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써 보는 뻘글.

이게 다 나를 즐겁게 해 줄 장작이 떨어진 턀갤이 나쁜 거야. 알아 들었지?


지금까지의 줄거리

개인적인 생각인데, 윳쿠리, 라노베, 호환, 마마 등... 아 뒤의 둘은 빼자. 하여간 썸띵 쟈포네스크한 것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것들이 RPG를 안 해봤던 사람들의 RPG에 대한 심상에 영향을 미쳤음. 그리고 이런

심상을 가진 사람들이 RPG계에 진출하며 자기가 창작한 / 어딘가 다른 프렌차이즈에서 따 온 캐릭터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뛰노는 것을 목표로 RPG를 플레이하고,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은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봄. 그리고 나는 이런 경향을 그냥 적기엔 너무 기니까 그냥 '캐릭터주의'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함. 당연히 여기까지는 전부 개인적인 생각임.


여기까지는 내가 한 두세 번 정도 턀갤에 썰을 풀었기 때문에 오늘은 그 결과물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해서 너희를 놀려 보도록 하겠음.


룰의 에뮬레이터화

쉽게 말해서 룰의 기본적인 목표점 그런 걸 다 무시하고 내가 꼴리는 캐릭터를 굴리기 위해 캐릭터 생성법,

판정법 등의 뼈대만 가지고 플레이를 하겠다 이거임. 그래서 이게 나쁜 건가? 글쎄 뭐 형언할 수 없는 악함

같은 그런 건 아닐 거야. 사실 우리들은 이런 걸 전에도 다른 장르에서 오랫동안 경험해 본 적이 있거든.

혹시 Use Map Setting이 뭔지 못 들어 본 건 아니겠지? 그러면 왜 이게 문제가 되냐. 답은 두 가지가 있음.

하나는 애시당초 이 바닥에는 그런 데 쓰라고 '범용 룰'이 몇 개 나와서 돌아다니며 심지어 그 중에 두 개는

번역까지 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특정 장르를 하기 좋은 룰이 많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런 것을 밖에서

누군가 지적하면 얘들이 마치 고슴도치가 가시 세우듯이 날카롭게 반응한다는 것임.


진정한 RPG / 크툴루

그리고 그렇게 가시를 세우는 반응의 상징이 '진정한 RPG / 크툴루' 되겠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이라든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신 그분의 진정한 호드 뭐 그런 뉘앙스로 여겨지는데, 이걸 위에서 나온 예를

통해서 설명하자면 사실 Use Map Setting을 돌리는 쪽에서 래더 게임 하는 쪽(원래 그러라고 나온 쪽)을

래더충이라고 부르며 누가 걔들에게 그냥 원작 게임 같은 걸 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면 도리어 화낸다는

그런 상황이 됨.... 근데 이게 크툴루의 부름 자체가 윳툴루 냐루코 등을 통해 국내 인지도를 끌어 올렸던

룰이다보니 이쪽 성향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있고, 자기들끼리는 그다지 이상하게 안 여기니까 이런 말이

통한다 이거임. 마치 요새 스타크래프트 2가 협동전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를 생각하면 될 거 같음.


범용 룰

범용 룰은 말 그대로 아무거나 적당히 돌리라고 나온 룰임. 그러니까 적당히 원하는 상황과 캐릭터를 얹어

돌리기에는 크툴루의 부름 룰의 뼈대만 가져오는 것보다 낫고 사실 크툴루 룰 뼈대를 가져오는 것도 결국

Basic RolePlaying 공용 룰북을 쓰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음. 사실 일본산 번역 시나리오를 돌리는 거라면

확실히 BRP 룰북이 7판보다 나을지도 모르겠고. 문제는 얘들은 다른 룰에는 관심이 없는 애들이 태반이니

FATE는 에로게로 시작한 게임 시리즈로 알겠고 겁스는 그냥 참고 서적 브랜드인 줄 알지도 모른다는 거지.

반대로 고전적인 관점에서는 원래 범용 룰은 꼴리는 대로 하라고 나오는 거니까 그걸로 뭘 플레이하고 놀든

개인적 호불호말고 표출할 게 없는데 쟤들은 왜 굳이 멀쩡한 장르 속성 가지는 룰을 갖고 [고생]을 하면서

그 부분을 지적하면 화내는 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음.


조금 묘한 시나리오관

아, 당연히 내가 한 말은 아니고 턀갤 어딘가에서 발굴해 온 거니 안심하도록. 이건 됐고 이번에는 위에서

말했던 그런 관점에서 나오는 또 다른 주요 결과물인 시나리오들의 특징적인 점들에 대해 조금 살펴보자.


직접화법 / 간접화법

이거 말하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그러니까 한 번 이야기를 살짝 해 보자.

RPG 시나리오들은 원래 참여자들(마스터와 플레이어 모두)의 해석을 중요시함. 그러니까 예를 들어 누가

단서가 될 내용을 말해야 한다면 '제프는 모든 이들이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우웨엑)'라고

간접화법으로 적고 실제로 말하는 건 마스터가 어떻게 처리할 지 개인적인 영역으로 남기는 게 일반적임.

그런데 요새 나오는 시나리오들은 그냥 <제프는 "오버워치의 모든 인물들은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직접화법을 사용해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 제작자가 떠올린 구체적인

상황을 마스터가 그대로 표현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이거지.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참여자들의 해석을

제한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쯔꾸르니 스크립트니 뭐 그런 제작자가 듣기에는 흉흉해

보이는 말을 꺼내고 그러는 거임. 이 시나리오가 질적으로 떨어진다 아니다를 떠나서 일단 표현하는 화법의

차이 등에서 말이 나오게 되더라는 거지.


KPC / 타이만

KPC는 캐릭터주의의 덩어리와 같은 물건임. 캐릭터들이 뛰노는데 유일한 장애물이 될 지 모르는 키퍼는

여기서는 대개 KPC라고 개인적인 이입 대상 캐릭터가 주어지니까 귀찮은 일을 맡아서 해 주는 파트너와

같은 포지션이 됨. 그러면 시나리오에 따라서 같이 뛰놀면 되겠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 게 타이만이라

불리는 1:1 시나리오임. 쉽게 말해서 나 대신 좀 더 귀찮은 일을 해 주는 파트너인 키퍼 외의 다른 사람이

내 캐릭터가 멋대로 뛰노는 것을 방해하게 두고 싶지 않다 이거지.


물론 이게 일본에서 넘어온 개념이다보니까 양놈들이 던져주는 1:1 플레이 시나리오들과는 내용상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음. 이제 슬슬 국내에 풀릴 크툴루 컨피덴셜도 1:1이니까 죽거나 그런 식으로 진행이 끊길

위험을 제거했을 뿐 결국 검슈는 검슈일 수밖에 없고, 전에 소개한 '고독공포증(Monophobia)' 서플먼트는

나한테만 인식되거나 무인도에 표류한 상태인 등 나 혼자서만 맞설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는 내용을 다루던

시나리오들을 수록했고 뭐 그럼. 좀 더 극단적인 예로 '어둠에 홀로 맞서다(Against Alone the Dark)' 경우

게임북 형식의 솔리테어 시나리오인데 아예 캐릭터 넷 만들어주고 하나 죽을 때마다 순서대로 꺼내 쓰라고

하는 리얼 피도 눈물도 없는 클래식 스타일임.


구제 시나리오 / 공포 없는 공포물

CoC를 좀 CoC스럽게 굴리면 캐릭터가 소모되는 건 피할 수 없음. 그러니까 이걸 비상식적인 방법을 써서

캐릭터를 살려내거나 대량의 이성을 회복하거나 뭐 그런 식으로 회복시켜 주는 게 구제 시나리오고, 반대로

아예 그런 위협과 마주하길 거부하거나 전부 AU였어요 ㅎㅎ 하고 할 때마다 캐릭터 시트를 리셋하는 것도

볼 수 있음. 그런데 결국 이게 다 이성 메커니즘과 BRP 기반 전투 등이 조합된 결과의 산물이므로 처음부터

다른 룰을 했다면 이런 걸 만들 필요가 훨씬 줄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거임. 물론 다들

크툴루를 보거나 들었고 그렇게 보거나 들은 크툴루를 하려고 하니 다른 걸 찾아볼 생각도 안 했겠지만.

그리고 누가 다른 걸 쥐어주려고 하면 진정한 어쩌구 시리즈를 꺼내들고 쫓아내려 들거나 도망가 버리고.

아. '안한글 안해요'도 있겠군.


시나리오 수정(Conversion)에 대한 저항감

위에서 봤지만 요새 나오는 시나리오는 기존의 시나리오들보다 좀 더 제작자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볼 수 있음. 그러면 그런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뜯어 고쳐 돌린다는 건 어떻게 보이겠냐?

끔찍하지 않겠냐? 반대로 참여자들의 해석을 중시해 오던 쪽에서는 그까이꺼 고치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하지. 원래 대략 현대 호러물 시나리오 뭐 그런 식으로 아무 룰이나 적당히 쓸 수 있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그런 게 이 바닥임. 물론 룰북 없이 특정 룰을 돌린다거나 뭐 그런 건 누가 봐도 경악스러운 거니까 패스.

어쨌든 이런 관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수정에 대한 입장도 판이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봄.


분리주의로의 길

그러면 대체 이 캐릭터주의의 끝은 어떻게 날까? 나도 모름. 솔직히 쥐꼬리만 했을 기존 RPG 향유층보다

새로 입문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을 거고, 걔들이 솔직히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나 다크엘프 트릴로지 같은

고전적인 물건들보다는 좀 더 캐릭터주의적인 물건(소위 오덕후 계열 컨텐츠)에 영향을 받아서 입문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거임. 결국 아마도 그런 성향을 가진 애들이 충분한 규모를 갖추어서 자기들끼리

계속 잘 놀겠지.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점에서는 서로의 접합점이랄 게 없을테니 다른 쪽에 손을 내밀어

볼 생각이 없다면 서로 소 닭보듯 하고 살 수밖에 없을 거임. 어차피 그렇게 해도 뭐 서로 닳거나 그런 거

없잖아? 물론 누군가는 보러 올테니까 나는 또 심심하면 CoC 시나리오나 서플먼트를 리뷰하겠지만.


3줄 요약

점심 먹으니 심심하다

이게 다 턀갤때문이다

크툴루의 부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