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다른 데 썼던 거 복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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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크툴루 신화 무척 좋아합니다. 원래 전 공포물이나 괴담 같은 거 좋아하는 편이고..... 코스믹 호러라는 '이해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압도적인 초월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장르는 그 중에서도 정점이지요. 크툴루 신화는 그러한 코스믹 호러의 전범이라고 할 만 하고요(크툴루 신화 이전에도 코스믹 호러라는 개념 자체는 있었지만).
요즘 누메네라 코어북이다 박물지다 해서 주머니 사정이 빈곤한 상태였던 터라, 집 근처 도서관에 신청을 넣어뒀습니다. ....거부되었습니다. 도서관 사무실에 찾아가서 왜 안 되냐고 물어보니 판타지 소설은 안 된답니다. ....그러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 이나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나 <드라큘라>는 왜 있는데. 거기 사람을 붙잡고서 러브크래프트가 묘사한 '공포'가 영미문학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학술적으로 얼마나 연구되어 왔는지를 두고 썰을 풀었습니다. 일하시는 분이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셔봤자^^;"라고 쓴웃음을 지으시더라고요.
그 후로 몇 달이 지났고, 저도 잊고 있었는데.... 오늘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를 보니 책이 들어와 있는 겁니다. 오오, 설득이 먹힌 모양입니다. 뿌듯한 기분으로 당장 빌려왔습니다. ...당장 해야 할 일 거리가 있는 데도.
그런데 막상 책을 놓고 보니 느낌이 좀 쎄합니다. 왜 이렇게 얇지? 판형도 작고. 게다가 소제목이 '게임,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마니아를 위한'? 어.... 도서관에서 안 들여다 준다길래 미친 척하고 살까 고민했는데? 불안감과 기대감이 엇갈리는 걸 느끼며 펼쳐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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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너무 얄팍해요. 차라리 영어로 구글링을 하는 쪽이 훨씬 알찰 듯. 말하자면.... 그리스 신화라는 원전이 있다면, 저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를 기대하고 책을 신청했는데 막상 받아 보니 <아동용 세계의 신화:그리스 로마 편> 내지 <올림푸스 가디언> 정도의 느낌. 니알라토텝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페이지에 '아자토스의 비서역' '남들은 다 갇혀 있거나 잠들어 있는데 혼자서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프리랜서 같은 느낌' '발이 넓고 관계되어 있는 다른 신들도 많아서, 연락 담당 내지 영업사원 같다' 라는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어 완전히 틀린 설명은 아니긴 한데, 뭐랄까 비유나 표현 같은 게 뭔가 으? 으?!!!!!!!
일본 라노베나 만화에서 이 신이 어떤 캐릭터로 모에화(....) 되어 있는지도 설명되어 있는 건 물론이고(물론 당당히 냐루코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히트였던 건, 각 신들과 신화생물들마다 패러미터가 붙어 있는데 그 중 당당히 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는 '여체화도'.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의미는 아니겠지 생각하면서 살펴 보니,
'후발 크툴루 관련 작품에서 얼마나 여성 캐릭터로 다루어진 인상이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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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길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 중입니다. 미안해요 도서관. 크툴루 신화의 형성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한 고찰, 기타 등등 '상상력'을 이끌어 낼 만한 소재로서는 차라리 <언데드 백과사전>의 크툴루 신화 챕터가 훨씬 영양가 넘칩니다.
책 구할 때는 표지와 목차부터 사전에 알아봐야 한다는 교훈
애시당초 항목별로 인용 문헌을 다 적어놓은 대니얼 햄즈의 Cthulhu Mythos Encyclopedia 미만 잡 아니냐.
하지만 크툴루 룰북 대신 쓸 수 있지
이거 완전 나무위키 아니냐
여체화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