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군대 룰을 쓰긴 했지만 모르는 군대랑은 백만년 쯤 떨어진 것 같은 플이었다. 엔딩은 메테오급이었고 전개과정은 이거 모르는 군대 아닌데... 라는 느낌.
난해한 룰이라는 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스터의 진행 능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마스터까지 전원이 처음 해보는 룰이라 그런지 그 점이 더 부각됐던 걸 지도.
일단 간단하게 시나리오 내용을 요약하자면...
PC들은 한 촌동네의 카발(마술 결사같은 느낌, 그래봤자 50명도 안 되는 소규모지만)의 일원이다.
이 카발은 원래 다른 사람한테 피해 안 주고 마술 써서 잘 살아보자를 모토로 잡았는데, 리더가 노환과 병으로 앓아누운 사이 '호바트'라는 또라이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든 말든 우리만 잘 살면 된다며 다른 조직원들을 선동해서 사실상 카발을 장악해 버렸다.
PC들은 호바트에 의해 직접적으로 피해(유도당해 다른 사람을 해침)를 입었기 때문에 이 녀석을 싫어하고, 그가 카발을 장악하려는 걸 막으려고 한다.
그러던 도중 마찬가지로 호바트를 막으려는 부 리더가 조만간 위험한 마술도구 등을 파는 행상인같은 게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PC들은 호바트가 그걸 악용하려는 걸 막기 위해 움직인다.
마스터가 coc의 유령의 집이라는 말을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다. 전형적인 전개의 초보용 시나리오라는 느낌. 근데 이게 어떻게 터졌냐면...
우선 일행은 부리더가 지시한 대로 행상인이 언제, 어디로 오는지 정보를 알아내러 인포멘서(정보 마법사)의 집에 갔다.
문제는 이 인포멘서가 독특한 규칙에 의해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건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비밀의 등가교환 같은 느낌이었음. 거래자가 어떤 비밀이나 정보를 제공해야 인포멘서도 마찬가지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느낌?
근데 PL도 PC도 그 규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사전에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못 했다. 이걸 마스터가 사전에 이러이러한 거라고 설명을 해 주거나 다른 식으로 정보를 제공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됐어...... 그러다보니 이 미친 마법사가 왜 저런 행동을 하고 저렇게 씨부리는지 이해할 수가 있나...
이와중에 최종보스인 호바트가 갑자기 인포멘서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 꼬이기 시작하고, 그걸 피하려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상황이 미쳐돌아가면서 느닷없이 악마에 빙의된 호바트의 부하가 호바트에게 똥폭탄을 날려 제압하고는 시나리오가 끝났다.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진짜 이래...
사실 다른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로 미쳐가는 소시민을 연기하는 룰인데 레디메이드 시트를 쓰다보니 캐릭터에 이입하기 힘들었어. 실제로 pl 중 한 명은 본인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되서 rp를 거의 못 했고, 다른 pl들도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혼란스러워 했었으니까. 이거는 불친절한 룰과 시나리오 설명 때문인지 마스터가 제대로 지침을 제시하지 못 한 건지 잘 모르겠네. 굳이 꼽자면 전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근데 그런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진행이 너무 안 좋았다. 마스터-플레이어간 소통이 너무 안 돼서 한참 동안 인포멘서랑 입씨름하고 끙끙댈 때는 진짜 부글부글 끓더라.
게다가 갑툭튀한 최종보스 호바트는 세살배기 급 언행을 보여줬는데 솔직히 무섭다기보단 찐따같았다. 쫓아내려고 위협 판정했더니 '왜 안 열어주는 거야! 너희랑 안 놀아!'라고 하질 않나... 암만 아싸랑 또라이 다루는 룰이지만 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인물이었음. 대체 어떻게 이런 놈이 카발을 장악한 거지 싶더라.
기승똥 엔딩은 화룡점정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끊으려고 했던 거라면 최소한 플레이어들한테 물어보고 하지, 그런 엔딩은...
마스터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PL이 다섯명이라 마스터 입장에서는 처리도 힘들었을 테고(개인적으로는 힘들어한다고 느꼈다), 전원이 룰에 미숙한 상태였으니 이해한다. 최소한 고의적으로 트롤링하려는 건 아니었고 역량 부족이 본인 문제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흡족한 플레이는 아니었다. 다른 PL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기대한 모르는군대랑은 많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군대라는 룰에 흥미가 있었고, 그래서 더 실망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보고 싶네. 마스터도 파이팅해서 더 좋은 플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역시 반쯤 내 생각대로 되었군.... 좋은 일은 아니지만 말야
인포멘스 자체는 그렇다쳐도... 왜 하필 똥일까
마지막에 갈수록 너무 무성의하게 되는대로 내뱉은거 같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