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TRPG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들에도 트롤은 차고 넘침.

그런데 왜 이 바닥에서는 유난히 라그나라던가 혼모노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들끓을까?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 많겠지만 다시 한 번 짚어봄.




- '트롤'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통 트롤들이 판치는 팀 게임들의 경우에는 상대편을 모두 없앤다던가, 적의 핵심 건물을 부순다던가 하는 식의 명확한 '승패의 기준'이 존재함.

그런데 TRPG는 '상대 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협동 게임임.

혹시 GM이 몬스터를 비롯한 PC의 적으로 나오는 존재들을 컨트롤한다고 해서 GM이 플레이어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되었으니 그 인식부터 가장 먼저 버려라.

GM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와 협력해서 재미있는 세션을 완성시키는 그룹원임.

하여튼 대다수의 게임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승패의 기준을 채우지 못하게 하면 트롤이라는 식으로 간단히 구분이 가능하지만,

TRPG에서는 그런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세션의 재미를 기준으로 트롤을 정의하게 되는데...

이게 사람마다 제각각이라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잘 이해가 안 되면 아래 두 글을 보고 생각해보도록 하자.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6603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6606


- 게임 시간이 길다


트롤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FPS나 AOS, MMORPG 레이드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길어도 한 사이클에 보통 두세시간씩 잡아먹는 게임은 없음.

그런데 TRPG 세션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시간 단위의 진행을 하게 되고,

이 말은 한 번 트롤과 꼬이면 다른 게임들의 몇 배나 되는 시간을 고통받으면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가 넓다


트롤의 인성이 얼마나 악질이든 '룰'이나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고정된 상태에서는 그 기준에 맞는 행동밖에 못 함.

일반적인 FPS나 AOS에서 여캐 고른 플레이어에게 음담패설을 날릴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의 옷을 벗긴다던가 덮친다던가 하는 건 아예 원천봉쇄되어있음.

반면 TRPG 세션에서는 가능한 선언의 제약은 이론적으로 플레이어의 상상력 뿐이다.

세션을 망치기로 작정한 트롤은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거나 다른 플레이어 뒤통수를 치는 등 별의별 개짓거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규칙'이 있는 팀 게임에서는 트롤이 아무리 지랄을 해 봐야 그 규칙의 한도 내이기 때문에 다른 팀원들이 뺑이를 쳐서 어찌어찌 메꿀 가능성이 있지만,

TRPG에서는 그런 제약이 없으니까 파티 전체를 뒤흔드는 훨씬 더 골때리는 문제가 되기 아주 쉽다.



- 필터링이 매우 어렵다


컴겜 같은 경우에는 블랙리스트나 트롤촌, 리폿 등의 트롤들을 선별해서 축출하거나 격리하려는 시스템이 갖춰진 경우가 많음.

그렇지만 TRPG에 그런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느냐? 전혀 아님.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팀에서 쫓겨난 트롤이 얼굴에 철판 깔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그게 위의 수많은 단점들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기억에 안 좋은 의미로 오래 남을 좆같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시켜주는 것임.

특히 이건 얼굴 서로 보고 하는 TRPG보다 닉세탁해서 출몰하는 종자들이나 안면몰수하는 병신들이 설치는 ORPG에서 훨씬 심함.

그런 게 불안하다면 상시플이나 공개구인을 피하고, 최대한 빨리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고정팀 만들어서 따로 살림 차려라.

컴겜에서도 길드나 클랜 만들고 자기들끼리 함께 노는 거와 똑같은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