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올리는 글은 '게임 내에서 마스터가 제시하는 문제의 솔루션을 게임의 룰로만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느냐',
그리고 '게임 내에서 마스터가 제시하는 문제의 솔루션은 반드시 고정되어 있어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임.
가령 암벽등반을 할 때는 딱히 RP 같은거 할 필요 없이 등반 체크만 해도 (결과값이 충분하면) 돌파할 수 있고,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보통은 마찬가지로 뭔가 곁들이지 않아도 관련 판정으로만 통과할 수 있을 것임.
그렇지만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지고 이런저런 조건이 붙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문제의 답 자체가 딱히 뭔가로 정해져 있지 않거나, GM이 답을 미리 정해놨는데 플레이어가 다른 방식을 제시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함.
이 글은 이런 종류의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지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내용임.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30622175244/http://www.wizards.com/dnd/Article.aspx?x=dnd/4ll/20111115
게임 디자인 이론에는 게임 대 시뮬레이션, 복잡성 대 단순성, 샌드박스 대 스토리라인 같은 식의 이분법이 많습니다.
이 중에서 D&D에 속한 내용에는 간단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의미를 담은 흥미로운 주제가 있지요.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미리 만들어진 게임 내의 해법이 존재하는 난제들을 제시하는가?
가령, 모든 몬스터들이, 말하자면 검과 매직 미사일 같은 공격을 그 대상이 죽을 때까지 퍼붓는 정공법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까요?
기어올라갈 벽, 가로지를 좁은 턱, 건너야 할 강 같은 모든 물리적 장애물을 주사위 굴림으로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필요한 주사위 굴림 수치를 PC의 레벨과 능력치로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적절한 스킬과 주문이 있다면 모든 퍼즐을 풀어낼 수 있을까요?
(게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게임에서 미리 제시된 대응책이나 해법이 존재할까요?
다른 말로 하자면, 플레이어가 모든 게임 내의 문제를 해결할 때 캐릭터 시트 외의 것을 참조할 일이 생길까요?
게임의 범위는 규칙의 범위에 의해 정의되는 것일까요?
이 게임의 근원을 되돌아보면, 이런 질문의 대답은 보통 '아니오'였습니다.
옛날에는 게임의 메카닉이 캐릭터가 처한 문제의 해답을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플레이어는 규칙의 경계를 이탈해서 책에는 실리지 않은 해법을 찾아나섰지요.
언제든 플레이어의 창의성이 인카운터에서 승리하는 열쇠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사실 DM이 미리 정해진 답을 준비하지 않은 경우가 매우 잦았습니다. PC들이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기를 기대한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의 판본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PC의 능력만을 동원해서는 이길 수 없는 인카운터는 적습니다. 예시로 화염 면역을 살펴봅시다.
옛 판본에서는 레드 드래곤이 화염에 면역이었습니다. 만약 파이어볼을 챙겼다면 그냥 망한 거였죠.
하지만 가장 최근의 판본에서는(역주: 4판)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내린 선택이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건 별로 재미있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레드 드래곤은 화염에 저항력을 갖지만 면역은 아니게 됐습니다. 여전히 파이어볼을 쓸 수는 있는 것입니다.
이건 일리가 있는 디자인 방식입니다. 어떤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 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자물쇠든 찾아낼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하는 거지요. 모든 장벽에는 지나갈 방법이 있는 셈이구요.
PC들이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난제를 내지 않게 하는 방식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주사위를 굴리도록 독려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간단한 던전 방을 살펴보죠.
건너편에는 보물더미가 쌓여있습니다.
PC가 안으로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뚫을 수 없는 포스 벽이 방 반대편으로 갈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
'올드 스쿨' 던전에서는 플레이어가 포스 벽을 뚫을 방법을 찾아내거나 어떻게든 우회해야만 보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DM이 미리 정한 해답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아마 캐릭터가 보유한 자원 상황을 따졌을 때 보물을 얻기란 불가능했을 수도 있죠.
시간이 지나 게임이 발전하면서 인카운터의 디자인에 그 해법이 첨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포스 벽을 해제하는 레버가 던전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적절한 주문이나 주문의 조합이 방어벽을 해체할 수도 있겠군요. 비밀 통로가 존재하여 포스 벽을 돌아갈 수 있을 수도 있구요.
어쩌면 그냥 부서질 때까지 계속 두드린 끝에 방어벽이 박살날 수도 있겠네요.
여기서 서로 다른 접근법들이 폭넓게 드러납니다.
가령 포스 벽을 지나가는 특정한 방법이 있다면, 이 방법을 찾는 데에는 여전히 플레이어의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인카운터에서는 캐릭터를 위한 안전망을 준비하긴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어가 그에 필요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올드 스쿨' 접근법의 정반대는 피해를 주거나 스킬 체크를 하는 등 캐릭터 능력만을 사용해서 포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겠죠.
역사적으로 D&D는 플레이어와 캐릭터 모두에게 난제를 부과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모든 문제가 척척 해결되지는 않았던 거죠.
어떤 문제에는 플레이어들이 답을 떠올리기 전까지는 아예 정해진 답이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만약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를 그저 능력을 직접 사용하기만 해도 주사위의 변덕만 없다면 모두 해결되는 게임이 있다면,
그걸 플레이어들이 깨닫게 되었을 때 많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결국 그 게임이 지루해지게 될 겁니다.
D&D에는 스토리텔링뿐만이 아니라 성취감 또한 중요합니다. 위대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장애물의 극복이지요.
규칙의 경계에서는 이탈했지만 여전히 게임의 경계 안에 있는 해법을 찾아냈을 때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게 핵심일 지도 모릅니다. 규칙이 게임의 전부는 아닙니다. 게임은 규칙보다 많은 걸 담고 있습니다.
규칙을 깨거나, 피하거나, 아예 무시해도 게임에서 이탈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그런 종류의 플레이도 모두 포괄한 겁니다.
사실은 그런 플레이를 기반으로 짜여있기도 하죠.
그러면, 게임의 디자인이 규칙의 디자인보다 더욱 커서는 안 될 이유가 어디에 있죠? 이런 가정을 고려하면 어떨까요?
결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DM이나 디자이너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돌아오게 됩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결정하는 것이 다시 플레이어의 손에 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주의 설문조사
(몬스터, 함정, 계략, 방어벽, 롤플레이 인카운터 등의) 난제를 돌파할 때, 1은 "절대 없음", 5는 "항상"의 기준인 1 ~ 5 단계를 사용한다면,
어떤 난제를 돌파할 가장 좋은 해답은 어느 정도만큼 (공격이나 체크 등의) 일반적인 PC의 능력을 관장하는 규칙의 범주 내에 있어야 합니까?
좋은 글추
언제나 글 잘 읽고잇서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