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이야기 한대로 레디-메이드... 아니 프리-메이드 캐릭터를 읽는 법에 대해서 조금만 끄적여 볼 생각임.
별 건 없고, 질문 몇 개와 예제를 통한 설명 정도로 치울 생각.
프리-메이드 캐릭터에 대해 해야하는 질문들
얘는 어떤 경험을 했는가?
대부분의 경우 '경험'은 인간의 사고 체제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됨. 그러므로 이 캐릭터의 과거 경험들을 읽고
그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내가 이 캐릭터를 이해해서 플레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거임.
문제는 그냥 뭘 했고 뭘 했고 뭘 했다가 아니라 그 아래 깔려있는 인과 관계 / 경험의 의미와 행동의 의도를 읽어야 함.
그리고 그러는 도중에 나한테 필요한 배경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게 도움이 될 거고.
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는 일들, 특히 다른 동료들보다 얘가 더 나은 구석이 있는 부분을 잘 살펴 봐야 함. 대부분 이렇게 미리 생성된
캐릭터들은 각자 남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가지는 부분이 있고, 이게 곧 게임 내에서 얘가 상황을 이끌 수 있는 키가 됨.
잘 모르겠으면 이것저것 적당히 하고 묻어가도 괜찮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면 이 부분을 잘 찾아 활용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야 함.
얘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정도 되겠음. 이 질문은 플레이하는 RPG 캐릭터의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부분인데, 문제는 이걸 제대로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앞서 나온
"경험"/ "특기"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거임. 그러니까 저 앞부분의 정리가 잘 안 되면 당연히 뭘 해야 할지 모르니
혼란에 빠지기 쉬운 것임. 그리고 기존의 생각을 바꾼다면 왜 어째서 바꾸는지도 이야기 내에서 합리화를 할 수 있어야만
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러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놈들이 혼돈 악 성향 같은 걸로 도피하거나 혹은 "절대불변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하는 게 아닐까 싶음.
예제 : 매트 "Rightreason" 살바토레
일단 저번 글에서 간략하게 소개했던 '젊은 실용주의자들'의 프리-메이드 캐릭터 중 하나로 나왔던 매트 살바토레를 보자.
사실 다섯 다 해 볼까 했는데 글로 설명할려니까 너무 길어져서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었다는 이 친구로 생략하기로 했음.
매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인데 다양한 인종들과 어울려 컸음. 그래서 얘네 집안은 그에 대한 역반응으로 인종차별주의자가
좀 있는데 얘는 다행히도 그러진 않았음. 문제는 뭐냐.... 얘가 그렇게 크면서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게 미국적인
가치다 -> 그 가치를 보장하는 건 헌법이다 -> 이런 논리 구조를 거쳐서 맨날 헌법이나 들이대며 싸우는 리버테리안 키보드
워리어가 됨. 아 너무 끔찍하다.
덤으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을 닮진 않았지만 맨날 아버지가 도박하는 거 보고 큰 덕에 얘도 도박꾼이 되어 학비를 날리고
대학교를 중퇴했고 뭐 그럼. 어쨌든 키배하고 노는 과정에서 어쩌다가 총기를 매개로 권력 관계를 재편하는 마법인 화약술
(Fulminaturgy)에 눈을 뜨고(미국은 수정헌법 2조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를 정당화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됨), 이 마법이
자신의 궁극적 목표인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도움이 될까 알아보기 위해 '젊은 실용주의자들'에 가입했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마음은 선량한 우파 리버테리안 키보드 워리어" 정도가 되겠다. 그러면 이것을 게임 내의 메커니즘과
연동지어서 살펴보자.
정체성
상습 도박꾼
별로 안 좋은 거지만 학교까지 그만둔 놈 정도면 정체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음. 일단 이거는 가볍게 보고 넘어가자.
폭력(Violence)을 평가
쉽게 말해서 누군가를 살펴보며 폭력에 얼마만큼 약한가 뭐 그런 거 알아보는 거. 약점 분석 정도로 보면 무방할 것 같음.
구라치면 손모가지가 날라가는 세계를 구경하면서 익혔다고 치자.
은폐(Secrecy) 어빌리티 대체
항상 깔끔하게 차려입고 상습 도박꾼이라는 사실을 잘 숨기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걸까? 아마 내 생각에는 그럴 거 같음.
온라인 헌법 '학자'
매트에게 총과 헌법책은 잘 때 / 씻을 때 빼고 항상 소지해야 하는 물건임. 매트를 단순한 총덕후과 구분하고 화약술이라는
마법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체성이므로 이 정체성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임.
한 번 뜯어보면 내가 다른 글에서 왜 이게 모르는 군대를 별로 알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소라고 했는지 이해가 될 듯.
지위(Status) 어빌리티 대체
온라인 상에서는 매트는 매트 살바토레가 아니라 'Rightreason'이라는 키보드 워리어로 인식되며, 그쪽으로 매트를 접한
이들에게는 매트는 현실에서도 'Rightreason이라는 놈' 정도로 생각될 수 있을 거임. 물론 그리 대단한 건 아니겠지만.
자아(Self)를 억압
타인의 자아(Self)에 대한 억압을 가할 때 사용 가능함. 이게 뭐냐.... "잘 생각해 봐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대상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런 거임. 매트는 키보드 워리어니까 "네가 그러고도 미국인임?"같은 식으로 상대를 찔러본다고.
요약하자면 헌법 등을 들먹거리며 같은 미국인의 아픈 곳을 찔러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든다...고 보면 됨.
총기류 판정에 사용
화약술이나 노력(Struggle) 같은 게 아니라 이걸로 판정함. 위에서 말했지만 얘 논리상 '만인의 평등 = 미국적인 가치 =
헌법으로 지탱되는 것 -> 헌법상에서는 총기 소유가 허용'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잘나신 헌법학자님께서는
이걸로 총을 뻥뻥 쏘는 것임. 하여간 쌀국은 무서운 나라가 아닐 수 없음.
화약술(Fulminaturgy)
총기류 마법. 다만 본질적으로 네가 알아야 할 것들은 사용 가능한 주문 / 그에 필요한 차지 충전 요령 정도면 충분함.
쓸 기회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알아서 생각해 보면 됨. 근데 하나 좀 덧붙여 보자. 왜 시박 여기에는 총 쏘면서 뭐 하는
그런 게 안 나올까? 난 땅땅땅빵하는 걸 기대했는데 말이야...
그야 간단히 화약술은 '권력 관계'에 대한 마법이기 때문에 그럼. 죽창... 아니 총 앞에서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지?
이게 화약술의 본질임. 여기에서 총은 자기 자신이 외부에 굴하지 않게 도와주는 / 혹은 외부에 자신의 의지를 들이대는
데 쓰는 도구라는 거야. 그래서 화약술사의 두 파벌 중 하나의 금기는 "총을 소지하지 않은(자신과 동등한 수준 내지는
그 이상이 아닌 상태의) 사람을 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도하게 커진 권력의 개인 권리 침해에 맞서기 위해서
거의 항상 무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조건으로 삼고, 무장을 함부로 해제하는 걸 금기로 삼음. 우리 매트가 후자 쪽인데,
총기를 '헌법이 인정하는 개인의 권리를 수호할 수단'이라고 본다 이거지. 당연히 조낸 미국적인 마법이고 이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설명이 없으면 아마 한국 같은 데서는 이 의미를 못 알아 먹을 가능성이 높은 물건임.
열정
분노 / 고귀함 / 두려움으로 나뉨. 뭔가를 할 때 이것들과 연관된다면 판정 결과가 구려도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음.
분노
뻔한 위선적 행위에 대해서 분노함. 얘 입장에서 힐러리나 총기 규제론자들 같은 게 포함이 될려나?
고귀함
학대의 희생자들을 보면 도와주려고 함. 조지고 부시던 그분처럼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 아닌가 싶음.
두려움
폭력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함. 내가 총을 들고는 있지만 솔직히 좀 무섭다 이거지....
인간 관계
AWE의 인간관계하고 유사하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 개념인데 좀 더 이상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음. 일단 우리 매트는
동료 중 한 명인 에밀리아를 돌봐주고 싶어하는지 걔와 '피보호자'로서의 관계를 가지고 있음. 나머지 동료들 중 둘과의
관계는 알아서 구상해 보면 되겠지?
게임 내에서의 역할
매트는 이 파티가 위협 같은 일을 해야 할 때 자진해서 나설 수 있는 애임. 총도 있고 화약술 쓰고 헌법 갖고 키배하는데
두려울 것이 뭐가 있음? 대놓고 스트레스 체크 가하는 주문 같은 게 주어져 있는 이유가 이거임. 하하호호 해서 안 되면
일단 얘가 나서보라는 거지. 얘로 안 되면? 다른 사람이 다시 설득하러 나서거나 진짜로 애를 줘패봐야지 뭐 별 수 있냐?
반대로 얘는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데 불행히도 호바트 일당은 폭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데 거리낌이 없음.
물론 얘 말고 다른 누가 희생된 걸 보면 얘는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려 하며 호바트에 대한 적의를 더욱 불태우게 되겠지?
뭐 이런 식으로 감정 / 사고의 틀을 잡고 나머지는 플레이어가 채우면 될 듯.
폭력을 평가 고독에 저항 이런게 되게 추상적이라 그냥 페이트 특기/면모가 힘+2 해주는 그런거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체성에 이 피트들이 왜 달려있는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한거군요. 군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와! 공짜 메이드! PPAP! - dc App
페이트 면모하고 비슷한 거 맞음. 문제는 면모도 캐릭터 구성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다 보면 이따위로 해석할 수 있는 물건인데 네가 너무 만만하게 본 거겠지.
그리고 프리메이드 캐릭터를 가져오는 마스터는 당연히 이런 것들에 대해서 플레이어들에게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
프리메이드 캐릭터를 써 본적이 없는데 미리 만들어진 캐릭터를 썼을때의 장점은 뭐임? - dc App
목요일에 구인해서 토요일에 룰북없이 시작가능
정하는데 고민할만한 데이터... 그러니까 수치 같은 건 다 제시되어 있으니까 그냥 시트 읽어보고 저 위의 질문들 내용만 적당히 이해하면 플레이를 할 수 있음. 물론 룰북을 잘 읽고 자기 캐릭터를 짜서 더 효과적으로 굴릴 수 있을 정도로 짬 먹었으면 그냥 새로 짜는 게 일반적일 거라 생각함.
페이트도 깊게 파고들면 꽤 딥한 물건이구만
콕과 오스르만으로 모자라 이젠 군대까지 손을 뻗치는더냐
원래 기원을 올라가면 크툴루나 오컬트나 워해머나 뭐 그런 거 파던 쪽이라서....
네필림파라
인간성보소....
난 그저 너가 좋아하는 크툴루의 d100과 오컬트를 스까줬을 뿐이다. 억울하다.
이렇게 보니 진짜 미국식 요소로 점철된 캐릭터네 - dc App
좀만 삐끗하면 배운 레드넥 되는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