턀갤질 좀 한 갤럼들은 내가 '그런 취향'의 마스터에게 트라우마가 심하다는 걸 대충 알 거임. 턀갤에 그런 취향의 마스터 까는 글도 여러 번 쌌었고. 뭐 모르는 갤럼들도 있을테니 내가 전에 싼 글들 몇 개 링크.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12371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43734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48991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66618
일단 걍 가학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pc들 족치는 취향의 마스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제끼고.... 경험적으로 '그런 취향'의 마스터는 이런 경향이 있더라고.
1)컴퓨터 게임(특히 옛날 비주얼 노벨 종류)에서 '시나리오 분기'를 짜듯이 사전에 이러저러한 선택지에서 A 루트를 타면 강력한 NPC XXX가 동료로 들어오고, B 루트를 타면 그 대신 졸라 쎈 템 XXX를 얻는다는 식으로 미리 내부적으로 결정을 해둠
2)그런 식으로 확장해서 해피 엔딩 루트 노멀 엔딩 루트 배드 엔딩 루트를 나눠놓음
여기서 포인트는 저런 식의 분기가 어떤 포인트인지에 대해서 플레이어들에게는 절대 말 안 해준다는 거임. 해피 엔딩(반드시 '해피'가 아니어도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방향의 엔딩)을 보고 싶거든 자기는 복선 충분히 깔았으니 너네가 알아서 추론해야 된다는 식임.
그런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저런 방식이 기만적이다 싶은 게... 그 잘난 복선을 파악하는 난이도가 개같이 높았을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자면 당시엔 별 거 아닌 배경 묘사일 뿐이었는데, 지금 PC들이 타는 루트가 마음에 안 들면 마스터는 '사실 그 때 그거 복선이었음, 추론 못했으니 어쩔 수 음씀' 해 버리고는 자신이 원하는 전개로 틀어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거든. 만일 그 때 내 멘탈을 조졌던 본인이 이 글 보면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어쩌라고.
게다가 그 때 그 마스터(쨍이었으니 정확히는 '텔러'지만 여하간)는 나름 확고한 원칙이 있었음. "중간 과정에서 졸라 미친 듯이 굴러야만 그 고난을 뚫고 성취한 미래가 가치가 있다. 나는 마스터로서 그 미래를 보고 싶다."
그런 원칙과, 저러한 마스터링 방식이 조합된 상태에서 어떤 헬이 펼쳐졌을지는 알 만하지 않냐(내가 빡치는 포인트는 다른 거였지만). 이건 그냥 내 추측이긴 한데, 그 마스터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라고 봄.
1)나 역시 PC들이 역경을 뚫고 해피 엔딩에 도달하는 걸 보고 싶다. 하지만 그게 가치가 있으려면(즉 그 역경과 고난이 '진짜'이기 위해서는) '진짜' 불확정 요소가 있어야 한다.
2)하지만 그 불확정 요소는 주사위 눈 같은 거여선 안 되고, 영화나 만화, 소설 같은 데서 주인공들이 최종 보스의 논리를 논파하듯, 플레이어들이 진짜로 뭔가 드라마틱한 명장면(개쩌는 논리로 적대적인 NPC를 설득하건 아니면 신중한 전략과 주사위 빨로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전투에서 승리하건)을 만들어내서 마스터인 나 자신을 납득시키거나 감동시켜야 한다
3)그렇게 못하면 어쩔 수 없지, 얍 세계멸망
뭐가 문제인지 알겠지? 마스터는 지금까지 자신이 뿌린 복선들을 플레이어들이 회수해서(그 '복선'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는 문제는 둘째치고) 몇 겹으로 숨겨놓은 진실에 도달해서는, 엄청나게 개쩔고 드라마틱한 명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싶었던 거임. 그런데 나나 다른 플레이어들로서는 마스터의 블랙박스를 꿰뚫어 볼 방법이 없고, 그 '복선'의 유동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면에서 마스터를 신뢰할 수가 없었음. 그런 상태인데 캠페인 난이도까지 헬이니까(전투도 그렇고, 친분이 있던 NPC와 대립하거나 그들의 기대를 배반하거나 해야 하는 식으로 심리적인 난이도도 높았어) 지치게 되고, 뭣보다 이미 조건부로 루트가 갈리도록 마스터 임의로 결정되어 있다 보니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건 미리 정해진 것에 대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즉, 의미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도 갈수록 점점 커져가고 있었거든. 그런데도 씨발 좆같은 마스터새끼는 "나는 착한 텔러에요" "만일 잘못된 루트로 가도 최소한의 정보는 줌^^" 이 지랄을 했고.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그거냐?
내가 지금 하는 겁스 동인도 PBP에서도 플레이어들에게 계속 '내부적으로 '정답'으로 정해놓은 선택지는 없다, PC들이 진짜 무리수다 싶은 선택을 하면 그 때 이야기를 할 테니 각자 PC가 더 활약하기 좋겠다 싶은 쪽+플레이어로서 더 재미있겠다 싶은 쪽으로 선택해라'라고 계속 강조하는 이유가 이거기도 하다.
써놓고 보니 아랫 글과는 포인트가 좀 다른 거 같기도 한데, 이런 유형도 있다...는 차원에서 써 봄ㅇㅇ
당시 플레이하면서 나도 몇 번이나 '정해진 루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싶어서 무력감이 든다'고 여러번 불평했었는데 그 마스터는 그 때마다 졸라 교묘히 화제를 돌리거나, 강력한 능력이나 아이템을 쥐어주거나 하며 무마했음. 거기에 낚인 나새끼도 병신이긴 했어.........................
그럴 때는 선택지를 빡빡하게 짜지 않고 적당히 방향만 뭉뚱그려서 가리키게 하는 게 나았을 텐데.
재밌는 글이군
내 경우 사실 네가 비판하는 작법, 그러니까 "거저 얻은 해피엔딩보다 고난과 역경 끝에 얻어낸 해피엔딩이야말로 가치있다" 라는 가치관의 신봉자이긴 함. 다만 다른 점은 그 트리거를 "뛰어난 전략" 이나 "철두철미한 분석" 같은 PL 역량에 의존하는 요소가 아닌, "캐릭터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한다" 처럼 PC에게는 어려워도 PL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로 설정한다는 거.
솔직히 말해서 영웅도 천재도 아닌 일반 사람들을 데리고 영웅적/천재적인 행동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따라감... 가끔 보면 드라마적 완성도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DM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는 것 같아. 우리는 놀려고 모인 거지 간난신고를 겪으려고 모인게 아니란 말이다... 그걸 좀 알아줬으면.
재밌는 글이네. 나도 과거에 그런 마스터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나도 미카엘같은 가치관의 마스터긴 함. 본문 글에 나온것같은 정보나 합의 없이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이심전심의 쾌감을 우연히 (그게 의도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까 우연이지) 맛본 마스터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쉬운것같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말이지.
이미 벌어진 일을 플래그로 설정한 마스터는 최악임. 오히려 이미 벌어졌더라도 PC들이 그걸 모르고 했으면 설정을 바꿔줘야지(고닉의 메타스 사건 같은). 피씨들이 잔뜩 감정이입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거 님들 삽질임."하면 기분이 쓴게 아니라 짜증남.
마스터 태도도 절라 개색히네. 그딴거 사람 감정 고생시켜가며 보고 싶으면 돈 내고 마스터링 하라고 해야겠네. 플레이어 커미션 받아야 할듯.
난 고난과 역경 뒤에 얻은 엔딩이란 헛소리가 짜증나는데, 이건 팀 합의 없이 온전히 마스터 혼자 자위할 때만 나오는 지랄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같이 팔라딘 같은거 하다가 타락의 경계에서 패널티 존나 받는걸 기뻐하는 변태도 있지만 그건 내가 받아들인거고 마스터도 저딴 생각 안 가졌음.
근데10년 전이면 혈기왕성할때의 일이니 시바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쿨타임 돌 때마다 까면서 추억할 거리 생긴거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