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ㅇㅇ님들. 오늘은 어떤 병신얘기가 도는지 궁금해서 들렸다가 번역 얘기가 나오길래 찔려서 글 올려요.
우선 컨텍스트를 설명하자면 전 익절티드를 좋아하고 13년 했고 너무 좋은데 OR하긴 싫어서 TR로 하려는데 한국에서 익절티드 하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마스터링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익절티드 자료를 플레이어들에게 설명해야 하다 보니 익절티드를 번역하게 된 사람이에요. 축약하자면 익절티드 빨려고 익절티드 번역하고 있어요. 추가로 프로 번역가라고 자처해요.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돈 받았으면 씨발 프로지 뭐야 안 그렇게 생각하면 말 마요 번역하지 말라고 돈 주기 전까지 듣기 싫음.
저번에 ㅇㅇ님들 익절티드 하시라고 직접 작성한 위키 글을 올렸었는데 그거 보셨다면 이해하실거고 못보셨다면 한 번 봐요. -> http://trpgkorea.wikia.com/wiki/Exalted 분명 현재 번역 정책을 싫어하시는 ㅇㅇ님들 많을거고 직접 이 번역 개구리다는 얘기도 여러번 들었어요. 실재로 여러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번역이 될지도 물어보고 있고요. 계속 되돌아가서 고치는거 좆같은데 뭐 어쩔 수 있나요.
그럼 현재 익절티드를 어떻게 번역하고 있는지 대충은 보셨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서 알피지를 번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죠.
이 논제에 관련해서 알피지를 정의하자면 "같은 상상을 공유하는 놀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물론 모든 플레이어와 심지어 마스터도 다 다른 상상을 하고 그러지만 그 상상을 말, 즉 언어로 표현할 때 각자의 상상의 공통점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상상의 틀을 잡는 놀이에요. 예를 들어 모든 플레이어가 "코볼트"가 뭔지 알고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무슨 성격을 보이는지 알고 기타등등인데 마스터가 "코볼트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라고 할 때 오크를 상상하면 그 플레이어가 병신이죠 ㅇㅇ. 물론 이 코볼트가 빨간색일지 갈색일지 명시되지 않았기에 각자의 상상 속에 나타나는 괴물은 다르게 생겼을 수 있어요. 하지만 딱히 이 코볼트가 빨간색일 필요가 없다면 (즉 "빨간" 코볼트가 다른 상상을 가능케하지 않는 한) 마스터/다른 플레이어는 그걸 말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이미 "중요한" 상상은 공유되었으니까요.
장면을 바꿔서 익절티드를 하고 있다고 해요. 마스터가 "Madelrada the Tide that Wears Down the Mountains의 군단과 더 이상 싸울 수 없기에 여러분은 Vitriol River를 가로질렀지만 The Quicksilver Highway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러분은 Beauteous Wasp 한 때에 둘러쌓였고 눈 앞에 Metagaos, the All-Hunger Blossom이 입을 벌려 여러분을 맞이합니다"라고 합니다. 씨발 그게 뭐에요? 뭘 상상해야 해요? 뷰티어스 와습이 뭐야? 말벌인데 무슨 말벌?
지금 전 Beateous Wasp을 "아리따운 말벌"이라고 번역하고 있어요. 위에 장면에서 "블라블라 정신을 차려보니 여러분은 아리따운 말벌 한 때에 둘러쌓였고"라고 하면 적어도 지금 당장은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있지 않나요? 물론 여기에 아리따운 말벌 한 마리는 높이 2미터 길이 5미터짜리 거대한 곤충이고 갑각이 수정이고 늘 기분이 좋아서 흥얼거린다는 설정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쁜 벌때가 보인다는 건 상상할 수 있어요. 이렇게 상상을 공유하는 걸 한 단계 더 쉽게 해주는 것이 번역의 필요성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문제가 되는 포인트로 넘어가요.
익절티드를 소개하고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인 "태양진인"을 예제로 들게요. 태양진인의 원어는 Solar Exalted에요. 만약 가장 간단하게 직역을 한다면 "해의 고귀한"이 되겠죠. 그런데 문법도 틀리고 말도 안되고... 형용사를 명사로 사용하는 걸 남용하는 화이트울프의 성향을 생각해서 조금 다듬으면 "해의 고귀한 자"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상상의 공유를 쉽게 하기 위해 번역한 경우, 이를 가지고 플레이하는게 가능하겠죠.
"여러분은 해의 고귀한 자들입니다. 운명의 부름을 따라 얼어붙은 북쪽의 도시 하얀벽에 모이게 되었고 그 곳 평의원의 세 하느님의 측근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 익절티드 13년 해서 부심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단언코 말하길 이거 존나 익절티드같지 않아요.
알피지의 텍스트는 복합적인 용도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영어로는 style & substance라고 말하는 그거요. 돌려말하자면 글은 맛도 있어야 하고 영양가도 있어야 한다라고 할 수 있겠죠. 기술적인 문서(제가 주로 번역하던 전자기기 매뉴얼같은 것들 ㅂㄷㅂㄷ)는 모두가 같은 글을 읽고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스타일을 포기하고 섭스턴스에 집중해야 하죠. 여러분이 전자렌지를 샀는데 "오 별이 축복을 받은 자여 당신의 길과 마주친 이 신기는 돌림쇠를 돌려 멈춰야 할 때를 가르침받아야 하고 주절주절"하면 좆같지 않을까요? 역으로 예술적인 문서 (가장 노골적인 예제는 시)는 같은 생각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도록 섭스턴스를 희생하고 스타일을 살려야 합니다. 시집을 샀는데 처음 나오는 시가 "장면: 인구 78명의 농촌 (소재지 충청북도 어쩌구저쩌구) 시간: 13시 32분 날씨: 맑음 (습도 69%) 블라블라"하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알피지 텍스트는 맛과 영양가를 다 살려야 합니다. 왜냐:
맛) 알피지 룰북 설정파트를 읽고 독자(예비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으면 이야기거리가 없어요. 설정을 읽고 "아 씨발 이 세계에 이런 캐릭터 있을 거 같고 이 캐릭터가 이러이러한 거 하면 쩔겠다"라고 하지 못하면 그 설정은 죽은 설정입니다.
영양가) 알피지 룰북 설정을 읽고 어느 지역에 어떤 도시가 있고 그 도시에는 어떤 문화가 있으며 블라블라가 명시되지 않으면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첫 세션을 할 때 "음 제 캐릭터는 귀가 긴 엘프고요"하고 다른 플레이어가 "씨발 엘프라니 이거 SF 아니었어?"하는 사태가 발생하겠죠.
즉, 알피지 텍스트는 스타일 & 섭스턴스, 맛과 영양가가 다 있어야 제 역할을 합니다. 왜냐면 (위에 말했듯) 알피지는 상상을 공유하는 놀이니까요.
다시 익절티드로 돌아가서 아까 언급한 문구를 현재 번역에 맞춰서 한다면 이렇게 될 것 같아요.
"여러분은 태양진인입니다. 운명의 베틀이 명하길 여러분은 북방의 도시국가 흰울에 모이게 되었고, 그 도시의 수호자 삼신회의 신령들의 측근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태양진인"이 뭔지, "운명의 베틀"이 뭔지, 왜 하얀벽 = White wall = 흰울인지 이유가 전달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번역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익절티드의 맛과 영양가가 조금 더 살아난다고 생각해요. 한자 이름 + 우리말 이름을 남용하면서 엘프와 드워프가 나오는 유럽풍 판타지와는 살짝 다르다는게 전달되었을 수 있겠고, 그리고 "신령"이라는 키워드로 god이라 불리는 것들이 아브라함계 종교의 신과는 달리 동양 민속신앙의 신령에 더 가깝다는 걸 전달했을 수 있을거에요.
초월번역은 아닐거에요. 분명히 더 좋은, 더 효과적인 번역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익절티드를 번역하고 있는 번역자의 취지는 "영어로 읽을 때 느껴지는 맛이 한국어로 읽을 때도 느껴지며, 그러면서도 영어에서 전달되는 영양가가 한국어로도 전달되는" 번역을 노리고 있어요. 감히 "이게 익절티드 원문보다 더 익절티드스럽겠군 ㅇㅇ"이라며 번역하진 않아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번역자 개인도 역시 개인일 뿐이고 번역자의 해석이 다른 자의 해석과 다를 수 있다인 것 같아요. 지금 가장 고민되는 번역 중 하나가 익절티드에 등장하는 anima라는 개념인데, 이거 가지고 여러번 다툰 적이 있어요. Anima라는 단어가 다른 맥락에서는 "혼"을 얘기하고 융의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여성성"(남성성이던가?)을 의미하고 라틴어로 "움직이는 것"을 뜻하고 그러잖아요? 하지만 화이트울프가 이상하게 이 모든 뜻을 버리고 익절티드 설정 고유만의 뜻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설정의 상세를 모르는 분들이 "혼빛"이라는 번역을 보고 "병신같은 ㅋㅋㅋㅋ"하더라고요. 솔직히 기분 나빴습니다. 뭐 그나저나. 중요한 건 이렇게 같은 글을 보고 맛 vs. 영양가의 충돌로 인해서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그리하여...
알피지 룰북같은 겉멋들린 글을 번역할 때는 번역자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번역자가 모든 단어, 모든 개념을 의논하며 번역할 수 없으니까요. 즉, 알피지 룰북이 지향하는 느낌과 이미지를 어느 정도 이해한 번역자를 필요로 한다가 되겠죠. 사실 알피지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개념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 모두 플레이어를 할 때 마스터가 제시하는 배경과 설정을 따르잖아요? 여기서 번역자의 역할은 같은 룰북을 보고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마스터들이 상상의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역할을 맡기 위해선 번역하는 룰이 지향하는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장문의 글을 요약하자면 알피지의 번역은 단순한 뜻의 차용이 아니라 원문이 의도하는 상상의 공유를 다른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그 상상이 무엇인지 감을 잡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유만으로 좋은 번역이 나오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알피지의 번역을 논할 때 단편적인, 단절된 예시만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큰 맥락을 생각하고 의논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줄요약) 씨발 번역이 좆같으면 니가 해 존나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데 왜 지랄이야 개같은 것들
수정) 생각해보니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서 번역을 못해서 누구를 미천하다고 하면 개쌍놈이네요. 그런 뜻은 아니었으니 삭제했습니다. 미천하다고 했던 표현은 정작 텍스트를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토를 다는 놈들 얘기했던 거에요.
한줄 요약 말고는 아무 쓸모 없는 글이네... 한줄 요약 자체는 맞는 말임
익절빌런의 등장이라니...
이거 외에 따로 돈 받고 번역하는게 있는거임? 그럼 프로 맞네 그냥...
역자아 당연히 자기가 이해한 선에서, 가장 잘 올바르게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역어를 고르는 거지. 그런데 본문 봐도 익절티드가 진인이 될 때 느껴지는 위화감은 줄어들지 않음. 기존에 그 단어 사용하던 맥락이 있는 걸. (미들어스를 중원으로 옮기는 것처럼) 그러나 꼬운 놈은 자기가 번역해서 보면 되지 굳이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것도 아니고.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성그로 - 고마워요. 늘 생각하던 건데 번역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고 하나 하나 따로 욕하는 거 자주 보다가 밑에 글 좀 보고 생각이 들어서 적은 글이에요. 이런 글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 듯 하네요.
오리엔탈 풍의 판타지라고 하면 진인도 썩 괜찮지 않음?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동양의 말로 옮기는 건 원래 항상 이상해지지기 마련이고 되려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봄. (3.5 ToB같은 거 직역으로 옮기면 매우 어색해지듯이)
실례지만 지금 불타고 계십니다
문제는 실제하는 진인이라는 표현은 보통 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잖아. 반대로 익절티드는(내가 아는 게 맞다면) 일종의 초인들이고. 서양에서 오리엔탈풍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니 위화감이 따르고, 저 사안에서는 특히 솔라 익절티드에 시선이 쏠리는 거지...
과연 그렇군요. 영지물 열심히 하세요
새로운 빌런인가...?
성그로 - "진인"이라는, 익절티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키워드의 번역은 익절티드 번역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요.진인이란 컨셉이 이미 존재하고 익절티드 설정에서 말하는 초인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그러면서도 중요한 점에서 크게 다르니까요. 하지만 익절티드에서 "the Exalted"라는 단어의 새 의미를 창조했듯이 진인이라는 단어에 새 뉘앙스를 부여하는 건 어느정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빌런인가? 화력 분출의 대상이...?
번역 1추 미천한 것이라 1비추
이런 동네에서는 기존 단어에 새 뉘앙스 넣는 것보다 새 조어를 찾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쯤 되면 내가 이렇다저렇다 할 영역이 아니고, 아무튼 역자의 입장과는 별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도 있는 거라 그때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함. 꼬운 사람은 자기들이 번역하면 되고, 너도 너무 신경쓸 거 없다고 생각하고...
판타지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해봤자,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초인 아닌감(...). 도사라고 하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랑 동시에 도술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여기듯이. 근데 익절티드 전혀 모르는 룰이라 뭐라 말하기 그렇긴 하군.
생각해보니 미천하다는 표현은 외국어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네요. 흑흑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정작 원하던 뜻을 표현한 건 아니니까 수정할게요.
진인 정도면 멋진데 문제있나
xx - 익절티드에서 "Exalted"는 높은 존재에게 힘을 부여받은 사람들을 뜻해요. 그래서 진인/도사는 조금 어렵죠. 신조어를 쓰자니 애매한데다가 "진인"이라는 단어에 존나 꽂혀서 그런 것도 있고요...
열심히 하는것도 알겠는데 당사자한테 뭐라하셈; 여기서 불타봐야 님 감정소모만 심할거같은데
앞에서도 얘기 나왔지만 진인은 아라한을 의미하는 말 아닌가. 기본 개념이 익절티드와는 좀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그걸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쓰고 말고는 번역하는 사람 마음이지만, 그게 더 안 와닿거나 거부감 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그거 보고 미천하다고 하는 건 좀 많이 나간 거 같네.
그나저나 익절티드 번역이면 조만간 펀딩 하나 열리겠군. 출판 잘 되길 바랍니다.
디십 - 흠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겠네요. 진인이라는 단어는 특히 예민하기에 고민을 늘 하고 있지만... 정작 한줄요약의 느낌이 너무 까칠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다시 한 번 수정.
뭐 플레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건데요. 누가 익절티드 가져온다고 하면 냉큼 뛰어들텐데.
쓴 사람이 프로 번역가인거지 익절티드 정발판을 위해 번역중이란 얘긴 아니지 않나? 나온다면 나도 좋겠으나...
아 시발 글 암호 까먹었네요. 한줄요약은 격한 감정이 함축되어있으니 무시해도 좋아요.
에, 관심법 좀 써봤어요. 실패했나 봄...
네 경우는 익절티드라는 마이너한 룰을 번역하는거고, 그 뉘앙스가 마음에 들건 들지않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번역을 한거지. 모두의 마음속에 이미 있는 공유된 심상에 선례로 남은 언어적 약속이 아직 없는거임.
나는 익절티드를 접해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입문해보려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태양진인이란 표현을 쓴다면 그게 맘에들건 아니건 진인=익절티드란 공식이 이해가 간단거임
근데 발단이 된 나뮈빌런은 코볼트를 지혼자 개코땅귀신이라고 부르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옆에 원어병기도 안하고말야. 그게 병신같단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