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데 볼 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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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은 촛불 빛 아래에서, 내가 가져 온 보고서를 앞에 두고서 날 빤히 바라보았다. 저녁부터 쏟아진 폭우로 인해 정전이 된 상태였고, 오직 일렁이는 촛불만이 부국장실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먹물을 뿌려놓은 듯 새카맣게 보이는 창문 너머에서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부국장의 입술에 물린 시거 끝이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넨 지금, 폐쇄된 지하철 역 안에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들이 숨어 있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부국장의 얼굴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고,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난 오히려 더욱 위축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로 무관한 사람 다수에게서 얻은 증언입니다. 첨부한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 뼈들도 여럿 발견되었고요. 물론 진짜 괴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증언이 그렇다는 거죠.”
그는 묵묵히 내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솟아난다. 미친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텐데.
“옛날이야기 하나 들어보겠나?”
시거 연기를 훅 뿜어내며 묻는다. 난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년 전의 일일세. 영국에 어떤 미치광이 강도가 살았었지. 그는 깊은 동굴에 숨어 살면서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은신처로 끌고 와 고문과 강간을 자행했으며, 여자도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도 전부 자신처럼 미치게 만들어 20명이 넘는 규모의 산적 집단을 이뤘지. 그들의 광기는 점차 더해가서, 근친상간과 식인까지 자행하게 되었고. 병사들이 몇 번이나 토벌을 시도했지만 미치광이 주제에 놀랄 정도로 교활해서 그 때마다 은신처를 옮기며 살아남았다더군. 그들의 공포는 이웃 마을로 퍼져 나갔고, 이윽고 전설이 되었어. 스코틀랜드의 전설 중 식인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전설이 퍼지고 변형되면서 만들어진 거야.”
“……?”
부국장은 전쟁이 한참일 무렵 몸소 베를린에 2번이나 단독으로 침투해 정보를 빼온 경력이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그 전설에 걸맞게 언제나 냉정하고 흔들림 없었다. 그런 그가 황당한 괴담 따위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부국장님. 전 그런 전설과 현실을 착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부국장 같은 인물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날 그런 전설에 심취한 얼간이로 여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우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릴 것은 압니다. 하지만 성경 앞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전 미치지 않았고, 이 사건은 깊이 있게 조사할 가치가….”
“아서 매켄이라는 작가도, 진화하지 않은 채 현대까지 살아남은 원시인들이 숲과 산 속 깊은 곳에서 살아남아 현대인을 사냥한다는 내용의 공포 소설을 썼었고. 이와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는 세상 어디에나 있어 왔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서로 교류가 없는 문화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말일세. 마치, 자네가 서로 무관한 사람들 다수로부터 들은 증언들처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 들지 않나?”
잠시 촛불 빛만이 흐릿하게 일렁거리던 실내가 번쩍 밝아지고, 뒤이어 창 밖에서 천둥이 쳤다. 침을 꿀꺽 삼켰다. 부국장은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한 없이 조용한 태도로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설마,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담 따위를 믿고 있는 걸까? 남극점에 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도 얼마 전에 정복되었고, 잠수함이 바다 밑바닥을 뒤지고 다니는 지금?
“자네, 이 이야기를 나 말고 누구에게 했나?”
“기관에선 아직 저와 부국장님만 압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부국장은 시거 재를 털며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혹시 부국장님은, 그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으십니까?”
무심코 내뱉은 나는 다음 순간 후회했다. 직업 상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어깨를 움츠리면서 부국장의 분노를 각오했다.
“아니. 믿지 않네.”
“…….”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오려는 걸 억눌렀다. 하지만 그 지하철 터널의 어둠 속에서 꿈틀대던 그 그림자들- 기묘하게 팔 다리가 길고 허리가 구부정한 그 그림자들은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새삼 나는 치를 떨며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부국장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믿는 게 아니라, 아는 걸세. 아주 잘 말이지.”
“!”
다시 한 번 실내가 한 순간 환히 밝아졌고, 나는 그 극히 짧은 찰나 그것을 보고 말았다.
안뜰, 무성하게 자란 나무 사이에 쭈그린 채 그것은 부국장실의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어둠으로 인해 인간은 거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날씨다. 하지만 그것은 창문에 피보라가 확 튀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단말마의 비명은 뒤이어 울려 퍼진 천둥소리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그것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거미를 연상케 하는, 이상할 정도로 길고 가는 팔 다리. 허리가 굽혀진다. 손이 바닥을 딛는다.
그것은, 마치 개처럼 네 발로 비와 어둠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개처럼 네 발로 비와 어둠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재미있네~
왜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찍싸
RPG 진행중인 경우의 임기응변식 묘사도 아니고 기왕 소설처럼 구성을 갖추려거든 묘사같은 건 좀 더 적절하게, 콩트라면 그 묘사조차도 복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볼 만하다
왜 쓰다가 잘림
fishy, 핫산/게임으로 치면 오프닝 무비 같은 거임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