁을 꿈꾸는 대다수 마법사들 기준으로는 상당히 정체된 부류로 비친다. 그러나 공동체와 양식에 대한 그들의 기준은 자못 높은 것이고, 이것이 현재의 세계상에 가람사자가 남긴 강한 흔적과 결합하면서 이들의 마법 사회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 된다. 말마따나 그들은 반도의 보니사구스다. ‘3인 연구회’(각자 창발, 정적, 적멸을 맡는 세 마법사가 각자의 가치관을 모아 하나의 아젠다를 대두시키는 형식)의 기준과 입회인의 감시 아래 이뤄지는 엄정한 ‘사상의 결투’ 규칙(하나의 현상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에서 더는 두 연구회가 서로를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반목하는 경우, 이들은 제3학파의 감시인이 자리하는 가운데 목격자와 사회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정해 결투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된 규범 일체는 가람이 제기하여 결정된 사안이다) 등 가람이 마법 사회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다수 학파는 가람이 강제하는 이런 규약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지키고 혁신을 움츠리게 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가람사자가 제안한 규범의 틀은 견고하다. 이처럼 가람 지사들은 수면자들의 인식과 마법사들의 방식 양측에 걸쳐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인다.


ㄴ창발(Dynamic) : 가람사자의 조직형성의 기술은 그들이 지향하는 군자 만민의 세계상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말마따나 요새는 초딩들도 뭣만하면 카페부터 개설해서 여론을 모으는 데 집중한다. 시민단체를 꾸리고 그 수와 열의로 변화를 야기하는 것은 독립의용군 시절부터 이어져온 가람의 18번 레파토리다. 법의 적용, 문화의 형성, 단체와 행사의 발족을 통해 가람은 자신들이 일군 인간과 사회관에 지속적으로 수정을 기한다. 창발 영역에 선 지사는 군중으로부터 자신의 지향점에 걸맞는 인재들을 쉽게 끌어내어 무시하지 못할 세를 형성하곤 한다. 퀸티센스-돈을 받는데 급급하지 않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렇게 모아들인 조직은 대단히 효율적인 전력이 된다. 인간 이외에도 가람사자는 종종 건축과 설치, 운동과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현상을 알게 모르게 일으키고 빚어나가는 데 능숙한 학파다. 현대사회의 역동성과 가장 잘 어우러지고 있는 것이 가람사자라고 해도 무방할 행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ㄴ정적(Stasis) : 가람사자는 지켜야 할 것이 많은 학파다. 개개 인간의 덕성과 품위, 사회의 신뢰와 정의, 인간을 위협하는 악으로부터의 방위, 우주는 언제라도 인간을 자신으로부터 토해버릴 수 있는 위협적인 장소다.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는 이런 사건들에 맞서 현대 문명에 적응한 지사들은 보다 광범위한 정보력과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세계 유수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한 반도의 인프라는 이들의 실력이 발휘될만한 가장 좋은 무대다. 정보 공유와 소통을 야기하는 웹 인프라, 높은 밀도의 감시카메라 망, 위생과 의료 등 다양한 사회구조는 지사 개인의 정보력과 논리 추리와 결합할 때 최대한의 유용성을 자랑하게 된다.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현장 그 맨 앞에 선 이는 언제나 가람사자다. 사건의 개요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그들의 능력이다.

  과학기술은 가람사자의 제 2전공이다. 자신들의 중심 아젠다인 인간 이해와 사회학은 인간이 일군 곳이면 어디에서든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사직을 무너뜨린 바 있는 외세의 사상과 과학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 없었다. 가람은 어떤 종류의 현재 기술에 대해서든 박식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술에 대해 유용성 측면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새로운 계몽 과학을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은 우리가 현상에 받아들인 기술을 잘 개선하고 교정해서 활용하곤 하며, 이런 식의 가공 공학은 가람과 무한양행의 긴밀한 외주 협업을 유지해온 중대 사유가 된다.


ㄴ적멸(Entropy) : 가람사자는 이렇게 사방에 펼친 넓은 촉각을 통해 인간을 위협하는 악의를 그 탄생시점부터 감시하고 추격해 제거하는 핀포인트 전략을 구사한다. 인질 협상가, 헌터, <아저씨>는 지사의 또다른 이름이다. 형이상학을 구가하는 일부의 선비들을 제하고 가람 지사의 대부분은 인간 육체의 극한에 다다른 전투 훈련과 지성의 결합으로 괴력난신에 맞선다. 의지력을 고취시키는 몇가지 상징을 동원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심리전과 정보력에 기반한 적의 논리 분석으로 상대의 마법을 저속한 데까지 끌어내리는 카운터매직은 이들이 구사하는 가장 일반적인 대인 전술이다. 잘 훈련된 지사지만,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강력한 적들을 상대로 힘에 부치는 순간이 없을 수는 없다. 이에 대비해 지사들은 총기법을 빗나가게 적용해 보급한 권총을 휴대한다. 총이야말로 인간 지성과 올곧은 의지의 상징에 가장 걸맞은 무기이지 않은가. 낭만적인 태도지만 발사 즉시 어마무시한 모순이 작용하는 무기인만큼 가람은 사용에 신중을 기한다. 많은 법과 제도로 구축한 사회안전망인만큼, 그 적용은 창조자인 가람 자신에게도 공평하다. 권리와 의무로서 단발 권총은 가람의 투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그들만의 독보적 상징이 되는 것이다.


같이 읽기

ㄴ조선의 독보적 위상을 물려받아 고지에 선 가람사자이지만, 그만큼 그들을 겨냥하고 있는 시위의 수도 많다. 가람사자의 지독한 박해 때문에 그 가능성을 잃어버린 수믈은, 오롯이 가람의 존재 때문에 오지로 내몰렸던 들귀달음, 한때 같은 학파의 사형이었으나 실왕국의 슬픔으로 변질되고 만 육명재단, 가식 떠는 꼴은 참고 보지 못하는 족속군락 등, 강력한 적들의 집중포화 아래 가람은 매일매일을 살얼음판 위에 서고 있다. 어느 결사와 만나든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가람의 태도는 그 강한 자존심에도 기대고 있는 한편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ㄴ형이상학자의 비중은 전체 가람에서 크지 않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모순이 극에 달할 때 지사들은 종종 그곳으로 도피해 전체 가람에서는 아주 이색적인 기교에 매진하곤 한다. 유배지에 선 옛 사림처럼 형이상학자들은 시서화나 예법에서 독자적으로 발의한 고풍스런 기교를 구사하며 가람이 현실에 매진하느라 잊었던 상상력을 재현하곤 한다. 현판을 쓰고, 산수를 그리고, 글을 짓고 해체하는 등 이들의 ‘예능’은 가람사자가 정치논리 때문에 내려놓아야 했던 기교를 여전히 보존한 채 남아있다. 가람사자가 도외시하는 영역들 - 힘, 운명, 영혼, 시간 등의 영역에 관련된 비전은 거의 예외없이 형이상학의 몫이다.

ㄴ시청앞 광장과 세종로 광장은 가람사자의 활동이 결실을 볼 때마다 촛불이 발하는 그들의 중요한 집결지다. 뿌리부터 사회지향적인 가람사자답게 이들은 밀실이 아니라 광장에서 모이며 공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의제는 사적으로도 무용함을 주장하며 대중 언어로 조직의 미래를 논한다. 당연히 늘 타 마법사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이곳 집결지들에 안정을 가져오려는 노력이 결실을 보아 안정을 찾기 시작한 평화 집회의 면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테;

전용 애플리케이션 : 플래시라이트

선명성과 목격을 야기하는 가람의 플래시 앱은 사진 형식의 증거자료나 색채심리학,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시선을 가져가는 지사의 활동 성격상 필수적인 것이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기능성, 광범위한 보급량 등 가람사자의 정신적 가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빛의 보급과 더불어 문명의 발전이 있었다. 주경야독하며 정신문화를 갈고 닦는 개별 지사의 학구열 고취를 위해서도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집중 조명의 힘은 가람 전체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D모 포털사이트, 아고라, 카페, 기타 등등

지사들의 전방위적 헌신 끝에 D 사이트는 가람사자의 대전략 구상과 실행에 최적화된 사이트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여론 수집이 가능한 아고라와 비전 공동체를 즉시 일으킬 수 있는 카페는 가람사자의 행동양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부위다. D를 쓴다는 말은 가람사자에게는 거의 습관과도 같아서 뭔 일이라도 벌일라 치면 쥐고 누르는 것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대중의 많은 동의와 결속력을 확인할 수 있기에 가람은 자기 카페 이름을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며 작전을 진행하는 것을 버릇처럼 반복한다.


활, 화살

가람사자 자경단원들이 가장 자주 선택하는 무기. 잘 훈련된 사람만이 최고 효율을 낼 수 있으며 정확성과 다기능성이 매력적이다. 선비와 활의 관계는 긴 역사 안에서 불가분의 것과도 같다. 본디 양반은 무반과 문반 각각에서 조정과 사직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게 붙은 이름이다. 절제된 위력으로 문무겸비를 한번에 피력하는 만큼, 자경단원들은 활과 화살을 무기로 적대자들에 맞서곤 한다. 엄격한 총기법의 그물을 피해나갈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다.


진경산수화

가람사자는 원래부터 공간에 대해 관심사가 깊은 학파이다. 성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선비들에게 이상 세계를 은유하는 생물과 풍경이 주는 감동은 각별한 것이다. 진경산수화는 가람사자 형이상학자들이 가장 즐겨 도전하는 분야이자 예-필법과 인의지-감수성이 결합하는 중대한 매개가 되곤 한다. 암자에 칩거하며 학문에 매진하던 옛 전통을 변형해 선비들은 종종 산속에 진경을 올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추곤 한다. 전두환이 백담사에 칩거하며 가람의 습속을 반영하던 모습은(가람 입장에서는 불쾌할는지 몰라도) 그들의 풍습이 현실세계와 어우러진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