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의 실패담을 보고 떠올라서 써 보는 뻘글.
원래 형이상학적인 요소를 다루는(혹은 그렇다고 주장하는) 룰 대부분은 플레이어에게 그에 걸맞는 지식을 요구함.
문제는 이게 대체로 룰북에 나온 룰 메커니즘을 잘 읽는 것 '따위'가 아니라 그보다 더 어렵고 무시무시하다는 거임.
특히 이렇게 내가 생각한 것을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알아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병행하면 더 어려워지겠지?
그런 뜻에서 공포영화에 환장하는 시네마맨서의 삶의 개요를 만들어보자.
이 친구는 어릴 적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 랩터들이 애들을 노리는 장면들을 아주 감명깊게 봤음.
근데 커서 알고봤더니 사실 쥬라기 공원에 나온 벨로시랩터는 고증이 잘못되어 튀어나온 노근본 존재라는 거야!
근데 다들 벨로시랩터하면 실제 존재한 공룡이 아니라 걔들을 떠올리더라고? 그리고 이거는 사실 시네마맨시,
영화술의 근원적 패러독스인 '영화는 가짜지만 현실보다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얘는 어려서
그때는 거기까진 잘 몰랐음. 지금은 잘 알고.
어쩄든간에 우리 영화술사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게 그들의 믿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본모습에 영화의 이미지를 덮어 씌워서 감추고, 중요하고 대단하게 보일 의도로 자기가 본 영화에
나온 장면들을 흉내내며 무의식적으로 서서히 영화술에 익숙해지기 시작함. 나중에 나이를 먹은 뒤에는 자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술을 배운 영화술사들과 만나서 배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영화술의 짬을 키움. 물론 그러면서
점점 더 찐따스러워져 감.
그런데 잘 생기지도 않고 사회 적응력도 낮은 자신이 따라해도 누구나 중요함을 납득해 줄 만한 포지션을 찾다보니
얘는 서서히 공포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따라하게 됨. 어찌보면 얘의 인생을 바꾼 벨로시랩터도 공포영화의 살인마
역할이고... 그리고 마침 이쪽에는 얘한테는 성경과도 같은 물건이 나와 있음. 바로 스크림 시리즈 되겠다.... 물론
현실에서 하키마스크나 고스트 페이스 가면 쓰고 돌아다니면 이상하니까 그냥 마스크 같은 거 쓰고 얼굴을 가리고
막 남들이 찾으면 뒤에서 소리없이 나타나고 항상 칼 같은 거 갖고 다니고 그러는 걸로 공포영화 위주로 클리셰를
따라하면서 금기를 메움. 당연히 얘가 쓰는 영화술 마법들도 공포영화에 나온 클리셰를 중심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적당히 어레인지가 되어 있겠지? 뭐 하여튼 그럼.
시나리오?
시나리오 구성은 어렵지 않음. 간단하게 '과거의 생존자'를 습격하거나 그 근거지를 수색하는 시나리오를 짜 보자.
아, 왜 안 어렵냐면 이런 건 대부분 시나리오에 '도입부와 나올 수 있는 결과만 넣은' 조낸 샌드박스스러운 구성을
애용하기 때문임.
간단한 시놉시스
플레이어들은 뭔가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무개가 가지고 있다는 뭔가를 손에 넣어야 함.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무개도 플레이어들 못지 않은 오컬트찐따라 뭘 하는 지는 몰라도 어느 건물의 대형 PC방에
처박혀서 이틀마다 목욕을 하러 건물 지하의 목욕탕을 오갈 뿐 자기 집에는 아예 안 돌아간다는 거임.... 그러니까
아무개가 없는 사이에 아무개의 집을 털거나 혹은 공공장소인 PC방이나 목욕탕에서 아무개를 습격한 뒤에 몸을
뒤져서 물건을 찾아야 함.
아무개의 집
당연히 아무도 없고 수많은 쓰레기더미만 쌓여있음. 쓰레기더미는 대개 옛날 번들 CD라든가 게임 공략집이라든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웹상에서 유행하던 만화라든가 뭐 그런 걸로 가득함. 우리 찐따들이 쓰레기더미를 모두
정리하고 물건이 있나 없나 확실히 확인하는 데 2일 걸림. 그 사이에 옆집 주민도 수상한 사람들을 보고 기웃거리고
아무개의 동료도 아무개의 부탁으로 집을 점검하러 오고 뭐 그런 일들이 터지면서 고생할 거리는 계속 늘어날 예정.
PC방
아무개는 항상 PC방 알바한테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음. 그러니까 그냥 아무개를 붙잡고 몸을 뒤져 물건을 찾으려
하면 100% 경찰들이 얘들이 PC방을 빠져나가기 전에 도착해 모두를 붙잡은 후 물건을 찾아 아무개에게 돌려주고,
아무개는 거기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게 누가 봐도 뻔함.
목욕탕
PC방과는 달리 경찰은 오지 않을 거임. 다만 목욕탕이다보니까 치명적인 제한이 좀 있는데, 아무개와 성별이 다르면
같이 들어갈 수 없고, 탕에 들어갈 때는 서로 맨몸이니까 머릿수하고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마법 말고는 믿을 게 없음.
아무개
어.... 아무개는 일단 룰북에 나오는 그저 그런 마법을 쓰는 오컬트찐따가 아니야. 사실 이 새퀴는 약 10여년 이상을
주침야활 / 면벽수햏 / 햏언수행을 꾸준히 실천하며 살아 온 '햏자'로, 그 결과 인간의 수준을 좋은 방향으로 초월함.
이 '햏자'들은 저 세 가지를 하면서 그 외에도 인생을 병1신같이 소모할수록 지덕체를 갖춘 훌륭한 사람이 되는 대신
취직 / 결혼 등 제대로 된 일을 하는데 이렇게 얻은 능력을 쓰면 그냥 능력없는 병1신으로 되돌아가는 그런 마법을
쓰는 존재들임. 그러니까 위에 나온대로 아무개를 붙잡고 몸을 뒤져 물건을 찾으려 하면 사실은 플레이어들이 탈탈
털리고 아무개에게 설교를 듣게 될 거임.
그러면 어떻게 얘들이 아무개한테서 물건을 얻을 수 있을까? 방법은 많음. 근데 일단 큰 틀을 네가 몇 개 잡아놓고
그걸 플레이어들에게는 감추는 게 좋음. 물론 애들이 전혀 다른 답을 내놓으면 그걸 따라가 보는 거임.
1. 사실 아무개는 그 물건들이 별로 필요가 없으므로 더 좋은 것을 제안한다면 넘겨준다.
2. 아무개는 능력을 잃으면 찐따가 되므로 금기를 범하게 만들거나 그 점을 노려 협박한다.
3. 아무개의 집을 뒤지다 보면 나오는데 주변 인물들이 찝적거리는 걸 잘 돌려보내야 한다.
4.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치면 아무개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희생을 감수하면 이길 수 있다.
뭐 이런 것들을 준비해 놓고 그에 필요한 장면 같은 걸 어디 메모하거나 그렇게 해서 준비를 해 놓는 거라고... 쉽지?
그 다음에 이런 것들 중 하나를 선택을 할 만한 정보를 슬슬 풀면서 뭘 고르나 지켜보고, 전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지가 나오면 그걸 따라가면서 이것저것 붙여나가고 뭐 그런 식으로 돌리면 될 거임.
마스터링추
정보를 충분히 풀어야하는군요...
와 햏자라니 언제적 단어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