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또 뻘글을 하나 써 보기로 함.
X카드?
모두가 즐거워야한다는 것은 RPG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야. 그렇지?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X카드 되겠음. 쉽게 말해서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게 나오면 이 카드를 사용해 의사를 표시하고,
그러면 좀 전의 상황에서 그걸 다른 걸로 대체하거나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게 된다는
그런 거임. 또한 내가 그 대상을 왜 어떻게 불편하게 느끼는지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함.
와 정말 좋은 룰이네요! 우리 플레이에도 도입하죠! 라고 말하고 싶어지지? 그럴수도 있을 거임.
근데 CoC라는 룰을 돌리는 키퍼 입장에서 생각을 좀 해 보자. CoC는 애시당초 이성 0을 찍고
인성의 끝에 도달한 미친 새퀴들이 안 나오면 이상한 룰이야. 그러므로 이 새퀴들이 실행할 /
했을 만한 미친 짓들을 떠올려 제시해야 할 텐데, 그때마다 불편해진 누군가가 X카드를 꺼내면
새로운 걸로 바꾸어야 함. 이게 몇 번 정도쯤은 그럴 수 있음. 사람끼리 하는 놀이인데. 그렇지?
근데 이 사람이 많이 예민하면 우리의 미친 놈들은 아마 실버에이지 시절 학생 성적표나 훔치던
조커 선생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음. 그런 경우에 떠오르게 될 처참한 선택지들은 대충 이렇다.
얼마나 예민할 수 있나 감이 안 오는 경우 CoC 취향표인지 뭔지를 찾아봐도 되지 않을까 싶음.
1. 예민한 사람에게 내 플레이는 이렇다고 주장하면서 압박한 이후에 인터넷 상에서 까인다.
2. 예민한 사람을 돌려보내고 나머지 사람들만 즐거운 CoC를 한 뒤에 인터넷 상에서 까인다.
3. 예민한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CoC를 한다. 당연히 클래식한 걸 기대한 쪽은...
4.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 본다. 당연히 그걸 못 찾는다면 이 선택지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5. 내가 먼저 때려치우고 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간다.
6. 기타 등등
그나마 4번에서 타협점을 찾는다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못 하면 하나하나가 끔찍하기 짝이 없음.
문제는 X카드의 사용 범위는 너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것임. 원래부터
Triggers can be anything이라고 대놓고 써 있거든. 요새 많이 언급되는 Girls can do anything은
여성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나타내는 그런 의미인데, 여기서의 can be anything은 진짜
뭐든지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임. 내가 전에 봤던 기가 막힌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 담배 피우는 NPC가 나왔더니 누가 Kibun이 상해서 나가려고 했다
- 현대 배경의 현실적인 호러 게임을 하는데 누가 웃긴 요정들을 집어넣었다
- 난기류에 휘말린 비행기를 묘사했더니 누군가가 트리거가 눌렸다
난기류에 휘말린 비행기나 흡연까지는 참을 수 있겠지? 그런데 현실적인 호러 게임을 하러 와서
그게 마음에 안 든다고 이상한 걸 집어넣어서 분위기를 바꾸는 건 뭐하자는 건지 나로선 도저히
알 수가 없음. 아니 그럼 대체 '뭘' 하러 거기까지 간 거야? 무슨 채식주의자가 점심에 고기부페
가는 소리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쯤 되면 내가 위에서 한 소리가 뭔지 감이 오지? 그래서 나는
X카드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음. 도저히 못 하겠을 정도로 꼬운 게 있다면 어디가 어떻게 꼬운지
직접 말로 하라는 뜻으로 말이지. PTSD 같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말하고
배려를 받는 게 맞을 거고.
CoC에서의 악행
어디서 봤는 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간 누군가가 RPG의 악당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해 주었음.
악당이 어떤 새퀴든간에 이 놈의 사악함을 직접적 행동으로 묘사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거였었지.
CoC에서도 마찬가지임. 그리고 이게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현대 시점에서 악행인 것이
시나리오 배경에서는 악행이 아니었던 것도 있고 등장하는 악행도 조낸 현실적으로 느껴진다거나
뭐 그런 문제가 나옴. 하여간 그래서 CoC에서는 탐사자들이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시나리오 내의
악행과 마주치게 된다고 보면 됨. '고전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아무튼 그럼.
시대적인 악행
주로 1920년대 내지는 그 이전을 다루는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는 요소인데, 그 당시에는 악으로
여겨지지 않던 것이 지금은 악인 것임. 예를 들어서 범죄자에게 태형을 가하거나 고문하거나 그런
거라든가 흑인을 N으로 시작하는 단어로 부르거나 그런 거 말이야. 이게 싫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시대를 현대로 바꿔놓고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거임. 당연히 저런 부분들은 전부 거기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바뀌게 되어있고, 좀 더 당시 사회상에 가까운 어쩌고 하는 주장을 씹어먹기도
좋음. 아니 현대에는 그런 거 없는 게 맞잖아?
물론 그러면 시나리오 자체가 조금 틀어지는 게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다른 시나리오도 많음.
꼭 굳이 그 시나리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이유가 있나? 없지? 없으면 그냥 적당히 다른 거
골라서 해. 그게 모두에게 행복할 거임.
선을 넘는 악행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이유로 CoC 시나리오 대부분은 조금 특별하게 사악한 악행이 등장하게 됨.
이성이 0인 미친 놈 아니면 초자연체가 저질렀다거나 그런 거. 아마 이게 트리거 눌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줄 물건임. 근데 웬만해선 벌어졌거나 / 벌어질 게 뻔한 거다보니까 내 쪽에서는 솔직히
지뢰밭 표지판 보고도 거기에 들어가서 지뢰를 밟았다고 울부짖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음.
그건 솔직히 지뢰밭에 들어간 놈 책임이 아니냐? 그렇지? 솔직히 말해 CoC를 에뮬레이터로 쓰는
쪽에서도 나름대로 이 사실은 잘 파악해서 위에 말한 취향표인지 뭔지 만들어서 표시하더라.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키퍼의 상식에 의존해 지뢰밭 표지판 설치... 그러니까 필터링을
할 필요가 있음. 잘 모른다면 예전에 여기에다 고어 텍섹 플레이 로그 링크 올라오고 그러던 당시
그걸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생각하면 됨. 나? 글쎄 나는 별로 텍섹을 안 좋아하는 그거 말고는
딱히.... 아, 나는 토마토도 별로 안 좋아함.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래도 나는 그런 악행들이 적힌
시나리오를 그대로 돌리는 건 별로 안 좋아함. 분위기가 짜게 식거든 대부분.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악행
이거는 뭘 하려 들든 조심스레 접근해야 함. 특히 겁탈이나 고문같이 강도가 높은 건 탐사자들이
트리거가 눌리든 안 눌리든 자기 캐릭터가 뭔가를 억지로 당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잘 모르겠다면 그냥 묶어두고 나중에 제물로 바친다 해. 물론 무슨 일이 생겨서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탐사자들이 도망칠 기회가 한 번 정도는 주어져야겠지. 그 기회를 줘도 못 받아서
먹었거나 뭐 그 과정에서 재수없게 죽으면 뭐 별 수 있냐? 원래 CoC가 다 그렇게 하는 게임인 걸.
근데 막 이것저것 지저분하게 뭘 하는 거보다 그냥 깔끔하게 죽이는 게 확실히 당하는 입장에서는
덜 불쾌할 거임.
현실 플레이어의 문제와 플레이 내의 뭔가를 엮으려 드는 것
하지 마라. 플레이는 플레이로 끊을 수 있어야 함. 그러니까 굳이 같이 플레이하는 특정한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소재는 그냥 처음부터 피하는 게 좋음. 흑인들이 흑인 소재로 개그하는 것은
괜찮지만 타 인종이 그러면 대부분 그거 인종차별로 여겨지잖아? 문제는 이게 어디까지 갈지는
사람마다 예민한 게 다르다는 거임.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음.
누군가의 Kibun을 상하게 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
저 위의 범주에 속하는 게 아니면 별로 진행에 중요한 건 아닐테니까 그러려니 하고 맞춰주면 됨.
Kibun이 상한 본인에게는 그걸 말할만큼 중요한 문제겠지만 별로 너희한테는 중요하지 않잖아?
예를 들어서 고기를 먹으러 가는 상황이 기분 나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종교 때문에 그러면
닭고기 요리를 먹으러 간다고 바꾼다거나 혹은 풀냄새 풀풀 나는 채식 식당에 간다고 바꾸어도
괜찮을 것임. 사람을 죽여서 요리하던 요리사는 채식주의자들을 죽여서 그들의 수를 줄이는 게
다양한 요리를 발전시킨다거나 그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거나 특정한 종교인들을 죽여서 자기
신에게 바치려드는 미친 놈으로 바뀌고 그렇겠지. 문제는 이러다 플레이어들 등의 생각이 상충할
때인데 그러면 아예 둘 다 아닌 걸로 타협점을 찾자.
3줄 요약
E카드... 아니 X카드는 개인적으로 좀 별로인 거 같다.
CoC를 하다보면 Kibun이 나빠지는 상황이 잘 나온다.
적당히 수습을 해서 모두가 그럭저럭 즐기도록 하자.
요정의 예시는 요정이 나왔을 때 X 카드를 사용해서 요정 치우라고 쓴 것 아님?
X카드...취지는 좋지. 근데 어디가 어떻게 좆같은지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구린 시스템같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kibun이 어떻게 좆같은지 구체적으로 말 못하고 그냥 X카드만 꺼내드는 사람이랑은 같이 플하고 싶진 않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 적어도 나는 그런 게임에서 요정을 꺼내는 놈에겐 카드가 아깝다고 생각되더라고.
금연중인데 담배얘기 나오면 불편하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시할 줄 알아야지 X카드는 그런것도 아니고 그냥 에둘러서 회피하는거니까. SJW가 생산적인 논의들을 조지는 메커니즘이랑 정확히 일치한다.
ptsd나 트라우마 자극할때나 x카드 드는건데, 병신같은 새끼들이 다 지맘에 안들면 들어서 그래
요정은 어떤 개념입니까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