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한양행

개요 :

   선진 세계를 모범답안으로 숭상하며 이들의 번창한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이려는 수입업자들. 이들의 정체성은 푸른 눈을 가졌던 실학자 초정 박제가로부터 시작하여 갑신정변을 통해 열강의 체계를 반도에 도입하려 한 김옥균 등 급진개화파, 현대에는 도하의 기적을 주도하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장면-박정희 시대의 경제학자들까지 이어진다. 강대한 외세를 목도하며 그들의 힘에 매료된 양행은 ‘선진 세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차용함으로서 전체 반도에 일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전망에 뜻을 같이 했다. 그 결과로 물밀듯이 반도 땅에 들어온 다양한 수입 사상, 기술들이 시장 호황에 올라탐으로서 로한양행의 세력은 한동안 절정가도를 달렸던 바 있다.

  반도 땅의 공동체가 완숙기에 접어든 세기발의 시대에 로한양행은 멈춤없이 달리고 있다. 열정적으로 수입 유통에 몰두한 결과 오늘날 반도와 서구 열강의 문화와 기술 간에는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성과를 이뤘지만 양행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더는 추종할만한 ‘선진 세계’가 남지 않았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보다 낭만적인 구성원들의 주도 하에 가상의 ‘선진 세계’를 창조하여 추진력을 얻자는 견해가 양행의 일반적인 방침이 되었다. 새로운 선진국의 일람에 아틀란티스, 랩쳐, 유토피아와 은하 공화국 같은 수상쩍은 이름들이 포함된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번역가는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선진국의 면밀한 실상을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러를 만한 ‘선진성’이 중요할 뿐, 실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원래부터 구라파 선진국이라는 구호는 추진력을 얻기 위한 그럴싸함의 기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양행은 거듭 훌륭한 카탈로그를 작성하며 경쟁자 마법사들을 아득히 추월하고 있다. 이는 양행의 답습이라는 구호가 대중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지속된 추세다. 혼성모방과 퓨전이라는, 이들의 정열적인 활동이 일으키는 예상밖의 결과가 눈엣가시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행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에테라이트 학파의 지역 분파로서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양행의 약진은 선진국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간직하고 있는 수면자 사회의 열등감을 증명하는 분명한 근거가 아닐까.


형식 :

  로한양행의 수입 결정은 환상과 동경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에테라이트의 개인적 과학과 축을 같이 한다.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문물, 습속 면에서 반도에 비해 우월한 선진 세계의 것을 즉각 받아들여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양행 전체의 아젠다이다. 양행은 이를 위해 선진 과학과 사회제도에 대한 흥미로운 가십들을 계속적으로 번역하고 유통한다. 특히 답보 상태에 있는 이론 과학 등의 학자들이 이에 열광하는 덕택에, 양행은 곧잘 그들의 권위를 빈 기사 몇 편을 SNS에 유통함으로서 수입의 단초를 마련하곤 한다.

  방대한 영역에 걸쳐 번역을 지속하고 있는 양행이지만 최근 성과는 주로 물질 영역보다는 마음 영역이나 생명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주된 이유는 가시적인 영역에서의 과학 기술 성취가 어느 정도 답보 상태에 놓이기 시작하면서 전기 제품이나 장비 측면에서 양행의 악장사가 먹혀들 여지가 줄어든 데 있다. 반면 SNS가 현실의 일부가 되고, 다양한 매체에서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 분야 - 혈액형 과학, 심리검사, 미용 및 건강제품 판촉 등에서의 성취가 집중 보도되면서 해당 영역에서의 발전성은 눈에 띄게 증가한 바 있다. 수면자들 사이에서 각종 공학이 취업의 대세로 인식되는 것도 물리과학의 급발진을 방해한다. 현실 과학을 학습한 뒤 그 수준에서 지식의 발전을 멈춘 관계자 전부를 설득하는 것이 차츰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양행은 여전히 광선총이나 파워 아머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고 있다.

  공간 영역은 먼 저편에 대한 동경을 실현해줄 수단으로서 양행의 마법 체계 최상단에 놓이게 되었다. 텔레포트 장비와 역은 지하철을 통해 구체화된 이후 줄곧 양행의 이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최우선 기술로 간주되었다. 보다 덜 저속해보이는 교통카드와 여행 애플리케이션은 두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홈쇼핑 구입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반전을 예감할 수 있는 점에서 황금과 양행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그들이 황금의 신의 오른편에 설 가장 우수한 재원임은 두말할 나위 없을 정도다.


작전 :

  로한양행은 대단히 공격지향적인 학파다. 현실을 뒤집는 것이 그들의 아젠다 전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들의 마법사 활동에서는 역동의 위상이 시선을 잡아끈다. 큰 그림을 그려둔 뒤 일단 광고부터 하고 보는 양행의 공격성에 판을 뒤집혔던 수많은 마법사들이 상식만으로 걸고 넘어질 수 있는 카운터 매직을 통해 상황을 붙들어 매려 한다. 신제품 출시 행사를 말아먹지 않기 위해서 양행에게는 보다 면밀한 수면자 사회 조작과 신봉자 양성이 중요하다. 개인 전투에서는 실력행사보다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전장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ㄴ역동(Dynamic) : 신제품 판촉과 유통을 통해 구조적인 변혁을 꾀하는 것이 양행의 첫번째 대전략이다. 멈춰있는 현실을 이끌고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먹힐 만한, 그러면서도 효력이 충분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보통 양행의 번역가들은 이를 주도적으로 ‘창작’하며 시작한다. 물론 면밀한 사전조사를 하지만, 어느 시점에선가 실물에 바램을 보탠 공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양행은 가상의 완제품을 ‘발견’한 뒤 열광하며 이를 수입한다. 시제품을 해외소포를 통해 들여오며 그것이 실재한다는 확신을 갖는 과정은 중요하다.


ㄴ정적(Stasis) : 홍보 전략에서 로한양행 번역가들의 솜씨는 천재적이다. 미디어가 주동하고 팬심과 디자인이 작용하는 제품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양행은 최대한 ‘까리한’ 제품 구성을 추구하고 각종 매스컴에 이를 적극적으로 노출한다. 양행 인프라 전반이 협력하며 자연스러운 현실 변혁을 유도하는 과정은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판촉 능력을 배제한다면 양행의 현상유지 전략은 극히 단순하다. 이는 양행의 개척가적 기질의 역효과라 보아도 무방하다. 그들 자신이 이미 현실에 적용시킨 제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유행을 지나보낸 아이템은 보통 현실에 방치되고 후발주자들에 의해 함부로 다뤄지게 된다. <해리포터>를 수입한 양행 소수파의 스테디셀링 사례는 이러한 양행의 기조에 반하는 특수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ㄴ적멸(Entropy) : 양행이 특정한 상대에 대해 적의를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양행이 반감을 보이는 문제는 주로 정체된 현상에 관한 것들이다. 재개발이 불투명해지며 방치 상태에 놓인 오래된 아파트라던가, 효용을 찾지 못한 채 아무도 찾지 않게 된 공터라던가, 영역에서의 진보를 거부한 채 구태에 머물러 있는 올드 패션 등 우리의 후진성에 대한 증거로 양행이 삐뚤게 봄직한 모든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양행의 답은 간결하다. 불도저로 밀고, 새 상징을 건립하고, 멋진 잇 아이템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히 현실에 봉사하는 양행의 성격상 이들이 직접 개발한 개성 과학의 산물을 몸에 두르고 정복에 나서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렵다.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고 사회기조를 뒤바꿔 상대가 설 자리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양행이 사랑하는 방식이다.


같이 읽기

  ㄴ과학보다는 시대적 무드에 반응하는 양행의 정신은 기이한 이단자를 내부에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성 과학의 기준을 초월해 숫제 고전 마술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분파가 창시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0년 중반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리 포터>의 문물을 적극 적용했다. 이른바 ‘덤불 기사단’으로 불리는 이들 생짜 마법사들은 해당 작품에서 묘사된 마법사들의 풍속을 적용하여 포트키와 빗자루에 의지하는 저들만의 독자적인 체계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또한 선진 마법사 사회의 반영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단원들은 양행 내에서 현격한 가치관 차이를 보이며 말썽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술과 구분할 수 없을만큼 유사하다’는 아서 클라크의 제언을 적용하여 독자적인 팬덤으로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서양에서 흘러들어온 헤르메스 결사의 개척자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풍문은 거의 기정사실에 달한다.

  ㄴ로한양행의 내정은 신사동 가로수길을 중심 무대로 한다. 전국 프랜차이즈 1호점들이 줄줄이 여닫고 새 브랜드의 플래그십이 시험대에 서는, 양행의 수입 사업이 시험에 오르는 데 가로수길만큼 좋은 곳도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만신전이라 불러 마땅할 가로수길 상권을 무대로 양행의 온갖 실험과 도전이 난립하는 가운데,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이 영역을 비드슴히 걸친 세로수길은 실험을 마친 양행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이다. 상업화 이전 가로수길의 성격을 넘겨받은 이쪽 지역에서 화랑 <로하림>이 양행의 회동이 이어지는 정치 공간이 되어준다.


로테

  전용 어플리케이션 : 쇼핑사이트 <이미존>

  세계 최대의 판촉 사이트 호스트의 반도 내 연결을 교묘히 가로채고 있는 이미존은 보다 영속적인 마케팅을 위해 로한양행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몇안되는 사례이다. 이곳에 즐비한 상품의 만신전은 정확히는 선진국의 아이템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양행 구성원들이 모방 재가공을 가한 가상의 것들로 구성되어있다. 수면자들의 관심사를 면밀히 책정하여 유망한 미래 먹거리를 감지하는 한편 양행 자신들의 무기고로 쓰는 등, 이미존은 다양한 역할을 통해 양행 아젠다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텔레포트 장비 (공간, 물질 영역)

  개성 과학에서 만들어낸 비약적인 과학기술과 양행 아젠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장비. 물질 영역과 공간 영역의 조직을 통해 양행은 즉각적인 수입에 필요한 준비를 갖추게 된다. 구조적인 설명은 각각 알아서 하라는 주의에 따라 양행 마법사들은 각기 자기 논리에 맞는 텔레포트 장비와 설비를 갖춘다. 많은 경우 이들은 휴대 가능한 택배 출구나 목에 거는 우체통, 오른쪽으로 서는 버스 정거장이나 나무로 된 지하철 개찰구처럼 살짝 뒤틀린 현대 문물 스타일의 디자인을 갖는다. 덤불 기사단원들이 해진 장화를 끼워넣으려 들지만 않는다면, 현대 운송 서비스를 모토로 한 텔레포트 시스템은 양행 전체가 공유하는 몇 안되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


  아틀란티스 드라이버 (물질, 그외 영역)

  녹색으로 빛나는 작고 편리한 과학 장비에 대한 선망은 개성 과학의 예찬론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장비다. 양행 마법사라면 누구나 휴대하고 있는 이 간편한 장비는 선진국에서는 소위 아틀란티스 드라이버라 명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구, 맥가이버 칼, 이쑤시개와 기타 대용품으로 널리 휴대하는 것이다. 손으로 가리고 잠긴 문을 따는 데에 사람들의 의구심이 미치지 않는 만큼 아틀란티스 드라이버는 모순의 작용을 쉽게 속여넘기기 좋은 다용도 장비다. 쓱 가리고 갖다 대는 것만으로 작은 기적을 현실에게 떠먹이는 드라이버로, 장거리 무기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호신용으로도 유용히 쓸 수 있다.


  남산 터널로 수렴하는 경부선 및 각 고속도로들 (공간, 시간, 물질 영역)

  이전 시대의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양행은 자신들이 손을 댄 현실개혁 프로젝트 중 가장 거대한 영향을 미친 사업이라고 자평한다. 어떠한 필요성도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전히 지방과 중심간의 소통이라는 아젠다 하나만으로 세계를 움직인 사례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발생한 중대 사건은 앞선 시대의 교통 인프라를 통해 지방으로 확산되며 이는 ‘선진 사회의 답습’을 서울과 지방 사이의 관계에서 다시 한번 확장하는 효과를 갖는다. 즉 서울을 차지하면 반도 전체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를 낳는데, 이는 순전히 양행 자신의 자산이다.

비록 수도에서의 격전 때문에 지방 출장 같은건 엄두도 못낼 양행의 처지이지만,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과정상에서의 난관을 돌파한 경험은 양행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고속도로가 갖는 파급력을 통해서 양행은 패러다임 확산에 중요한 요소들을 곧장 먼 거리까지 실어나를 수 있게 되었다. 땅끝까지 보내는 데에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는 것. 이는 은밀함을 특징으로 삼는 몇몇 학파들의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양행이 성공시킨 중장기 프로젝트들 중 손꼽는 성취를 남긴 사업으로 기억에 남고 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ㅜ사 (공간, 물질 영역)

  특유의 차진 발음과 스냅 때문에라도 비행 마술이 수입 이후의 세상에서 자생력을 가질 이유는 충분했다. 덤불 기사단은 팬심의 힘으로 이 수법을 실제로 일어남직한 것이라 여기는 데까지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곤 하며, 보다 복잡한 주문들을 쓰기에 앞서 친근함과 추억을 되살리는 데에 이만큼 알맞은 주문도 없을 것이다. 로한 양행이 수입한 것들 중 예기찮게 가장 강한 파급력을 가지며 영속가능한 상품으로 남게 된 해당 작품의 컨텐츠는 양행을 내부에서 뒤흔드는 예기찮은 작용을 일으키며 개성 과학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수입산이면 다 되는지 등을 따져 묻는 근거로 작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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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것부터는 다분히 재해석이 들어가는 학파라 취향이나 인상 측면에서 느낌이 갈릴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자작한 아홉개 학파를 쓰고 내가 메이지를 굴릴 때 적용했던 개정 규칙과 스타일 등을 정리해서 팬 페이지 같은 식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음. 문제는 이걸 읽고 한국형 메이지를 딱 그려낼 만큼 구체성이 더 보장되어야 하는지 여분데.... 그게 감이 안 잡혀서도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니 메이지에 관심많은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적어주면 좋겠네. 확실히 관심이 와야 글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