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카이와 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이렇게 말하면 책도 막 읽고 유식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 책 잘 안 읽혀서 읽다 말았다. 그러니까 세세한 부분이 틀리면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그걸 증명할 기회를 얻는거야. 프랑스 사람인 듯 한데 어쨌든 이 책 얘기를 왜 하냐면 이 사람이 게임의 종류를 4가지로 분류했음. 분류라고 하긴 좀 이상하기도 한데, 한 게임이 여러 분류에 속하기도 하고 막 그래.
하여간 놀이와 인간에 의하면 게임, 놀이에는 4가지 분류가 있음.
하나는 mimicry 라고 해서 현실에 있는 무언가를 흉내내고 모방하는 놀이임. 병정놀이나 막대로 칼싸움하고 이런 거 말이야. 가상의 놀이 세계 안에선 그게 현실로 받아들여짐. 막대기로 칼싸움을 하지만 마치 칼처럼 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잡는다거나, 주사위를 굴려서 20이 나왔으니 상상 속 오우거 목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거 말이야.
하나는 agon 임. 경쟁놀이라고 하는데, 놀이의 성과를 가지고 뽐내는 것임. 누가 더 물 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느냐를 가지고 겨룬다거나, 상대의 수를 모조리 읽어서 체스에서 상대를 압도한다거나. 요즘 게임으로 치면 난이도 측면으로 접근할 수도 있음. 어쩌면 아주 강력한 이기기 힘든 상대인 블랙드래곤을 물리친다거나 하는 것도 agon의 요소에 들어감.
하나는 alea. 확률놀이, 도박놀이임. 작자에 따르면 운명의 신을 거스르는 즐거움 뭐시기 이런 식으로 쓰여있는데,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왜 재밌는지는 다 알고 있지.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불확실하게 하는 요소임. 당연히 주사위를 쓰는 도박 따위나, 투계 도박같은 것이 포함됨. 물론 이 판정이 성공하냐 마느냐에 따라 임무를 실패하고 성공하는 RPG들도 이 확률놀이의 속성을 갖고 있음.
하나는 Ilinx. 현기증 놀이. 롤러코스터 따위를 탈 때처럼 자신의 감각이 마구 뒤바뀌고 정신이 없는 것을 즐기는 놀이. 인데 아무리 봐도 RPG랑은 상관없겠지? (향정신성 약물과 함께 즐기시는 분이 아닌 이상)
근데 앞서 말했다시피 보통 게임이 하나에만 속하진 않음. 체스는 경쟁하는 놀이지만 agon 말고 전쟁의 모양을 흉내내는 mimicry의 성질도 띔. 고전적인 테트리스도 다음에 무슨 블록이 나올지는 확률로 정해지니까 alea이며, 높은 기록을 세우고자 경쟁하니까 agon이고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정신없어지니까 Ilinx의 성질도 띔. 대한민국의 민속놀이인 스타-크래프트도 우주전쟁을 다루는 mimicry, 상대를 전멸시키겠다는 agon, 그리고 상대와 내가 어느 진영에 떨어지느냐 하는 alea 요소까지 골고루 다 갖춤. 하나만 추구하는 게 아님. 대개 골고루 있어야 재밌음.
여기서 RPG가 네 분류 중 어느 속성에 속하냐고 하면, 가장 깊게 관여하는 성질을 띄는 것은 mimicry라고 할 수 있을 것임. 결국 주사위 굴리고 이야기 만들고 하는 것도, 실제로 그런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agon의 요소는 시스템에 따라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안가지는 경우도 있을 것임. 던전앤 드래건 같은 전통 판타지는 가상의 적과 "대결"하는 구도를 가지기 마련이니 아마 가질 것임. (가끔은 PK같은
것도 하는 팀도 있겠지) alea는 아마 대부분은 가지겠지. 확률적인 요소를 만들어서 긴장감을 더할 수 있으니까. 확률을 전혀 안쓰는 예외도 있긴 할테지만 대부분이 즐기는 RPG는
아닐 것임. Ilinx는... 아마 없을 것 같고. 이런 것들은 대개 시스템에 의해 결정됨. 피아스코에서 경쟁을 하려고 하거나, 할 순 없음.
결론은 RPG도 이런 놀이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게임이라는 것임. 하나를 무시하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됨.
결론이 뭐냐면 RP+G 같은 것 좀 그만하라는 얘기가 하고 싶어서 갑자기 썼음. 근데 왜 이 책 이렇게 재미 없냐?
재밌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서...
제목에 게임, 놀이 따위가 들어간 책은 보통 재미없다는 건 알지만 난 게임의 이론도 재밌게 읽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