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DM이란 과연 TRPG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글임.
서로 이어지는 글인, 지난 번의 아래 글과 같이 읽어보면 좋음.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4653
원문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20415103821/http://www.wizards.com:80/DnD/Article.aspx?x=dnd/4ll/20111213
지난 주의 칼럼에서 언급한 DM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은 'DM의 진짜 역할은 무엇일까?' 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낳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 봤고, 가끔은 실망스럽게도 "몬스터의 주사위를 굴리는 역할이죠."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제가 '실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DM은 그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의미가 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DM의 역할이 마치 게임의 절차를 점검하는 일종의 메카닉처럼 행동하는 거라고 주장할 겁니다.
게임 시스템에서 꽤 많은 부분을 성문화하고 체계화했기 때문에 때때로 DM이 내리는 해석 외에는 별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이건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사실로 받아들여져 D&D의 문화마저 DM의 재량이 마치 나쁜 것처럼 생각하도록 약간 바꿔놓았습니다.
DM이 자신의 판단에 의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면, 게임에서 뭔가가 심각하게 잘못됐거나 DM이 경계를 넘었다는 식입니다.
그래도 DM은 이야기꾼 역할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확실히 DM 역을 맡는다는 건 매우 창조적인 행동이긴 합니다만, '이야기꾼으로서의 DM'이라는 발상은 절 멈칫하게 만드는데,
왜냐면 사실은 그룹 전체가 이야기꾼이기 때문입니다.
DM은 세계와 인물과 줄거리를 만들지만, 결국 테이블의 모두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항상 DM을 플레이어와 판타지 세계를 잇는 다리로서 보고자 했습니다.
DM은 플레이어의 눈이자 귀로서 그들이 보는 것을 설명하고, (가상의)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결정권자입니다.
아마도 DM은 위의 모든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DM과 게임을 마치 합작 사업에서의 파트너로 보면 어떨까요?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인식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관계를 맺으면 어떨까요?
가령 게임 시스템으로는 어떤 캐릭터가 게임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포괄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시스템으로 한 라운드에 뭔가를 하려면 얼마나 걸리는 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적합하죠.
게임 시스템은 (공격, 주문 시전 등의) 흔히 사용되는 행동에 대한 규칙을 제공할 수 있지만,
모든 행동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DM은 가능합니다. 인간인 DM은 행동이 얼마나 걸릴 지 어려움 없이 간단히 재단할 수 있죠.
게다가 이 분야는 절대적인 정확성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DM의 판단만으로도 충분한데다, DM이 장점을 발휘합니다.
그럼 공격굴림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대부분의 DM은 전투 훈련을 충분히 받은 게 아니라 무기나 전투 방식 같은 걸 자세히 알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규칙은 게임의 균형을 적당히 맞추면서 충분히 정밀하게 전투를 구현할 수 있죠.
DM에게 한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을 판단하는 권한(과 지침)을 주고, 게임 시스템이 공격굴림을 맡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 게임에는 DM이 규칙보다 더 뛰어난 부분과, 규칙이 DM보다 더 뛰어난 부분이 서로 혼재합니다.
이걸 구분하는 건 어렵지만 시스템 설계라는 측면에서는 제법 흥미로운 접근법입니다.
저는 이런 접근법이 - 아마도 주요한 장점일 지도 모르는 - TRPG의 장점인,
그저 룰북과 컴퓨터가 아니라 테이블에 함께하는 살아있는 사람의 존재라는 걸 잘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DM이 있으면 DM에게 일을 맡기면 되겠죠.
DM에게는 DM이 가장 잘 하는 걸 맡기고, DM에게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지겨운 일은 게임에서 알아서 다루도록 하는 겁니다.
DM이란 과연 무엇인 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재미와 충실감을 깨닫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번 주의 설문조사
1은 '전혀 아님', 5는 '매우 그러함'인 1~5단계의 기준입니다.
D&D 플레이에 대해 아래의 문장에 각각 어느 정도 동의하시는 지 알려주세요.
① 어떤 상황을 다룰 때에는 DM이 규칙보다 뛰어나다.
② 어떤 상황을 다룰 때에는 규칙이 DM보다 뛰어나다.
③ 게임에는 DM이 재량으로 결정을 내릴 여지가 있어야 한다.
④ 게임은 DM이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⑤ 내 DM은 끝내준다.
내 DM은 끝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