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무부니 뭐니 하는 초인 집단이 무한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스타일 말고, 적절한 파워 레벨(200~250CP 가량)을 바탕으로, 마법이나 초능력 같은 건 없거나 최소화된 '현실적으로 유능한 캐릭터들'을 가지고서 테크노스릴러스러운 스타일의 플레이를 한다고 전제한다. 



1)캐릭터의 핵심 정체성은 '무한경비대 대원'이어야 함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무한경비대는 홈라인의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는 초국가적 준군사 집단이지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일 수도 부패하고 탐욕스런 사람일 수도 있지만 무한경비대 플레이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이세계 관련 기술과 지식을 은폐하고 홈라인을 위하여 이세계의 사건사고에 개입하는 것이고, 이 캐릭터의 인생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경비대원으로서의 활동이다. 별로 지키고 싶지 않은 껄끄러운 명령이 윗선에서 내려올 경우("현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평화운동가가 있는데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센트럼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그를 암살하고 과격파의 소행으로 위장해라" 같은) 그 실행방식에 있어 좀 더 부드럽고 온건한 수단을 취할 수도 있고, 정 뭣하면 아예 일부러 임무를 실패해 버린 뒤 '실패했어염 데헷'하고 보고를 올릴 수도 있지만 경비대원으로서의 입장보다 강한 개인적 동기나 정체성이 있으면 곤란하다. 플레이어가 "사실 내 정체는 '와이번' 평행계에서 온 드래곤이며 인간의 방식에 흥미를 느껴 인간으로 폴리모프해 경비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같은 설정의 캐릭터를 가져오면 때려라. 


2)플레이 배경이 되는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주요 인물 및 사건들에 대해 대강이라도 공부를 해둬라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 무한세계지만, 무한경비대 플레이의 핵심줄기는 어디까지나 센트럼 같은 라이벌 세력이나 아르마넨 결사의 차원 나치 같은 개객기들을 상대로 역사계 땅따먹기를 하는 거라고 본다. 대체역사물 장르에 대한 감이 있다면 더욱 좋다.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꿀 것인가는 무한세계 룰북에 상세히 나와 있다. 복잡한 거 제끼고 라이히-5의 TL10  군사요새 '울펜슈타인'을 때려 부수는 플레이도 못할 건 없지만 사실 이런 건 굳이 무한경비대 플레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3)간접적 접근을 중시해라

무한세계 룰북을 읽어보면 경비대도 인터월드도 대놓고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활동하지 못할 이유가 나온다. 경비대는 이차원 기술이 유출되는 걸 꺼리고, 인터월드는 그런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은 비교적 흐릿하지만 '난 평행세계에서 왔소' 같은 소리를 대놓고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정적으로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무력으로 전부 쓸어 버리는 플레이는 머리를 쓰는 재미도 없고 무한세계로 플레이할 이유도 없다. 이 세계에서 어떻게 정체를 숨길지, 어떻게 해서 높으신 분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보할지, 어떻게 암약하는 적들의 정체를 알아낼지, 마스터는 그에 대한 옵션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플레이어는 우월한 지식과 기술을 통해 첩보물 플레이를 하는 게 제대로 즐기는 방식이라고 본다.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 등의 기능을 자주 쓸 기회를 만들고 활용해라.


4)적들을 똑똑하게 움직여라

캐릭터들이 활동하는 평행세계가 중세 이전의 전근대 시대라고 해서 그 세계 사람들이 현대인보다 멍청한 건 아니다. 16세기 유럽인만 해도 총의 형태와 개념은 안다. 중세 수도사도 '하늘을 날으는 기계'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중세 유럽은 '무지와 광신에 찬 암흑 시대'가 아니라, '교회가 지식을 독점하고 관리한 시대'다). 상하수도 시설과 역병 방역에 대한 개념은 고대 로마 시절에 이미 있었다. 이차원 관련 기술과 지식만 없을 뿐 다른 과학 기술은 홈라인과 엇비슷하거나 더 발달한 세계도 많다. 비교적 선형적으로 발달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아닌, 행정이나 정치 관련 지식과 제도는 꽤 빠르게 발달했고(서유럽 놈들은 중세 끝물에야 봉건제도 마무리하고 절대왕정 체제 구축했지만 고대 중국 주나라 시절에는 이미 꽤 정교한 관료제가 있었다) 그에 걸맞는 예절과 풍습이 있었다. 수학만 해도 유클리드 기하학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거의 다 개념이 잡혔다. 그런 거 만들어낸 사람들이 멍청할 리가 없다. 인간의 순수한 지적 능력은 아예 원시 시대가 아닌 이상 예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고, 개개인에 있어선 아예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을 막연히나마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중세 유럽 같은 데 간 경비대원 캐릭터가 남들 보는 앞에서 전기레이저 뿜뿜했다 치자. 시골 농부라면 "히익 마법사가 지팡이를 꺼내 사람을 겨누자 그 사람이 기절했어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세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마법의 존재를 믿을 리는 없고, 잘 교육 받은 귀족이나 고위 성직자 같은 엘리트 계급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다(개인적으로는 중세 시대에도 주교급 이상 고위 성직자 중에선 진심으로 신의 존재를 믿고 섬긴 사람의 비율은 별로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더 생각해뒀는데 쓰다 보니까 졸리고 귀찮아서 이쯤 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