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악 성향 글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 좋아 글 더 적어봄.
아까 쓴 글에 이어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혼돈 악 플레이 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말한 건 독단적인 에고 표출을 하란 소리가 아님.
TRPG는 사회적인 게임이고 모두의 협의를 도출해서 액션을 취해야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마스터가 통제를 위해 존재하는 거고 내 개인적인 마스터링 성향도
PL이 NPC에게 돌발적인 액션을 취하는 걸 별로 좋아하질 않아.
소소한 대화면 몰라도 마스터는 어쨌든 PL에게 기회를 줄 거고 그 때에 맞춰서 액션을 취하면 된다고 생각함.
이건 뭐 내 개인적인 성향이니 각설하고.
혼돈/악 플레이 글에서도 썼듯 내가 그 글을 쓴 요지는
제멋대로 플레이해서 같이 플레이하는 인원들을 갑분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었음.
그래서 돌발적인 NPC살해보다는 같은 플레이에서 이런 방향의 선택지를 할 수 있음을 제시한 거고.
이제 여기서 더 말해보자면 이미 말했듯 TRPG는 사회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 전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 할 것임을 미리 같이 노는 PL들에게 고지해야한다고 생각함.
특히 혼돈/악이 아니더라도 캐릭터성이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말이야.
댓글에도 적혔듯 정의충 근본주의 빡대가리 팔라딘도 방향은 다르지만 플레이에 따라
주변 PL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듯 자신의 PC의 성향은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음.
그래서 세션을 시작하기 전 미리 자신이 어떻게 할 거란걸 고지하고 주변인이 난색을 표하면
캐릭터성을 좀 뜯어고칠 수 있는 거임.
자, 이제 어떻게 뜯어고치느냐. 성향을 바꾸란 소리가 아님.
사람은 성격이 다양하잖아? 가령 너의 PC가 너무 착한 사람이라고치자. 아마 질서/선이겠지.
하지만 그걸 좀 더 세분화 해서 한 노인이 어떤 남자에게 겁박당하고 있는 걸 네 PC가 봤다.
여기서 선택지가 나뉠 수 있음. 성향의 문제가 아닌 성격의 문제임.
겁이 없고 행동력 충만한 PC라면 당장 달려가서 남자를 제지할 거고
소심한 PC라면 도와줘야 하는데 어떡해,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겠지.
이런 식으로 캐릭터에 가감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맞춰갈 수 있는 거임.
네가 혼돈/악을 플레이하고 있다면 나쁜 짓을 하려고 하다가도 말을 꺼내자마자
주변 PC들에게 제지당해서 까비, 하고 말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애초부터 이 녀석들 때문에 못하겠군, 하고 포기할 수도 있는 거다.
아무튼 혼돈/악 좋아하는 애들 중에 냉정한 캐릭터로 설정한 사람들 많잖아?
설마 나쁜 짓 했다가 동료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 있는 행동을
너의 멋진 혼돈/악 캐릭터가 빡대가리처럼 할 거라고 생각함?
혼돈/악 캐릭터가 서슴없이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듯 주변의 질서/선 캐릭터도
악한 행위를 하는 널 서슴없이 찔러죽일 수 있단 걸 기억해라.
개인적으로는 주변 PL도 나쁘지 않게 생각할만한 RP는
네가 세운 아주 사악한 계획을 말하면 주변에서 제지당하는 게
가장 보기 좋은 RP가 아닌가 싶다. 나쁜 놈 티도 나잖아.
빡대가리도 아니고 자기 계획을 왜 술술 말하냐고? 그렇기에 혼돈임.
성향은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거지 다른 사람 기분 잡치라고 있는게 아님을 상기해라.
이러한 조율을 통해 반감이 있을 수 있는 너의 RP를 조금이나마 주변에 맞춰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RPG는 사회적 게임이고 모두가 다같이 즐기는 게 중요하지 너 하나의 독단을
모두가 맞춰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접어야 할 때는 접어주는 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이렇게 조율한 것도 주변에서 별로라고 하면 쿨하게 마음 접어주고 새 시트를 꺼내도록.
네가 혼돈/악을 플레이 할 기회는 주댕이 잘 털고 얼마나 주위에 잘 맞추는 지에 따라 갈리게 되니깐.
즐거운 플레이를 하고 싶으면 주변 PL들, 마스터랑 많은 대화를 해라. 그럴 수록 게임이 풍부해짐.
물론 이렇게 적어놔도 와따시노 스고이한 캐릭터는 이래야 한다능, 하면서
비릿한 웃음을 짓는 캐릭터를 해야겠다면 음 글쎄..
그렇다면 네가 해야할 건 TRPG가 아니라 사회생활일듯.
아무튼 이번에도 장문 써서 미안하고
부디 주변과 조화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즐겜러가 될 수 있길 빔.
그럼 총총.
티알 시작한지 얼마 안된 뉴비 글이라 아닌거 같다 싶으면 지적 부탁드림다..
아마 혼돈 악 성향의 문제는 (비록 플레이어 자신은 에고를 앞세우고 싶지 않아도) 캐릭터의 설정을 고려하면 그런 선언을 해야만 캐릭터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자주 닥친다는 데 있지 않나 싶다. 기껏 혼돈 악으로 설정해놓고 매번 "흥 이번만은 봐주지!" 라며 남들과 협력하는 츤데레 큐티 RP만 하고 있으면 대체 이놈이 진짜 혼돈 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거 아니냐? 그래서 로그한테 전기충격기 채운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고.
혼돈 악이 그런 면에서 피곤하긴 함. 질서 악은 안들키게 자기 의도대로 끌어가는 계락가 이미지 만들기가 쉽지만 혼돈 악은 충동적인 면이 좀 있어야 캐릭터가 살거든 - dc App
이번 글에 쓴 건 그나마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는 혼돈/악 RP에 대해 말해본 건데 정말 이게 혼돈/악이다! 싶은 플레이를 하려면 멤버간에 담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함.
그래서 갠적으론 혼돈/악은 아군으로 나올 때보단 적으로 나올 때가 더 재미있는 거 같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