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DM의 재량권을 룰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임.

참고로 5판은 게임 규칙을 명확하게 규정하면서도 플레이 진행 관련 부분을 보면 DM에게 힘을 실어주는 설명이 많은 편.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20415065320/http://www.wizards.com:80/DnD/Article.aspx?x=dnd/4ll/20111206





어느 날, Mike Mearls(역주: D&D 5판 리드 디자이너)와 함께 온도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Mike는 온도계를 설명한하는 책이 "온도는 70도(역주: 화씨. 섭씨로는 약 21도)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좀 더 따뜻하거나 차갑게 하고 싶으시면 여기 적힌 온도 조정 방법을 살펴보세요." 라고 서술했으면 한다고 말했죠.

저는 "원하시는 대로 온도를 조정하는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을 때의 기본 온도는 70도입니다" 를 원했습니다.


그래요. 사실 온도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확히는 DM에게 어떤 식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었죠.

여기서 말한 '온도'란 '규칙의 적용'이었고, 온도 조정은 DM이 상황에 맞춰 원하는 대로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논의의 쟁점은 DM이 최종적인 결정자가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게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다 동의했거든요.

이 논의는 게임의 기본 가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까놓고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 온도를 미리 70도로 맞춰 놓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온도를 조절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DM에게 규칙을 제공한 뒤 필요하면 그 규칙을 깰 권한(과 지침)을 줄 것인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규칙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도록 할 것인 지였지요.


지난 주에는 한 라운드에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알아보았었습니다.

자신의 차례에 한 가지 행동을 하고 자기 속도만큼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이동과 공격, 이동과 주문 사용, 또는 이동과 또 다른 뭔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DM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은 확실한 사항입니다.

그렇지만 문을 여는 등의 가끔 나타나는 행동이 출현하면 다른 이야기가 되죠.

문을 여는 행위가 행동인 지, 이동 대신 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아예 행동으로 취급하지 않는 지 규칙으로 미리 지정해준 뒤,

DM에게 이 규칙은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게 한 가지의 접근법입니다.

다른 접근법은, 수많은 기본적인 예시들을 통해 한 라운드에는 뭘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약간 긴 지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 접근법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습니다.

첫번째 접근법은 DM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게임 내에서 탄탄한 정의를 마련해줍니다.

두번째 접근법은 DM의 손에 더욱 힘을 실어줍니다.


3판이 발매되고 4판으로 넘어가면서 D&D는 규칙을 지나칠 정도로 직접 제공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사실 이런 접근법은 규칙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해결할 때에도 도움이 됐지요.

하지만 3판 전까지는 보통은 'DM 결정'이란 비상수단이 아닌 규칙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가끔씩 DM이 규칙과 상반된 결정을 내렸을 때 DM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지요.

물론 룰 변호사 플레이어들이 이런 룰링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을 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만약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해 확실한 규칙을 제공한다면,

DM이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룰링을 즉석으로 만들어내는 (어려울 수 있는) 행위를 할 일이 줄기 때문에 게임이 쉬워지죠.

규칙이 책에 직접 인쇄되어 있다면 좀 더 균형잡히고 일관적이라고 예상하기 쉽고, 플레이어들도 판정에 의문을 가질 일이 적을 겁니다.

반면 이 대신 DM에게 어떻게 공정하고, 지능적이고, 일관적인 결정과 룰링을 즉석에서 내리는 지 알려주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면,

책에 쓰여있는 규칙을 찾아볼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DM(의 진행)이 쉬워지게 됩니다.

어떤 상황이 생길 때마다 현명한 규칙을 내릴 권한과 능력이 있는 DM만큼 게임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시작부터 DM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시뮬레이션을 용이하게 합니다.

어떤 규칙도 모든 상황을 전부 다룰 수는 없지만, DM은 그 어떤 룰북도 해낼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상황을 다룰 수 있습니다.

문을 열 때 자기 차례의 어느 정도를 쏟아부어야 하는 지는 아마 열려는 문에 달려있을 지도 모르죠.

커다랗고 무거운 금속제 문은 액션을 써야 할 수도 있고, 단순한 나무 문을 열 때는 전혀 액션이 안 들 수도 있습니다.

그 중간 정도의 문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규칙이 이런 별로 안 중요한 상황을 모조리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DM에게 힘을 실어주고 규칙을 줄이는 방식은 이야기 중심의 플레이를 촉진합니다.

신나는 설명을 하면서 책을 한 권, 두 권... 혹은 열 권쯤 들여다봐야 한다면 감이 팍 죽어버리겠죠?

누군가의 차례에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 지 판단하는 권한을 DM에게 부여한다면 플레이어는 좀 더 자유롭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행동의 종류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뭘 할 지만 말하면 되니까요.

어떤 플레이어가 짜낸 요상한 계획이 한 라운드에 뭘 할 수 있는 지 세세하게 설명하는 규칙에는 잘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좋은 DM이라면 만약 그게 적절한 내용이면서 이야기와 행동이 흘러가도록 돕는다면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겠죠.


DM은 게임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규칙을 무시할 권리는 "플랜 B"여야 할까요, "플랜 A"여야 할까요?

DM의 재량권은 규칙을 깨는 행위일까요, 아니면 사실 규칙 그 자체일까요?



이번 주의 설문조사


1은 '전혀 아님', 5는 '매우 그러함'인 1~5단계의 기준입니다.

D&D 플레이에 대해 아래의 문장에 각각 어느 정도 동의하시는 지 알려주세요.


① DM은 규칙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상황에 어울린다면 규칙을 깰 권한이 충분하다고 느껴야 한다.

② 규칙은 엄연히 규칙이므로, DM은 반드시 필요할 때에만 규칙을 깨야 한다

③ 엄밀한 규칙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지침과 예시들을 통해 DM이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직접 처리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