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년 전 이야기인데 늘 쓸까말까 하다 고민하다 씀


삼성동 카페에서 진행한 던전월드였는데 배경이 사막 왕국이었음. 나라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3명의 파티원 중 나 포함 2명은 사막 왕국 출신이고 다른 한 1명은 바다왕국 출신. 사실 바다왕국이란 이름은 아닌데, 기억이 안나서 가칭함.


바다왕국은 사막왕국보다 발전되서, 침략 중이었음. 사막왕국은 오랫동안 항전중이었는데 우리가 플레이하는 시점에서는 풍전등화라 식민지가 되기 직전인 상황.


나랑 다른 1명은 사막왕국의 원주민 게릴라고 다른 1명인 바다왕국출신은 지식인 계급인데 바다왕국의 모순에 환멸을 느끼고 사막왕국 게릴라에 투신한 귀족이었음.


플레이는 바다왕국이 사막왕국의 저항을 박살낼 수 있는 고대병기를 만들고 있다는 첩보를 들은 우리 파티가 그 고대병기를 부수기 위해 여러 모험을 겪는 것이 주내용이었음.




플레이 내내 바다왕국과 사막왕국 NPC모두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았음.


예를 들어 바다왕국 병사가 사막왕국 노인을 학대하는 모습이 있는 가 하면 다른 마을 가면 바다왕국 의사가 사막왕국 빈민을 치료해주는 거임.


반대로 사막왕국 상인이 사막왕국 빈민을 핍박하고, 반대로 사막왕국의 학자가 첩자로 의심받아 공격당하는 바다왕국의 의사를 변호해주기도 하고.


보통 이런 스토리면 사막왕국=선 바다왕국=악 이렇게 딱 정해져서 바다왕국은 찌질이 사막왕국은 호구들 이런 도식이 자주 나오잖아?


그런데 캐릭터들이 진짜 그런 상황이라면 있을 것 처럼 생생한거야. 그게 인상적이었음.




파티가 결국 바다왕국이 진행중인 고대병기 발굴장에 도착했음.


거기서 알게 된 사실이 뭐냐면 바다왕국은 앞으로 있을 거대한 악마의 침공을 막기 위해 사막왕국을 침략했다는 거였음.


바다왕국은 이미 북부에서 악마들의 침공을 계속 받아왔는데, 머지않아 대대적인 공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거임.


표면적인 목적+부수적인 이익인 후방안정 및 자원수탈도 분명 중요했지만 진짜 중요한 건 고대병기였음.


그래서 불가피하게 그간 사이가 좋지 않았던 후방의 사막왕국을 공격한 것. 묻힌 고대병기를 발굴해서 그걸로 악마들과 싸우려고 했던 거임.




그래서 우리 파티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음. 고대병기는 이미 주인이 바다왕국의 귀족으로 설정된 상태라 바다왕국을 위해서 싸우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음.


고대병기를 파괴 안 하면 바다왕국은 고대병기를 이용해서 악마를 무찌르거나, 최소한 북부의 전선을 교착상태로 고정할 수 있을 거임.


동시에 그 말은 바다왕국이 사막왕국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게 되어 사막왕국의 자주적 독립이 상당히 힘들어 진다는 뜻이기도 했음.




고대병기를 파괴하면 사막왕국에는 이득이지만, 인류전체로 보면 손해일 수도 있었음. 악마의 대공세는 막지 못하면 결국 인류전체가 위험해진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고대병기가 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악마의 대공세를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저지할 수 있었음.


하지만 파괴를 안 하자니 당장 수탈받고 있는 사막왕국의 인민들이 문제임. 게다가 아무리 나름대로 대의가 있다고 해도 바다왕국이 사막왕국을 식민지로 만드려는 것은 분명한 악임. 그리고 고대병기가 있다고 해도 100% 악마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뿐이지.


세 번째 선택지로 고대병기를 사막왕국의 것으로 할 수 없나? 싶었지만 이미 바다왕국의 귀족이 자살해서 스스로의 영혼을 고대병기에 넣은 상태였음.



결국 이거였음. 민족의 영웅이 되어 고대병기를 파괴하느냐?(대신 이번에는 아마도 확실할 정도로 바다왕국이 악마들에게 사막왕국 꼴을 당하면서 망하게 될 것이고, 덤으로 인류 전체의 위험이 따라올 가능성이 생김)


아니면 인류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고대병기를 인정하느냐?(이때는 역시 매우 높은 확률로 사막왕국이 바다왕국에 완전히 식민정복됨. 하지만 인류 전체는 악마의 대공세를 비교적 높은 확률로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김)




한 20분 넘게 고민했는데 결국 우리 파티는 고대병기를 파괴하기로 함.


그리고 배를 타고 악마의 침공 전화가 닿지 않을, 최소한 마지막으로 닿을 해외로 도피하기로 했음. 다행히도 우리 모두 모험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서 펑펑쓰기로 했음.


자기 영혼을 고대병기에 바친 바다왕국 귀족NPC가 "아니 시발 그런 얼탱이 없는 이유로 인류의 파멸의 가능성을 불러 일으킨다고?" 그런 대사 치는 것이 생각나네.


솔직히 지금 쓰니까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괜찮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음.


암튼 가끔 그 때 플레이가 생각남. 마스터가 약간 단점도 있었는데, 어쨌든 최소한 이런 생각해볼만한 선택을 주는 마스터는 처음이었음.


민족의 영웅, 인류의 악당이냐? 아니면 민족의 반역자, 인류의 구원자냐? 이거.


지금 다시 그 때 마스터를 만나면 다른 선택을 할 것 같긴 한데...암튼 그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