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게이머라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보상을 원할 것이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보상을 받을 때 화술 체크같은 카리스마 기반 스킬 체크를 통해 보상을 뻥튀기한다든가,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고도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전투를 회피하는 것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TRPG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순수하게 인카운터 파훼를 목적으로 던전 크롤링 - 재정비 - 던전 크롤링을 반복하는 고대의 D&D맨들 / 오버 CR의 고난도 전투, 그러나 그에 걸맞지 않은 무가치한 보상을 원하는 마조히스트 + 하드코어 전투 중독자들이 아닌 이상,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시도해보지 않은 TRPG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과분한 보상'이나 '적절한 보상'이 아닌, '소소한 보상'을 원하는 이들은 어떤 유형의 TRPG인들인가? 그들을 탐구해보려면 먼저, '소소한 보상'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야 할 것이다. '소소한 보상'은 말 그대로 '소소한' 가치를 가진 대가성 물건 / 포상금을 뜻한다. 이 '소소하다'의 사전적 뜻은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를 뜻한다. 즉, '소소한 보상'이란 의뢰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의뢰의 난이도에 미치지 못하는 조잡한 보상들을 뜻한다.
혹자는 '부적절한 보상'이 '소소한 보상'과 같은 형태의 보상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악덕 의뢰주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본 TRPG인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파티 전력의 거의 대부분을 깎아먹은 강력한 드래곤을 힘겹게 사냥한 뒤에, 약속한 금액의 절반만을 제시하는 악덕 영주의 사례같은 것을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적절한 보상'은 파티의 완결된 목표가 아닌, 캠페인 내의 하나의 '장치'로 작용할 뿐, 파티를 플레이 외적으로 엿먹이기 위한 GM의 술책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 악덕 영주를 족쳐서 파티에게 추가적인 경험치와 온전한 보상을 지급하기 위한 추가적인 인카운터로 사용되거나, 혹은 향후에 진행될 시나리오 후크로 이러한 '부적절한 보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적절한 보상'은 '소소한 보상'과 그 궤를 달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한 보상'이란 '부적절'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부정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암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소한' 이란 단어는 마을 아낙네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거나, 여동생의 가출한 고양이를 찾아준 뒤에 받는 작고 쓰잘데기 없을 보상에나 붙일 수 있는 단어인 것이다. 즉, '소소한 보상'이란 가혹한 전투에 참전하거나 끔찍한 희생을 치른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일상'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보상인 것이다.
그렇다. '소소한 보상'을 원하는 이들은 '일상플'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GM에게 '소소한 보상'을 요구함으로써, 자신의 PC에게 가해질 갈등의 강도를 '소소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자신의 PC가 가혹한 일을 겪거나 심하게 망가지지 않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판타지 속에서 소소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것. 마치 라노벨 주인공과도 같은 심리인 것이다. 이러한 라노벨 주인공들의 심리는 거의 천편일률적이라 봐도 무방하다. '평범한 삶이 좋아' / '내 일상을 돌려줘' / '노력하지 않아도 강해' / '느린 삶, 거기에 감화되는 꼴리는 여캐들'. 이들의 대사와 삶의 자세도 천편일률적이다. 하나같이 '보상은 바라지 않아. 그저 내 소소한 일상을 되찾고 싶을 뿐이야'를 외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노력하지 않아도 그 라노베 세계관 안에서는 제일 강하다.)
이러한 라노벨의 전개는 거의 동일하다. 나른한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 -> 꼴리는 여캐의 등장 -> 꼴리는 여캐를 위협하는 거악 -> '귀찮지만 여자애가 당하는 꼴을 볼 수 없는' 주인공의 무쌍 -> 파워쎾쓰(생략 가능) -> 주인공의 용사화(이런건 하기 싫다고! 내 일상을 돌려줘!) -> 파워쎾쓰(생략 가능) -> 잡몹 적당히 대학살 -> 파워쎾쓰 -> 반복
여기서 '소소한 보상'이 끼어들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첫 번째 부분이다. '소소한 일상' 말이다. '소소한 보상'을 바라는 이들이 원하는 전개는 앞서 언급한 라노벨의 전개와 유사하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러한 전개를 할 수 있도록 판이 깔리는 것이다. 그 것이 '소소한 보상'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말이다. '일상플'을 영위하다, 적당한 타이밍에 인카운터가 생기고, 적당한 수준에서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며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소소한 보상'을 원하는 심리의 근원에 깔린 작은 욕망 아닐까.
3줄 요약
1. 개소리를
2. 썼는데
3. 여기까지 읽었어?
내렸다
적당한 타이밍에 인카운터를 넣어주는게 가능한가...
이거야말로 역극을 해야하는 거 아닐까
길어
당연히 중간에 내렸지
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