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 자체에는 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사람도 없고 룰북도 없고 해서 어영부영 시간 축내다가 큰맘 먹고 시노비가미랑 인세인 룰북을 구매했어.


 처음하는 거고 같이 하는 사람 기분 나쁠까봐 그냥 설렁설렁 해보려고 주변 사람들 모음. 뭐 당연히 모은 사람이 부담을 크게 짊어져야하니 난생 처음 마스터 잡고 했고...


 일단 구성하고 이야기 이끌어나가는 건 보드게임이지만 광기의 저택 1판에서 키퍼로 게임 진행 도맡아 했었으니 엄청 어렵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구.



 잡설은 그만하고 시노비가미랑 인세인 얘기로 들어가서 왜 이 둘을 같이 샀냐면, 이 둘의 룰이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더라고. 출판사랑 작가가 같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판정법도 비슷하고, 이야기 진행도 그렇고.


 *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TRPG라고 할 때 생각하는 DnD 류와 같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게 특징.


 나도 TRPG는 DnD랑 CoC로 처음 알게 되서 이런 식으로 장면마다 뚝 뚝 끉어지는 느낌의 TRPG는 색다르게 느껴졌어.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룰북을 사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CoC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는 느낌이라면, 시노비가미나 인세인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느낌이랄까.


 근데 모두의 이야기를 각 장면마다 한 번 씩 다 번갈아가며 그려내다보니 A가 B의 비밀을 캔다싶더니 다음에는 갑자기 좀 뜬금없이 C랑 D가 감정을 맺는다던지. 뭐 서두에서 보통 다 만나서 공통의 겉 사명을 말하긴 하지만 비밀에 기재된 진짜 사명이 진짜배기니까.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적응하지 않으면 이야기 진행이 자연스럽지 않아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게임은 시간의 진행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라운드의 진행에 초점을 두다 보니까.



 * 정해진 아이템만을 취급


 사전에 기재되어있지 않은 것들은 이야기 진행에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다보니 다양성이나 즉흥성은 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예를 들어 CoC 같은 경우에는 양호실에서 A와 B가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하면 혹시나 모를 부상에 대비해서 붕대를 좀 챙겨가겠습니다, 그럼 양호선생님께 걸리지 않고 붕대를 가져올 수 있는지 행운 롤이나 양호선생님을 설득하기 위한 설득 롤을 해주세요.


 같이 차후에 도움이 될 아이템을 챙길 수 있지만, 시노비가미와 인세인의 경우 정해진 아이템을 제외하면 신에서 이런 식으로 붕대를 획득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식품이니까.


 그런 점에서 처음 마스터를 잡는 입장에서는 편했지만, 이야기 진행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하기엔 그리 좋은 시스템 같진 않아.


 대신 정해진 틀이 있고 그 형식대로만 진행하면 되니 간편하고 빠르게 하기엔 좋은 것 같아.



 아래는 인세인하고 시노비가미하면서 느낀 차이점 같은 것들.


 * 시노비가미는 인세인보다 더 PvP쪽에 중점을 두었어. 뭐 인세인도 PvP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공격으로 1D6을 굴리는 건 최대 체력이 6인데 좀...


  둘 다 클라이맥스 페이즈에는 반드시 전투가 벌어지는데 단순 PvP를 하기엔 좀 빡빡한 거 같아.


 * 인세인이 시노비가미보다는 준비할 소품 같은 게 많아. 광기 카드라던지, 여러 장소나 물건(프라이즈 말고도)에 대한 사명과 비밀이라던지.


  시노비가미가 더 사람에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 들어. 대신 시노비가미는 어빌리티가 더 많아서 더 다양한 컨셉의 캐릭터가 나오는 특징이 있어.


 * 인세인은 뭔가 시스템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물론 정보를 주고 받거나 하는 신을 소모하지 않는 행위야 많이 일어나겠지만,


  아무래도 감정 수정에 생명점이나 이성치를 1 소모해야되기도 하고, PvE 경우에는 남의 비밀을 캐고 다닐 시간이 없기도 하고...




 딱히 더 생각나는 건 없네.


 더 많은 사람이 가볍고 빠른 느낌으로 플레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가볍게 뭔가를 하려면 TRPG를 하지 않겠지...?


 두서 없는 이야기라 대부분 그렇겠지만, 틀리거나 이상한 점 같은 거 있으면 얘기해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