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뻘글을 쓰면서 너희들의 머리를 괴롭히고 싶어졌으니 그러기로 하자.
알톡넷에 글을 좀 끄적거리면서 놀다가 깨달은 건데, 일단 규모는 아주아주 적겠지만 목적은 달성한 것 같음.
글을 써 놓고 보면 갑자기 단기간에 조회수가 수십 명 정도(알톡넷 기준으로는 많음) 올라가는 때가 있는데,
대개 알톡넷 트위터 계정에 트윗이 올라오고 거의 반고정으로 보이는 몇 명이 그걸 리트윗을 하면 그때부터
슬슬 조회수가 수십 명 단위로 올라감.
어차피 대부분 글쓰는 사람이 턀갤럼들이고 당연히 턀갤에 훨씬 날것으로 글을 쓰니까(예를 들어 던전월드를
"저학력룰"로 부르는 이딴 글(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35226)이
트윗을 타고 퍼지면 일단 내용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저 표현에 대한 반응이 아주 흥미로울 것이 뻔하다)
턀갤놈들은 여기까지 굳이 글 보러 거의 안 온다고 치면 남는 건 그쪽이라 이거지. 그래도 덧글 같은 조금 더
구체적인 반응이 별로 없는 건 좀 아쉽다.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형이상학적인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는 언제나 어려움.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인 / 구체적인 개념을 매개체로 삼아 설명을 하는 것이 일반적임. 문제는 이딴 걸
소재로 삼는 룰을 설명하는 마스터의 입장에서는 저 형이상학적인 소재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개념을
찾아 예시로 대서 다른 사람들(대개 플레이어들)이 알아먹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임. 예를 들어서 모르는
군대의 "화약술(Fulminaturgy)"은 총을 매개로 삼지만 영화 "원티드"에서 총탄이 휘어지게 쏘는 사격술이나
"이퀄리브리엄"의 건 카타 같은 화려한 액션을 하는 딜딸러들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어 보임. 그럼 이 새퀴들은
대체 왜 굳이 총을 매개로 하는 마법을 쓰는 걸까? 그건 전에 다른 글에서 설명한 거 같으니 생략하자.
문제는 마스터가 이런 것을 자세히 설명해서 플레이어들이 알아먹게 하거나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깨우치던가
둘 중 하나가 이따위 믿음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어서 RPG를 하는데 전제된다는 것임. 그러면 알톡넷에 올라온
어느 분의 도벽술(Kleptomancy)에 대한 견해를 좀 보고 이게 뭐하는 마법인지 살펴보자. 사실 존대어를 쓰는
군대빌런이며 여기에도 쓴 것(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3827)은
당연히 안 비밀이다.
어휴 "돚거 삭제좀"이라고 요약하면 될 듯. 사실 나도 와우하면서 거기 돚거는 삭제해야 한다고 믿는 중이긴 함.
그러면 이제 저번과 저저번 등에 이어 이번에도 악의를 담아 얘들이 뭐하는 학파인지 나름대로 설명해 보겠음.
도벽술은 '절도를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도벽증(Kleptomania) 자체가 본질이라고 봐야 하는 마법임.
쉽게 말해서 '무엇을 훔치냐'가 아니라 '뭔가를 훔친다는 것'과 그에 대한 집착 자체가 도벽술의 중심에 있음.
원래 모르는 군대의 마법은 집착이 근원이잖아? 그러니까 이거 하는 놈들은 결국은 도벽증 환자가 되는 거라고.
따라서 도벽술사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매지컬 오컬틱 클렙토마니악들은 물건을 훔쳐 이득을 얻는
그런 사소한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뭔가를 훔친다는 것"을 끝없이 하고 또 하다
감옥에 가거나 뭐 훔치는 과정에서 주인에게 총 맞고 죽거나 뭐 그렇게 될 거임. 마치 죽어라 산 위로 돌을 굴려
올려야 하는 시지포스나 끝없이 배고픔에 시달리다 자기 자신을 먹은 에리시크톤과 같이 사실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서 다른 선택지 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는 거지. 당연히 이놈들의 '현재 상황의 목적'이란
마치 산 정상 직전까지 올라가는 돌이나 눈 앞에 차려진 식사와 같아서 그게 달성되어도 결국 도벽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계속 고통받을 운명인 거고. 형이상학적인 룰이라는 게 파 보면 대개 이렇게 악하고 해로움.
설상가상으로 얘들은 '뭔가를 훔친다는 것'이 중심이 되므로 그 행위 자체를 외부에 인식시킬 필요가 존재함.
간단한 예로는 도벽술의 마이너 차지 충전 조건이 '자잘한 것을 훔치면 되는데 대신 그게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남들이 알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을 텐데... 너희가 철학시간에 배웠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다. 그러면 그 나무가 쓰러질 때 소리가
났을까?"란 질문에 대해서 얘들은 '아무도 소리를 못 들었다면 그 소리는 나지 않은 것과 차이가 없다'고 보고
그 때문에 소리를 인식시키기 위해서 누군가를 데려와 소리를 듣게 만드는 쪽이라는 거임. 이러니 도벽술에서는
특정한 물건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절도 행위"를 발생시키고 인식시키는 게 차지의 진짜 생성 근원인 거야.
알겠지? 대신 행위의 크기와 규모 기준이 되는 게 화폐 가치니까 비싼 걸 훔칠수록 얻는 차지의 질이 좋아지는
그런 관계인 거고, 큰 걸 훔치면 그걸 인식 못할 소유자는 없을 테니 딱히 그런 걸 이야기 하지 않는 거겠지.
도벽술의 금기도 이와 같은 원리로 돌아감. 그래서 붙잡힌다면 "절도 행위"가 실패로 끝났으니 다음에 얻게 될
차지를 소실하는 패널티를 먹고, 그렇다고 해서 절도를 멈춘다면 절도 행위에 대한 집착과 그것을 멈출 수 없는
도벽증이 이 마법의 본질이므로 그 본질을 거스른 대가로 모든 차지를 소실하는 거야. 짝짝짝.
그러니까 누군가가 너희 팀에서 도벽술사를 하고 싶다면 그놈이 이런 것을 떠올리던가 혹은 마스터가 이런 것을
설명하지 않으면 트롤러 돚거새퀴만 하나 추가되거나 도벽술사를 하지 못해서 삐진 플레이어만 하나 나올 것임.
아니 써놓고 보니 왜 라뭐시기 "블러드라인"이 생각나냐? 뭐 그건 둘째치고... 일단 그러니까 저런 것을 생각해
정리하고 설명하는 위와 같은 개뻘짓을 해 보려면 일단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배워야 하는 게 전제될 거임.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이걸로 뭘 해야 할지 알 정도의 빌런들이 TRPG에 손을 댔다면 아마 딴 룰 하나씩 꿰차고
마스터 노릇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해 보인다는 거였고.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되겠지?
그러니 언노운 아미즈 구판을 사봅시다
https://bundleofholding.com/presents/UnknownArmies2018
보면 볼수록 설정집이야
그러니까 일단 뭔가 어뎁트나 아바타 같은 오컬틱한 걸 이해하려면 거기서 말하는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걸 찾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어뎁트나 아바타는 신화생물정도의 비중을 두고 에뮬로 돌리자!
물건을 훔친 사실을 알린다... 훔치는 것이 보람... 세인트 테일을 말하는 것이로군...?
언노운 아미즈가 대체 뭘하는 룰인지 도통 이해를 못했는데 천사소녀 네티를 구현하기 위한 룰이었다니...
그러니까 걔도 도둑질 그만두고는 변신 같은 거 안 하는 민간인이 됐잖아.
속편 나온대
결국 도벽증이 재발한 건가
근데 생각해 보니 괴도 세인트 테일을 언급해서 모르는 군대를 이해시키는 이런 덧글들이 위에서 말한 '형이상학적인 소재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개념을 찾아 예시로 대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먹기 쉽게 설명하는 것'의 영 좋지 않은 예시로군 ...?
미안 (............)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ㅜㅜ
솔직히 모르는 군대 세계관의 현실과의 격차만 빼면 의외로 좋은 예시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안 되니 영 좋지 않다고 보는 거라....
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남의 소유를 훔치고, 남이 훔침당했다고 인식해야 나의 부족함이 채워진다는 그런 것인가.
그렇지. 도벽증/도벽술사들은 뭘 훔쳐서 얻는 '성과'가 아니라 훔치는 '행위' 자체를 통해서만 그들이 갈망하는 걸 채울 수 있다는 거임. 그러니까 훔치는 '행위'가 가치를 가지려면 그게 행위로 인식되어야 하는 거고.
다시 느끼는 거지만 오컬트의 자원은 굉장히 인식 하에 공정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군뇨.
원래 체계적인 오컬트는 좀 뒤틀린 믿음과 그것을 떠받치기 위한 구체적인 체제로 구성되는 법이라... 구체적인 체제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오는 거 많음.
그래봤자 크툴루빌런은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