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요즘 들어 밸런스에 대한 글을 자꾸 가져오고 있네.

글 번역하면서 캐릭터나 옵션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밸런스를 맞춘다는 게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참 힘든 문제라는 걸 느낄 수 있었음.

이번에는 캐릭터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옵션을 어떻게 캐릭터 그 자체와 캠페인에 엮어넣을 지에 대한 글임.

얼마 전에도 이야기 나왔지만 요즘 들어 페이트를 까는 듯이 느껴지는 서술이 계속 나오는데,

번역한 밸런스 관련 칼럼들은 페이트 출시 이전에 쓰여진 거니까 오해 없으면 함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11024221508/http://wizards.com/DnD/Article.aspx?x=dnd/4ll/20110726





지난 몇 주 동안 모듈성에 중점을 둔 D&D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플레이어와 DM이 옵션이나 특정한 서브시스템 규칙으로 표현되는 복잡성을 게임에 원하는 만큼 더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DM은 전투의 비중이 큰 캠페인을 위해 세부적이고 전술적인 전투 시스템을 쓸 수도 있습니다.

어떤 플레이어는 피트와 클래스 능력 선택을 통해 자신의 파이터를 최적화할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는 미리 정해진 선택지를 사용한 코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런 선택지는 괜찮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다이얼, 스위치, 손잡이들을 붙여놓고도 어떻게 해야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할 수 있을까요?

캐릭터에게 더 많은 새로운 옵션과 능력을 준다면 당연히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반면, D&D의 기본을 서로 다른 규칙을 쓰는 여러 분류로 쪼개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요?



압도적 화력을 통한 게임 밸런스


가장 먼저, 밸런스의 개념과, 밸런스와 복잡성의 연관점을 알아봅시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겨나네요. R&D에게 밸런스란 과연 뭘까요?


R&D에게 밸런스란 2가지를 의미합니다.


플레이어에게 있어서는, 같은 레벨의 캐릭터가 클래스나 종족과 무관하게 개략적으로 비슷한 능력 수준을 보유한다는 뜻입니다.

파이터와 바바리안이 모두 무기를 사용한 전투가 뛰어나는 식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파이터가 로그보다 HP가 많지만, 로그는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게 움직이고, 함정을 해체하고,

적으로부터 무사히 빠져나가는 등 서로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지요.

어떤 상황에서는 파이터가 로그보다 뛰어나고, 다른 때에는 그 반대겠지만,

대체적으로 두 클래스가 어드벤처 전체에 기여하는 정도는 비슷해야 합니다.


DM에게 있어서는, DM이 몬스터, 함정, 또는 그 외의 장애물의 난이도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DM은 그린 드래곤과 플레이어 캐릭터들을 서로 비교해 보고, 드래곤과의 전투가 치열한 사투일 지,

캐릭터들은 꽤 구르겠지만 죽지는 않을 정도로 끝날 지, 아니면 식은 죽 먹기일 지 시스템을 이용해 판단합니다.

물론, 공들여 준비한 계획대로 세밀하게 묘사를 할 건지, 아니면 그냥 무작위 인카운터 표를 굴렸는 지는 다르지만,

DM은 여전히 원하는 걸 마음대로 낼 수 있지요. 그러나 규칙은 캐릭터와 맞닥뜨린 장애물을 평가할 기준을 제공해줍니다.


이걸 생각해보면, 가장 쉬운 답은 캐릭터의 능력을 레벨에 따라 규정한 뒤 모든 걸 동급으로 놓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어떤 규칙을 쓰든 캐릭터의 능력에 전혀 차이가 없도록 만든다는 뜻이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정말 멍청한 해법입니다.

이런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겉치레 외에는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는 선택지만을 늘어놓아 끝없이 쳇바퀴를 돌게 만들죠.

게다가 DM이 캐릭터의 능력에 맞춰 캠페인을 꾸민다는 발상도 막아버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해법의 문제는 양방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간결한 캐릭터에 만족하면서도 밸런스와 무관하게 자기 캐릭터에 살을 붙이는 선택지를 쓰고 싶어하는 그룹이,

최적화와 전투 능력에만 집중하는 그룹과 무조건 같은 규칙을 써야 합니다.


이 대신 이런 방식을 생각해봅시다.

코어 클래스 중에서도 계속해서 파이터를 예로 들자면, 베이직 D&D나 AD&D같은 클래스를 보죠.

파이터의 명중률은 증가하고, 더 많은 공격을 하고, HP도 꾸준히 늘어납니다. 이게 D&D 파이터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좀 더 전술적인 옵션을 원하는 그룹이 있다고 가정하죠.

이 그룹은 4판 같은 무술 기동(maneuver)를 포함시키고 싶어합니다.

이 서브시스템을 사용하면 파이터는 좀 더 강력해질 겁니다.


만약 이 그룹에서 클래스 간의 능력 수준을 맞추고자 한다면, 다른 모든 클래스도 능력을 강화하는 규칙 모듈을 쓰게 됩니다.

(위저드는 주문을 더 얻을 수도 있겠고, 클레릭은 도메인 능력을 받거나, 로그는 파이터 같은 기동이나 묘기도 좋겠네요)

DM은 추가할 시스템을 선정하거나,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옵션룰을 고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모든 캐릭터가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손에 넣은 셈입니다. 여기서는 이걸 1파워라고 부릅시다.


DM은 이에 따라 캠페인의 난이도를 더 강력한 몬스터를 쓰거나 적의 수를 늘려서 간단히 맞추면 됩니다.

DM이 현재의 파티를 일반적인 캐릭터들보다 더욱 강력한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이지요.

4판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드벤처를 구성할 때의 경험치 용량이 늘어납니다. 3판 식으로는 인카운터 레벨이 증가합니다.

DM이 캐릭터들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늘리면 됩니다.


디자인적 관점으로는, 각각의 옵션룰은 다른 옵션룰과 비교했을 때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좀 더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여러 옵션룰을 추가했을 때의 난이도 설정을 살펴봐야겠죠.

똑같은 옵션을 여러 번 더할 수도 있을 겁니다.

파이터가 행동점이나 무술 기동을 동시에 얻거나, 피트를 2배로 얻는 방식 등이 있겠네요.

이 두 가지 중 어떤 경우에도 모든 캐릭터는 2파워를 얻은 셈입니다.


그게 부족했다면 기본선보다 2배 혹은 3배 더 좋은 옵션을 쓸 수도 있겠군요.

3판의 언어스드 아카나에 실린 게슈탈트 캐릭터 규칙(역주: 두 클래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옵션룰)은 3파워쯤 될 겁니다.


이런 접근법을 통해 DM은 캠페인을 매우 색다른 느낌이 들게 꾸미거나, 플레이어가 원하는 구체적인 방향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혹시 이와는 반대로 향해 힘든 게임을 위해 기본선의 캐릭터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싶다면,

경험치를 줄이고 캐릭터의 능력 수준을 낮출 수도 있구요.


이런 변형이 주로 전투에서의 캐릭터 능력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 명심하세요.

롤플레이, 탐험, 퍼즐을 비롯한 다른 행위에서는 DM이 훨씬 자유롭게 난관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 전투 시스템을 통해 경험치를 얻는 게임에서는 캐릭터들이 그런 갈등 해결에 더 뛰어나도록 옵션룰을 쓸 수도 있고요.


다른 옵션룰들은 경험치와 무관할 겁니다.

코어 파이터로 돌아가보자면, 고레벨에 성을 보유하고 추종자를 거느리는 건 클래스의 전투 능력 자체에는 영향이 없겠죠.

DM이 이런 규칙을 게임에 추가할 때는 경험치 표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추종자와 병사들은 파이터의 요새에 남아 이것저것을 해야 할 겁니다.

이런 요소를 어드벤처에 도입하면 농민 반란이나 본진에서의 배신 같은 소재로 이어지겠네요.

반면 역으로 이런 요소들을 파워 단위를 통해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관련 규칙에서 칭호와 토지의 소유권이 모험과 어떤 연관이 있도록 할 지 DM이 결정할 선택지를 부여할 수도 있겠군요.


무엇보다, 캐릭터와 몬스터 간의 밸런스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플레이어는 이런 것은 그냥 접어둘 수도 있습니다.

요새를 갖고 있는 고레벨 파이터가 신하들을 모험에 데려가던 말던 DM은 거기에 맞춰서 따라가는 겁니다.

혹시 전투에 병사와 추종자를 참가시킨다면 그들을 잃는 페널티만으로도 충분한 셈이고,

그 결과 모험이 더욱 쉬워지게 된다면 그건 그저 게임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캠페인을 떠나서


DM이 캐릭터의 상대적 능력을 잘 이해하고 캠페인을 다듬을 수 있다면, 서로 다른 그룹끼리는 어떻게 연관될까요?


먼저, 새로운 서브시스템에 명확한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우리는 모든 캐릭터가 피트와 스킬을 사용하고, 파이터와 로그는 무술 기동을 쓰고,

클레릭은 도메인, 위저드는 학파 특화를 쓰고...' 같은 식으로 원하는 옵션의 조합이 어떤 지 말해줄 수 있어야지요.


두번째로, 디자인 관점에서는 2종류의 모듈이 존재합니다.

어떤 모듈은 일반적으로 모든 캠페인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피트, 스킬, 또는 개성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에 얹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로서,

더욱 캐릭터를 잘 꾸밀 수 있으면서 어떤 것들은 캐릭터 능력을 올려줄 수도 있죠.

R&D는 이런 규칙 모듈이 계속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모듈에는 각자의 명확한 정체성이 필요합니다.

어떤 모듈을 쓴다고 DM이 선언한다면, 플레이어도 그 모듈이 캠페인에 무슨 의미를 가지는 지 매우 잘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종류의 모듈은 독특한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부류입니다.

가령 배를 움직이거나 선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규칙은 해적 캠페인을 운영할 때 쓸만하겠군요.

아마 모든 캐릭터가 고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능력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칙 모듈은 오디세이나 해적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게임처럼 특정한 종류들의 캠페인에만 유용하지요.

반면 다크 선 캠페인이나 던전크롤 중심에서는 그런 세밀한 규칙은 필요없을 겁니다.

배와 수중 이동에 대한 기본 규칙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이런 접근법을 통해 규칙 모듈은 DM이 캠페인을 정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선택지들 중 일부는 핵심 규칙을 다루지만, 다른 선택지는 게임 자체를 꾸미고 독특한 세팅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쓰입니다.

이상적으로는, DM에게 있어 이런 옵션들을 쓰는 건, DM이 플레이어에게 캠페인이 비행정, 드래곤 군주들,

그리고 마법이 등장하는 중세 이탈리풍의 캠페인을 한다고 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여러 옵션들이 캐릭터 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 한데 묶고,

그 옵션들을 DM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DM에게 캠페인에 어울리는 규칙을 다듬어내는 선택지들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옵션들이 정확하게 만들어지고, 설계되고, 제공된다면,

옵션들은 DM과 플레이어가 서로의 취향과 캠페인을 설명할 좋은 지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