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의 중점은 레벨대 구간을 복잡도와 연동시킨다는 발상에 대한 설문조사용 글.
아래의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을지도 모름.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3501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30531161811/http://www.wizards.com/dnd/Article.aspx?x=dnd/4ll/20111122
D&D 3판이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회공격의 개념에 대해 비판했고, 그 주장에는 확실히 일리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건, 기회공격은 이미 예전부터 규칙으로 존재했던 내용이라는 거였죠.
초기 D&D에는 근접전을 벌이는 상대로부터 등을 돌려 도망치면 그 상대가 공짜 공격을 할 수 있었는게, 그게 기회공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적 옆에서는 활을 쏘거나 주문을 시전할 수 없었지만, 흔히 쓰이는 하우스룰로 그걸 가능하게 했었죠.
그 대신 옆에 있는 상대방이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을 공격할 수 있었구요.
"기회공격"(attack of opportunity)이라는 단어 자체는 2판 중반에서야 Player's Option 책에서 생겨났습니다.
다양한 예외적인 상황들을 하나의 통일된 규칙으로 묶는 건 소재들을 정리하면서도 그 개념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으로 보였었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규정된 새 규칙의 문제는, 기억해야 할 내용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기회공격이 게임에 전혀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으면서도 게임을 할 때 반드시 상기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는 거죠.
믿기 힘드시겠지만, 3판에서 '기회공격' 부분을 읽고 이해한 뒤에도 플레이에 그 규칙이 사용된 적이 없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기회공격은 기회공격을 하는 플레이어의 턴이 아닌 시점에서 발생하는 행동이니까요.
상황에 크게 의존하는 규칙이면서 잊어버리기도 쉬웠구요.
그럼 한 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봅시다.
기회공격을 D&D의 요소로 두는 것보다는, 규칙이 필요한 곳, 필요한 시점에서 나타나도록 더하는 겁니다.
가령 1판에서 적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적 옆에서 투사 무기를 사용했을 때 공짜 공격을 주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접근법을 적용하면, 규칙은 그 규칙을 써야 할 때에만 나타나게 됩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익혀야 할 성문화된 규칙의 수가 (아마도 크게) 줄어드는 겁니다.
"풀린 채" 각자 서로 다른 분류로 구분되어 룰북의 거대한 챕터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알아야 할 때만 알려주는 걸 기반으로 하지요.
필요할 때에 규칙을 도입하는 방식의 이점은, 저레벨 게임에서 단순함을 갖출 수 있다는 겁니다.
1레벨에는 피해 저항처럼 딱히 플레이에 드러날 일이 없을 요소들이 많지요.
피해 저항은 괜찮은 메카닉이지만, 대부분 1레벨에는 그저 주사위를 굴려서 명중하는 지의 여부만 보면 충분합니다.
피해저항을 (주문이나 몬스터 설명 등의)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만 한정하는 개념으로 두고,
저레벨에서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면 그걸로 적당한 것입니다.
신규 플레이어와, 이런저런 룰과 씨름하고 싶지 않은 경험자 모두 1레벨 캐릭터로,
피해 저항(이나 텔레포트, 스크라잉, 정신 조종, 그래플, 또는 그 외의 저레벨에는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복잡한 것 같은 온갖 것들)을,
이것들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채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면, 5레벨, 12레벨, 19레벨 같은 딱지가 붙은 여러 어드벤처들에서,
레벨의 구분이 캐릭터의 레벨뿐만이 아니라 복잡도 구분의 의미 또한 갖도록 할 수 있습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게임이 복잡해진다면 그것 또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지요.
가게의 어드벤처를 주욱 둘러보는 DM은 8레벨 캐릭터용 어드벤처를 보면서,
그게 단지 도전 과제들의 난이도뿐만이 아니라 어드벤처의 메카닉이 어느 정도 복잡한 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방식을 쓰면 간단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게임을 하고 싶다면 저레벨 플레이를,
좀 더 넓고 복잡한 게임을 하고 싶으면 고레벨 플레이를 선택하게 되겠지요.
관련 룰 서플리먼트를 제공하거나, 좀 더 난해한 옵션들은 중레벨 혹은 고레벨에만 한정할 수도 있겠네요.
결국은, 규칙을 적절히 묶었을 때, 웬 게임 디자이너가 플레이 그룹이 즐기는 게임의 복잡도를 결정해주는 게 아니라,
그룹 스스로가 자신들이 바라는 정도의 복잡도로 게임이 진행되도록 결정하게 둘 수 있습니다.
전 누군가에게 '이렇게 게임을 즐겨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 아마도 다양한 방법으로 - 자신의 기호에 맞도록 게임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의 설문조사
1은 '전혀 아님', 5는 '매우 그러함'인 1~5단계의 기준입니다.
D&D 플레이에 대해 아래의 문장에 각각 어느 정도 동의하시는 지 알려주세요.
① 규칙은 필요할 때에만 나타나야 한다.
② 복잡도는 PC 레벨과 동등해야 한다.
③ 게임 그룹이 게임의 복잡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중요하다.
기회공격을 필요한 곳에서 나타나게 한다는게 뭔 소리야
http://archive.wizards.com/default.asp?x=dnd/rg/20041026a
http://archive.wizards.com/default.asp?x=dnd/rg/20041102a
3.5 기회공격이 이따위였는데, 5판에서는 이런거 전혀 읽어볼 필요 없이 구판처럼 기회공격 나올 상황 발생하면 '적한테서 도망가면 기회공격 당함'으로 한줄요약해도 아무 문제없게 만든다는 소리
첨언하자면 설문조사 2번의 PC 레벨과 복잡도를 연동시킨다는 발상은 약간 안 좋은 평가가 나왔음. 사실 나도 별로임. 굳이 안 그래도 레벨업하면서 생기는 거 때문에 고렙으로 갈수록 알아서 복잡해지는데, 딱히 PC 레벨이 높아진다고 해서 게임을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
뭐 하여튼, 이 글에서의 주제는 '어떤 규칙이 있으면 그 규칙을 적용해야 할 때에만 참조하면 되도록 설계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