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알피지 입문한지 2주쯤 된 뉴비이지만 혼돈 악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가 많아서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혼돈/악 캐릭터라는 것은 질서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기분 내키는대로 악행을 저지른다는 것인데
썰을 듣자 하니 많은 혼돈/악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악인이라고 설정해놓고
뜬금없이 PK를 시도한다든가, 플레이를 방해한다든가, NPC를 죽임으로써 혼돈/악 플레이를 하려는 거 같음.
그래서 결과적으로 마스터도 빡치고 같이하는 PL들도 짜증이 나는 상황으로 밖에 상황을 이끌지 못한다는 건데
혼돈/악 캐릭터가 무조건 지멋대로 행동해야 하느냐? 그건 아닐거임.
왜냐하면 캐릭터가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나를 생각해보면 쉬움.
PC를 한 사람의 인간이라 치고 PL이 하려했던 것마냥 미친놈처럼 살아왔으면 과연 그 자리에 있었을까?
멀쩡한 마스터가 그런 미치광이 PL을 하나 잡고 단 둘이 진행을 해도 PC의 악행을 신고받은
경비병/경찰 같은 치안 관련자들이 찾아와서 30분도 안되어 딸피가 되어있을 거임.
뉴스에 나온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들은 평소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위장하고 산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혼돈/악 성향이랍시고 아무나 죽이고 다니는 캐릭터였으면 그 PC의 세션 시작은 사형장이었겠지.
그렇다고 혼돈/악이 진짜 개미친놈이 없느냐? 그건 아닐거임. 영화에도 진짜 개미친놈들은 많이 나오잖아.
하지만 TRPG에서의 혼돈/악은 다른 PL과 어우러져야한다는 걸 유념해야 함.
TRPG는 같이 하는 게임이고 다른 마스터와 PL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플레이해야함.
물론 마음 넓은 멤버들이라면 자신의 PC에게 피드백이 돌아오는 것도 감수하겠지만
보통은 이 새끼 뭐지? 하는 반응만 돌아올거임
그래서 혼돈/악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간단히 썰을 풀어본다.
비록 해본 룰은 던전월드 밖에 없지만 던전월드 기반으로 설명해보자면
던전월드의 경우 판타지 세계 모험 활극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PC들과 파티플레이를 하게 되어있음.
그렇기 때문에 PL들은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만 같은 목표를 노리고 행동하게 되어있다.
자, 일단 여기서 RP로써의 혼돈/악을 연기할 수 있는 거지.
사악한 영주가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고 그 해결을 불쌍한 백성 NPC가 원하고 있다면
질서/선, 중립/선, 질서/중립 캐릭터는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할 것이고
질서/악 캐릭터는 영주를 처치하고 새로운 꼭두각시 영주를 대타로 세워 영지를 그림자 속에서 다스리려할 수도 있다.
중립/악 캐릭터는 영주를 처치하고 그 재물을 몰래 빼돌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보수를 받아 챙기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혼돈/악 캐릭터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 의기양양하던 영주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고 싶거나
영주가 죽고 난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권력 싸움, 지배자가 없어진 뒤의 도시의 혼돈을 보고싶어할 수 있는 거임.
이 단계에서 혼돈/악 캐릭터의 목표와 동기는 완성되었음.
그럼 이제 무엇이 남았느냐? 수단으로써의 혼돈/악이다.
악한 행위란 건 다른 PC가 도덕, 윤리적인 문제로 택할 수 없는 선택지를 혼돈/악은 선택할 수 있단 것이지.
예를 들어 다른 PC들이 정공법으로 영주의 방에 쳐들어가서 병사들을 제압하고 영주에게 하야를 촉구할 때
혼돈/악 PC는 영주를 압박할 때 영주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아내를 인질로 잡고 병사를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
혹은 병사들 자체를 마주치는 걸 피하기 위해 그 날 병사들에게 점심으로 나올 식사에 독을 타서 모조리 행동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거고.
적에게 둘러싸인 위기의 상황일 때 아군들을 배신 친 다음 적에게 붙고 정의로운 PC들을 비웃는 적의 수장을 그 뒤에서 찌를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치졸한 악당 같은 방식이 내가 좋아하는 간지폭풍 혼돈/악 캐릭터인가? 싶겠지만
혼돈/악은 네가 얼마나 기발한 악행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조커가 말했듯 범죄는 메시지임.
혼돈/악의 대명사인 조커조차도 다크나이트에서 한 짓이라곤 그렇게 특별할 건 없음.
물론 배트맨의 신념을 꺾기 위해 범죄 외의 미친놈같은 짓도 했지만,
TRPG에서 그런 쪽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PL이라면 애초에 이 글을 보고 있지 않았을 거다.
개인적으로 혼돈/악 성향의 플레이는 해본 적은 없지만 항상 모든 행위에 혼돈/악을 적용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어두운 곳에서 약하게 빛나는 랜턴이 시선을 잡아끌듯 중요한 시기에 한번씩 눈에 띄는 RP만 해도 주변 PL은 충분히
네 캐릭터가 아주 개씹쌔끼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친놈이란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임.
장문의 글이라 읽기 불편했을 텐데 그건 미안하고, 짧게 줄여쓴다.
혼돈/악 캐릭터는 지 멋대로 얼마나 미친놈 같은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PC들과 동일한 범위 안에서 얼마나 이상하고 나쁜놈인지 보여주는게 중요할 뿐.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 없이 혼돈/악을 플레이 하면 그냥 멋대가리 없는 정신이상자가 되기 쉬운 상급자용 RP라고 생각함.
부디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작하자마자 NPC를 찌르고 보는 허접한 플레이어라면 참고해보길 빈다.
읽어보고 내가 말한 게 아니다 싶으면 댓글로 욕하거나 걍 무시하든지. 내가 말하는게 정답이라는 건 아님.
아무튼 뉴비는 오늘 저녁에 세션 잡았으니 마스터링하러 갈거임. 총총.
모두들 즐껨.
개념찬거보소... 나랑 던월 할래?
여태껏 친구랑 세션 두 번 돌려본 게 전부라 모르는 사람이랑 하기엔 좀 무서움 ㄷㄷ
혼돈 악 PC는 그걸 맡은 플레이어가 잘해야 되는 게 아니라 팀이 받아줘야 가능한거야
아무리 잘해도 그냥 팀이 "안되겠는데?"라고 하면 안되는거임. 절대 악 성향과 파티를 하지 않는 팔라딘이 있다던지 하면 말이지.
반대로 그 팔라딘도 허락 안해주면 못해 - dc App
팔라딘이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캠페인이라면 그 캠페인이 특이 케이스겠지. 기본적으로는 허락 받을 필요가 없어. 룰북에서 권장하고 심지어 베이직 클래스로 제시한 거니까. 하지만 혼돈 악 성향은 그렇지 않지.
왜냐하면 혼돈 악 성향의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들과 잠시라도 진정으로 협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리스크를 다른 팀원들이 짊어질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고 투입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으니까 예외케이스로 빼놓는거지.
내 생각도 그렇긴 함. 아무튼 혼돈 악 어려움.
질서나 선 성향 PC와 충돌할 일도 있을 거고 아예 그 플레이를 싫어하는 PL도 많을 거라 생각함. 그래서 갠적으론 혼돈 악 플레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건 1인플을 하거나 아예 악 성향 PC만 가득한 세션을 돌리는게 제일 맘 편할듯.
나는 개인적으로 혼돈 악 성향의 캐릭터를 한다면 그자가 다른 PC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가치관이 그렇게 단기간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마법 제외) 것을 역이용해서, 혼돈 악 캐릭터가 캠페인을 통해 뭔가 다른 가치관으로 바뀌는 플레이를 한다고 하면 그런 것은 흥미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글을 적은 취지는 멋대로인 RP를 하란 게 아니라 최대한 파티와 어우러질 수 있는 플레이를 하란 개념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음.. 가령 다른 성향 플레이어들에게 제지당하더라도 그런 주장을 했다는 RP만으로도 혼돈/악 플레이는 충분히 한 게 아닌가 생각해.
하지만 단지 혼돈 악 성향을 과시하거나 즐기기 위한 캐릭터라면 그건 글쓴이가 말한 대로 1인플 혹은 아예 악당들이 모인 캠페인을 하는 게 맞겠지.
마블 영화에서 토르에게 잡혀사는 로키마냥 말이지
아무튼 좋은 이야기 고마워 내 글에 이렇게 반응해준다는게 참 기쁘다
글쎄 극단주의 팔라딘도 다른 PL들 불편하게 만드는건 똑같지. 오죽하면 팔라딘의 미덕은 센스 모티브를 찍지 않는거라는 말이 있겠어. 선이 악보다야 낫겠지만 어차피 가치관이 강하게 표출되는 캐릭터는 조율이 필요한건 매한가지임. - dc App
팔라딘도 못한다고 해서 오해한거같은데 내가 말한건 어디까지나 '절대 악과 파티를 맺지 않는' 팔라딘 얘기임. 왜냐하면 3.5랑 5판 팔라딘 소개에는 둘 다 조건에 따라 악과 협력할 수 있다고 되있거든 - dc App
ㄴ그건 팔라딘을 대놓고 픽하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 사실 룰북에는 팔라딘이 다 극단주의로 가야 한다는 얘기도 없어. 코드를 지키라는 말이 있을 뿐이지. 뭐든 극단으로 가면 당연히 안좋지.
나도 팔라딘 자주 해봐서 아는데 그건 거악을 처치하기 위해 좀 작은 악과 협력하는, 그야말로 '상황이 극단적인' 수준일 때나 가능한 거고 그것도 심지어 주기적으로 속죄를 거행해야 하는, 말하자면 불가피하고 일시적인 상황일 텐데?
그리고 그런 상황은 애초에 캠페인의 설정에 달린 것이니 특이케이스지.
그건 해석이 과한 것 같은데 팔라딘이 악한/비겁한 수단에 대한 허용도가 0인건 아니잖아. 만약 그렇다면 파티에서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혼돈악이나 별 다를바 없을듯 - dc App
ㄴ일단 패스파인더는 최근에 봐서 확실히 아는데 내가 위에 말한 그대로 써있어. 내 해석이 아님. 그리고 3.5에서는 만일 악한 자와 협력하고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자신의 도덕적인 규율을 공격받아 방어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팔라딘에 대한 룰 자체가 빡빡한거지.
내가 말하려고 하는건 이블의 해석 문젠데...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실상 도둑질이나 잠입하는 대부분의 로그랑 팔라딘은 파티 자체가 안 된다는 얘기가 되잖아. 거기서 말하는 이블은 좀 더 협의라고 봐안 - dc App
ㄴ성향 자체가 마법으로 정확하게 감지가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기도 한데(팔라딘은 디텍트 이블이 기본 능력이니) 로그가 악 성향이 아니라면 일단 파티는 맺을 수 있어. 하지만 그 로그가 강도질이나 사기를 치려고 하면, 그건 명백한 악행이니까 팔라딘이 제지를 하기 시작할 거고 그럼 파티 플레이가 잘 안될 거라는 정도는 미리 예상이 되겠지?
그런데 사실 선 성향 캐릭터들이라면 다 안좋아할 짓이기도 해. 다만 팔라딘은 룰이 유독 빡빡하니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이런 경우엔 오히려 합의를 해서 팔라딘 대신 클레릭이나 블랙가드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둘 다 무조건 로그/팔라딘을 하고 싶다면 좀 더 창의적인 해답이 필요할 거고.
실제로 겪은 혼돈 악 플레이어 : "저는 경비병에게 돌을 던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