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란, 아싸의 반대말이지. 모두 알다시피. 근데, 사실 이 '인싸'란 말은 애초부터 사용되던 말은 아냐. '아싸'의 대척점을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가져다 붙이기 시작하면서 사용된 말이지. '아싸'가 없었다면 '인싸'도 없는거지. 마치 '소인배'라는 단어의 대척점을 표현하기 위해 넷상에서 '대인배'라는 말을 만들어 쓴 것처럼 말이야. 그래, 비표준어야. 네이버 사전에 나온다고 표준어 아냐. 요새 네이버 사전에 네티즌 참여 생기면서 예문이나 단어에 씹덕 테이스트 가미되던데 좆같기 그지 없다.

물론 영단어로는 'insider'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outsider'의 완벽한 대극에 존재한다고 표현하긴 힘든 단어긴 해. 단순히 경계 내, 외를 지칭하는 것만으로 '아싸'와 '인싸' 단어의 조어 방식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거지.

중간에 말이 좀 샜는데, 어쨌든 '인싸'는 '아싸'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봐도 무방해. 나같은 못생긴 이들이 주말에 클럽가서 노는 사람들을 보고 '인싸'라고 말하며 동성 친구들끼리 주말에 술을 먹고 놀때, 이 '인싸'는 '주말에 클럽가는 이들'을 지칭해.

또한, 친구 하나 없어서 주말에 인방이나 보면서, 주말에 친구들끼리 술먹는 이들을 보고 '인싸'라고 부르는 것도 틀리지 않은 용법이야. 여기서의 '인싸'는 '주말에 친구 만나는 이들'을 뜻하지.

즉, '인싸'라는 단어는 단어의 사용자의 열등감을 다소 코믹하게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는거야. '인싸'라는 단어에 어떤 고정적인 행위나 존재를 붙이기 힘들다는거지.

그럼 티알판에서의 '인싸'는 뭐냐?

존나 슬프지만 티알판의 '인싸'는 다른 곳의 '인싸'보다 현격하게 낮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 그 기준은 몇 개 되지도 않아.

1. trpg를 위해 만나기 전 개인 위생을 점검하는 이들
- 꼬우면...아시죠?


2.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내뱉지 않는 이들
- 디씨나 트위터에서 하던 짓을 현실에서 그대로 내뱉지 않는 것만으로 인싸력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지. 디씨 방구석여포니 트위터 애니프사니 뭐니 다 필요없고, 중요한 건 '현실'에서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출 줄 아는 자들.

Ex) "님 그런거 하세요? 개빻았네요; 그런거 왜 해요? 으..."(취미가 소녀전선임을 밝힌 직후 필자에게 가해진 공격 중 일부. 참고로 그날 처음 만난 사이)

Ex2) "헐...존나 쩐다; 미친; 님 우리 악수해요. 님도 춘전빠임? 저도 춘전 스킨 뽑느라 엄마 찬스 존내 씀여ㅋㅋ 춘전이가 최고죠 진짜; 약간 꼴릿하면서도 성숙한게 (생략)"
(취미가 소녀전선이고, 스프링필드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말한 직후 필자에게 한 말. 참고로 장소는 카페였고, 나는 귀까지 빨개짐)

Ex3) "스토리 좀 지나치게 상투적인거 아닌지. 클리셰는 늘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해주니까 클리셰인건 맞는데 이런 식으로 클리셰만으로 스토리가 짜지니까 좀 예측 가능해서 밋밋하긴했네요. 뭐 전 그 외엔 대충 합격선이라고 봐요."
(플 끝난 후 피드백 시간에 가해진 의문의 딜교. 뭐가 합격이라는거지..? 아직도 의문이 남음)

3. 성욕 조절 가능한 이들. 아니, 조절이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행동이 무슨 결과를 가져올 지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을 가다듬을 수 있는 이들.
-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준 모든 이성들'과 출산 계획과 노후 계획을 짜는 이들. 아마 알피지 외에 이성과의 교류가 없었기에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

Ex)카톡상 대화
"마스터님(신규 여성 팀원)"

"네(필자)."

"닥스님이 원래 알피지 외에도 팀 사람들이랑 같이 노는거 좋아하나요."

"아뇨 저 그분이랑 플한지 두 달 쫌 넘었는데 플 외에 만나서 뭐 한 적 없는데요."

"닥스님이 마스터님이랑도 가끔 술먹고 그랬다던데"

"그런적 없는데...닥스님이 뭐라길래요"

"이번주 금요일 밤에 술먹자고 톡이 와서요."

"...불쾌하시면 제가 닥스님이랑 따로 얘기할까요."

"아뇨 그냥 제가 말할게요."


Ex2) 카톡상 대화2
"마스터님(아까 그 팀원)"

"네. 오랜만이네요."

"네. 아직 플 하고 계시나요."

"네."

"닥스님한테 연락 그만 좀 하라고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말해선 안듣는데. 일 크게 만들기 싫어서요."

"네.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뇨. 플 잘하세요."


4.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들
- 티알판 = 현실의 불만족을 모두 풀어내는 가상-집단자위방으로 생각하는 이들일수록 자신의 의견을 내려놓지않으려든다. 이들과 함께 플레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x) 캐릭터 해석
"꼭 그래야해요?"

"음...탱커잖아요? 디토님이 맡은 클래스가..."

"네."

"아시다시피 법사들은 딜러이고, 충분히 딜을 넣으려면 주변의 보호가 꼭 필요해요. 근데 디토님이 이번 턴에 저기 숨으시면 다음 턴에 저희 법사들이 전멸해서요."

"제 캐릭터는 비열하다고 말씀드렸고, 전투 중에 그런 이기적 행동도 개연성에 어긋나진 않는 것 같은데요."

"아니 이해는 하는데 그러면 아예 이 플이 터져서요..."

"왜 저한테만 이런 식으로 플레이에 제약을 거시는지?"

"파티 전멸 직전인데 비열한 캐릭터도 이럴 땐 '어 진짜 좆될 것 같은데...' 하면서 팀원을 어쩔 수 없이 돕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그건 법사님 캐해석이구요, 저랑은 생각이 좀 다르신듯.  글고 애초에 거기 가서 위험에 빠진건 법사님 컨 실수 아님?"
(하략)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티알판 인싸의 조건이라고 생각함. 물론 이것만으로 이상적인 티알피지 참가자라곤 말할수 없다는 것도 알고있음. 하지만 저 조건들만 만족한다면, 그 외의 문제점은 충분한 대화로 모두 풀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