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판부터 제기된 전투 속도와 액션 문제는 참 심각했음.

온갖 복잡한 규칙과 주문을 참조하면서 붙박이 풀어택을 해야만 화력이 나오던 시절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그 결과 4판에서 전투 시스템은 이것저것 바뀌었는데 속도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느리다는 평이 적지 않았긴 함.

D&D의 전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공통적인 인식이 강했던 거지.

그래서 5판에서는 디자인 중 이런저런 시스템을 제안해서 설문조사를 했음. 이번 글은 옛날처럼 1턴 1행동을 쓰면 어떨까 하는 제안.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30622184835/http://www.wizards.com/dnd/Article.aspx?x=dnd/4ll/20111129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면모에 속하면서도 별로 회자되지 않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건 보기보다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행동, 스탠다드 액션, 이동, 무브 액션, 이동과 동급의 액션, 마이너 액션, 프리 액션, 스위프트 액션 등)

게임이 행동의 종류를 어떻게 분류하는 지에 대해 엮여있는 데다,

한 라운드에서 뭘 할 수 있을 지와, 그 한 라운드가 얼마나 걸리는 지에까지 연관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다 보면 게임의 복잡도와 추상도, 그리고 심지어 게임이 진행되는 속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죠.


2판이 끝나고 3판에 접어들면서 모든 게 성문화되자 온갖 것들이 복잡해졌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갔는 지 참 웃기네요.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면 (3판의 구조가 이상하다는 말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뭔가를 구체적으로 해부한다는 건 좀 더 그걸 관리하기 쉽게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시스템으로서의 유동성을 없애기도 합니다.


3판에서는 라운드의 진행시간이 꽤 짧아졌죠. (1분에서 6초가 됐지만, 여러 대체 규칙을 쓴다면 이미 라운드의 시간은 짧았긴 합니다)

이 방침은 플레이어가 제시하는 행동이 게임에 바로 반영되도록 했기 때문에 게임의 추상성을 줄였습니다.

플레이어가 공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면 캐릭터는 그 행동대로 움직였지요.

과거 판본에서는 라운드가 1분이 걸렸기 때문에, 좀 더 추상적인 시간 속에서 그 캐릭터가 해낸 가장 중요한 일을 대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추상성은 DM이 좀 더 긴 시간 단위를 이용해 까다로운 상황들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싸움은 초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전투 소요시간에 가까웠구요.


방법은 다르지만 3판과 4판은 모두 라운드를 (또는 한 라운드 내에서 어떤 캐릭터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큰 행동과 작은 행동으로 쪼갰습니다.

뭔가를 하고 이동하거나, 또는 뭔가를 하고 룰 디자이너가 이동과 동급으로 정해놓은 뭔가를 하고, 거기에 프리 액션을 좀 해주는 식으로요.

한 턴에 한 가지의 행동만이 가능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행동을 일일이 분류해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공격하거나, 이동하거나, 주문을 시전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면 게임에서 무기나 아이템을 뽑거나, 문을 여는 등의 '행동으로 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좀 관대해질 겁니다.

각자의 차례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라운드도 빠르게 돌아가겠군요. 게다가,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에 더해서,

더 중요한 건 플레이어들이 자기 차례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추가 행동을 얻을 방법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단순화는 이 게임의 역사와는 안 어울리기 때문에 기존 플레이어들은 돌아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운 플레이어에게는 '한 턴에는 한 가지 행동만 가능하다'는 건 제법 말이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차례를 짧고 빠르게 할 수 있죠.


'한 턴에 한 행동' 접근법은, 일부 플레이어들이 만약 자기 차례에 공격이나 주문 사용 같은 중요한 행동을 하지 못했다면,

마치 자기 차례를 낭비한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동이나 다른 잡다한 걸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플레이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그런 느낌은 덜해질 겁니다.

후기 판본에서는 전투의 1라운드에 20분씩 걸릴 수도 있었죠. 그럴 때에 이동만 하고 앉아있었다면 별로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걸 2분 이하로 줄인다면 그렇게까지 큰 일은 아니게 될 겁니다.

자기 차례에 조금씩 자주 행동하는 것과, 자기 차례에 온갖 것들을 하지만 정작 몇 번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의 차이는 제법 있다고 봅니다.


만약 라운드가 빠르게 흘러간다면 (스턴이나 붙잡기처럼) 1~2라운드 동안 게임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의 충격도 크게 줄어듭니다.

물론 캐릭터 시점이 아니라 플레이어 시점에서 말입니다.

빠른 플레이는 플레이어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좀 더 게임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이 한 가지의 변화만으로는 제가 말하는 극적인 변화를 줄 정도로 플레이를 빠르게 하긴 어려울 겁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이 주제에 흥미를 가져주신다면 앞으로의 칼럼에서도 플레이를 빠르게 할 만한 다른 방법을 이야기하도록 하죠. 꼭 알려주세요.



이번 주의 설문조사


1은 '전혀 아님', 5는 '매우 그러함'인 1~5단계의 기준입니다.

D&D 플레이에 대해 아래의 문장에 각각 어느 정도 동의하시는 지 알려주세요.


① 플레이를 빠르게 진행하는 게 좋다.

② (현재처럼) 한 라운드의 행동을 따로 분리된 요소들로 분해하는 게 좋다.

③ 한 라운드에는 한 행동만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