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공포'가 아니라 '절망'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듦.
거 왜 같은 '공포'라도... Fear가 다르고 Horror가 다르고 Dread가 다르잖아ㅇㅇ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보자면 (또 다른 거장인 클라이브 바커 소설과는 달리) 직접적인 고어 묘사나 속도감 있는 스릴 같은 건 거의 강조되지 않고, 그 대신 초반부터 스멀스멀 불길하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쌓아 올려가면서 조금씩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 대부분이지(광기의 산맥에서 쇼거스가 쫓아오는 장면 정도가 예외고). 마지막에 비로소 드러난 그 진실을 접한 주인공은 멘붕하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러브크래프트식 코즈믹 호러의 핵심은 피칠갑한 살인마가 칼 들고 쫓아올 때 느껴지는 종류의 두려움이 아니라 신화의 존재들은 인간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주에 존재해왔고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인간이 죽어라 거기에 저항해봤자 결국 무의미하고 하찮은 일에 불과하다는 무력감 쪽에 방점이 찍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함.
그래서 보통 다른 종류의 호러물에서는... 클라이막스에서 괴물을 어떻게든 죽이거나 봉인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 주인공이 여전히 트라우마가 남았을 망정 그럭저럭 그걸 견디고 살아가는 걸로 엔딩이 나는 걸로 충분하다면(이게 너무 밋밋하다 싶으면 괴물의 부활 또는 봉인 파괴를 암시하는 묘사로 여운을 주고), 코즈믹 호러에서는 괴물을 어떻게든 죽이거나 봉인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한 10년 쯤 지난 다음 억눌러뒀던 절망에 결국 삼켜져서 자살한다거나, 괴물과 마지막으로 싸웠던 곳으로 혼자 돌아가는 식의 엔딩도 맛이 난다고 봄.
나도 그건 아는데 플레이하긴 어렵더라 - dc App
그렇기에 CoC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일단 잠복한 공포(The Lurking Fear)를 읽는 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