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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덧글을 보고 나서 웬지 자꾸 눈물이 날 것 같고 밤에 잠이 안 왔음. 그래서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갔다 왔더니 그냥

왼쪽 눈의 헤르페스가 재발한 거라고 하더라. 점심먹고 안약 넣었는데 지금도 가려워 죽겠음.


뭐 그건 됐고 오늘은 뒷북을 좀 크게 쳐 보자. 얼마 전에 역극 빌런이 나타났는데 사실 2호였다는 게 밝혀지는 등의

일이 있었으니까 그쪽 위주로 글을 써 봄.


'룰링'과 표현의 구체화

AWE는 이빨을 터는 룰로 알려져 있음.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음. 문제는 이 주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옛날 옛적

D&D와 그 정신적 후속작들인 OSR 작품들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임. 블랙핵 봐라. 닥치고 다 능력치

판정 굴려서 정리하잖아? 심지어 몬스터 능력치는 달랑 HD와 그에 기반한 공격력 / 방어력 등의 뼈대만 주고 그럼.

그러면 왜 AWE는 역극스러워 보일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이게 '액션 단위'로 잘라서 정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임.

뭔가를 하려면 이게 무슨 액션인가 / 뭘로 판정할 것인가에 때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기를 의도하는가까지 전부 다

말로 표현을 해야 하는 물건이니 입을 털 수 밖에 없음.


<간단한 예시>

'켄시로'는 어쩌다보니 팔씨름을 하게 되었음. 물론 세기말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팅에서의 팔씨름이다보니 책상에

톱날을 설치해서 지는 놈은 손목이 날아가는 개막장 팔씨름임. 켄시로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1. "그냥 북두신권으로 단련된 팔 힘만 사용해 정정당당히 상대의 손목을 꺾는다"

2. "시작하자마자 상대가 힘을 쓰기 전에 재빨리 전력을 다해 상대의 손목을 꺾는다"

3. "상대가 힘을 쓸 수 없게 슬쩍 손가락으로 손의 비공을 찔러두고 손목을 꺾는다"

(이하 누군가의 손목 절단)


원작의 정답은 '정정당당히 상대의 손목을 꺾는 과정에서 상대의 팔이 부러져서 자르지 않고 이겼다'였다. 짝짝짝.

뭐 그건 됐고 이제 이것을 룰로 설명해 보자. 블랙 핵과 같은 룰이라면 힘 판정을 통해서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것임.

문제는 AWE에서의 팔씨름인데.... 여기에서는 일단 팔씨름을 할 때 쓸 액션(던전 월드로 치면 '위험 돌파'겠지?)을

정하고, 그 액션에서 쓸 수 있는 능력치들이 여럿이면 또 무엇을 사용해 판정할 지도 결정해야 함. 그래서 켄시로가

1~3 중 뭘 고르냐에 따라서 판정에 사용할 능력치가 달라짐. 이래서 역극이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주장을 하기 전에 우선 생각해 볼 게 두 개 있음.


1. 플레이어가 그 능력치를 사용해서 판정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동 설명을 잘 했는가?

2. 다른 룰에서 '상대가 힘을 쓸 수 없게 슬쩍 손가락으로 손의 비공을 찔러두고 손목을 꺾는 건' 어떤가?


1번이 충족이 안 된다면 일단 아무리 봐도 개소리라는 뜻이니까 컷하면 됨. 근데 2번은 어떨까? 손가락으로 비공을

슬쩍 찔러 두고 힘을 쓸 수 없게 된 상대를 일방적으로 이기는 건 비공을 찌르는 게 중요한 거니까 블랙 핵에서라도

굳이 힘 판정으로 해야 되는 건 아니겠지? 근데 다른 룰에서는 이런 것을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선택지'로 넣어두고는

'못 떠올리면 말고'로 간주하는데, AWE 같은 룰에서는 플레이어 쪽에 잘 보이게 보여주는 대신 액션 단위로 묶어서

같은 액션이라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걸로 보이기 좋게 나와있음. 이래서 플레이어들이 입을 털 여지가 늘어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데, 사실 위에서 말했듯이 마스터가 일단 말이 안 되는 소리는 다 자르면 됨. 그리고 하나 덧붙이면

"내 캐릭터는 쩌니까 그렇게 비상식적인 짓을 할 수 있어요" 하면 그건 대부분 말이 안 되는 거 맞고 '위험 돌파'와

같은 액션을 하기 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마스터가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기본 원칙임. 간단히 말해서 마스터가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AWE에서도 유효하다는 거임.


요약하자면 마스터가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룰북에 안 나온 상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걸 유지하며

플레이하는 것은 원래 다른 룰에서도 다 그런 건데 AWE는 이거를 좀 더 대놓고 떠들어대서 플레이어들이 좀 많이

마스터가 그렇게 해야 할 기회를 제공하는 쪽에 불과하다는 것임.


플롯을 미리 짜지 말아라?

전에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것은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그런 것이 아님. 그보다는 재료를 갖고 미리 요리를

해서 내놓지 말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꺼내서 요리하라는 것임. 그러면 이번에는 마법의 짤방을 하나 가져와

보여주도록 하자. 아마 어디서 많이 봤을....리는 없을 것 같은 데 진짜 본 적 없다면 좀 많이 미안할 짤방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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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아포칼립스 월드 구판 플레이북 PDF의 "국면" 부분 되겠다. AW의 MC는 플롯을 미리 짜는 대신 여기에

지금 진행 중인 국면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고쳐나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던 것임. 돌발적 상황이 터진다면

여기 나온(미리 정해두거나 등장한) 걸 보고 답변을 하고, 그 내용을 또 여기에 기록해서 정리하고 그러면서 말이지.

지금은 국면 지도라고 아예 더 큰 스케일로 만든 물건을 쓰니까 AW에서는 안 쓰는 데 다른 룰에서는 아직 유효함.


그러니까 이걸 참조해서 상황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용을 여기 추가하는 것을 반복하며 플레이를 진행하면 되는 거고,

위에서 봤듯이 AW에서는 말이 되는 묘사를 바탕으로 같은 상황에서도 다양한 결과물이 튀어나오게 할 수 있는 것을

플레이어들에게 이미 가르쳐 줬으니까 하다보면 어쨌든 그런 게 나올 뻔한 상황에서 굳이 틀어질 게 확실한 플롯을

머리 굴려가며 짤 필요가 없으니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거임. 누가 AWE는 MC 스크린을 눕혀놓은 것 같다고 하던데

사실 이거하고 이걸 써먹을 수 있을 머리만 있으면 AWE에서는 스크린이 없어도 별로 큰 상관은 없다고 봐도 괜찮음.

어차피 마스터가 굳이 플레이어들에게 보이지 않게 굴려야 할 주사위도 없잖아. 


또한 모든 돌발 상황의 근원은 PC들이니까 걔들의 행동에 큰 제한을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큰 흐름을 짜 놓아도

사실 별 문제는 없음. 예를 들어 "PC들이 방치한다면 이 국면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가"같은 게 바로 그런 것임.

다만 국면이 국면이니까 이런 건 결국 PC들이 손을 대다 보면 뒤틀리거나 와해될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게 맞음. 굳이

플롯에 가까운 형태로 짜고 싶다면 PC들이 작중에 등장한 어떤 NPC의 조력자가 되어서 PC들이 '일단은' 그가 세운

계획대로 / 그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는 게 그나마 가장 가까울 것임. 이런 경우의 가장 대표적 예시는 아무래도

반지 원정대가 아닐까 싶다.


3줄 요약

사실 좀 괴상한 행동을 하고 괴상한 결과가 나오는 건 AWE가 아닌 다른 룰에서도 발생함.

문제는 AWE는 저걸 대놓고 가르쳐 주고 저걸 기대하므로 플롯을 짜 봤자 결국 짬통행임.

그래서 대신 진행에 활용하다 진행 내용에 따라 적당히 고치는 MC용 핸드아웃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