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RPG에 입문한 지 이제 2달 반 쯤 된 뉴비이며, 플레이어 경험은 거의 없고
던전월드로 시작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
요새 즐기는 룰은 댄디와 13시대고, 댄디는 오래된 오타쿠 친구와 단편만, 13시대로는 문화활동이라곤 영화만 보는 친구들과 중~장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느라 ORPG로만 즐겨서 실제로 만나서 하는 TRPG경험은 없음.
던전월드를 할 때는 그냥 무작정 시작해서, 어쩌다 저쩌다 진행하고, 완결까지 나름 의미있게 나면서,
이러한 인스턴트식으로 즉각적으로 하는 플레이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댄디나 13시대와 같은 몬스터의 스테이터스가 복잡한 룰은 즉각적으로 생성하기에 애로사항이 꽃핀다는 걸 깨달아, 얼마 전부터 시나리오를 써가며 작업하고 있음.
쓰기 시작한 지는 약 3주정도 되었고, 간략하게나마 쓴 시나리오지만 시나리오가 있고 없고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아
시나리오에 대해 이런저런 참고를 해보고 있어. 턀갤도 과거 글 둘러보고, 해외 포럼도 떠듬떠듬이나마 읽어보고 있다.
오늘 쓸 글에 대해서는 "레일로드"에 관해서임.
원랜 알지도 못했던 단어인데,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서 예전 글들을 읽다 보니 턀갤러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레일로드에 대해 알게되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싫어한다면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물건이니 반드시 회피해야한다고 생각했지.
레일로드에 대해서는 턀갤 내에서도 정확히 정의된 바는 없지만 나는 몇몇 글들을 훑어보며 결론을 내린 것이
플레이어의 선택이 플레이 내부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마스터가 원하는 대로만 이야기가 끌려나가는 것
이라고 보았음.
심각한 예로는 플레이어가 캠페인 내부에서 마스터가 정해둔 외의 행동을 하면 못하게 하는 것
Ex)플레이어 저 방 문을 열어볼게요 마스터 안돼요.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는 주되, 결과를 의미 없는 똥쓰레기로 만들기.
Ex)마스터 아무개는 금고를 따는 데 성공했지만 금고 안엔 아무 것도 없군요. 혹은
마스터 A를 버리고 여러분은 B를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왔지만, 숨겨진 트랩에 B가 죽고 맙니다.
정도로 볼 수 있겠더라고. 공통되는 걸로는 마스터가 최초 상정한 상황 이외로는 흘러가지 않는 게 레일로드라고 보았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상용 시나리오(혹은 공개용)을 보면, 마스터가 제시해야하는 상황이 있고, 스토리 라인이 정해져 있네?
이걸 레일로드라고 보기엔 애매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차이가 있긴 있더라고.
상용 시나리오에는 결과물과 적을 준비해두되, 어떻게 가느냐에 대해서는 정해주지 않더라고.
마차를 타고 가면 마차를 타고 가는 거고, 걸어가도 되고, 히치하이킹을 해도 된다.
무조건 마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게 아니라, 선택의 다양성을 주더라고. 이게 내가 맨 처음 느낀 레일로드와 상용 시나리오의 차이였음.
턀갤 글을 보니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플레이 내부에 반영되는 걸 좋아하더라고.
마차를 타고간다고 결정했으면 마차를 타고 가야지, 마부들이 파업해서 마차를 탈 수 없네요, 라는 상황이 나오면 그럴 거면 왜 물어봤냐? 하고 갑분싸가 되더라.
난 던월을 돌리면서 안 좋은 상황부터(마부가 파업) 내는 게 습관이 되었지만
해결방법(이유를 알아내고, 해결한 뒤 마차를 타고 간다)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오히려 그런 레일로드 개념이 신선했음.
그렇다면 내가 하는 건 최악의 레일로드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한 단계 더 넘어서서 그런 자잘한 선택 말고도 플레이어가 캠페인 내에 선택한 결과가
캠페인 내부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걸 보고 싶어졌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물론 다른 고수 마스터들과 플레이어들이라면 다양한 선택으로 다양하게 캠페인에 영향을 끼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난 내가 기본적으로 내보내는 메인스트림 외의 상황을 내진 않음. 서브 퀘스트 같은 게 없어.
그래서 결정내린 게, 메인스트림 내에 선택지를 주는 거였음.
지금 하고 있는 13시대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귀족의 딸이 잡혀가고, 귀족이 파견한 npc와 함께 유괴해간 놈들을 소탕하는 밋밋한 시나리오였음.
이후에 또 유괴한 놈들과 관련된 배후세력이 나타나서 진짜 나쁜놈을 처단하러 가는 걸로 이어지는 내용이지.
거기서 플레이어의 어떤 선택지를 낼까 생각해봤더니, 그냥 간단해지더라고. 귀족의 편을 들지, 유괴해간 놈들의 편을 들지 고르게 하는 거였음.
캠페인이 진행되어 갈수록 평범한 귀족은 이중적인 가치를 갖게 되었음.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가정적인 아버지지만, 통치자로써의 능력이 부족해 암흑가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팔푼이로.
덕분에 도시는 알게 모르게 범죄자들과 나쁜놈들이 모이는 구역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는 중이었지.
다만 귀족은 암흑가에서 도움 받은 돈으로 시민들을 풍족하게 먹여살리고 있었고.
유괴한 놈들 또한 단순히 처치해야 할 나쁜놈에서, 도시를 사랑하는 과격파로, 암흑가와 손 잡은 귀족일가가 통치자에서 하야하고 새 통치자를 뽑게 할 요량이었지.
흑막 세력은 귀족이 암흑가와 손 잡을 바에는, 우리가 지배하는 게 낫겠다는 이유로 귀족을 협박하기 위해 귀족의 정보를 흘린 뒤에, 위험하게 만들고
자신들은 관계없는 척 등장하며 도와준 뒤 세력에 넣으려는 야심을 품은 녀석들이 되었어.
어찌되었든 도시는 타락하기 시작했고, 귀족과 납치범들 중에 한 쪽을 도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임. 그 둘 중 한쪽이 사라져야 흑막의 정보를 줄 생각이었거든.
귀족측이 이기면 도시는 여전히 타락한 상태, 혁명을 꿈꾸던 녀석들은 다 죽게 되고, 귀족은 흑막을 쫓아달라고 의뢰를 해오게 됨.
납치범들이 이기면, 도시엔 새 통치자가 와서 깨끗해지기 시작하지만 삶의 질은 예전보단 안 좋아지고 귀족 일가는 처형당하고 어린 딸은 노예로 팔려나가게 되지.
그리고 납치범들은 흑막을 수상쩍게 생각하며 의뢰를 해오게 되는 거고.
이렇게 한 쪽이 선하고, 한 쪽이 나쁜 게 아니라, 선악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주게 만드니까
확실히 단순히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했을 때보다 플레이어가 캠페인 내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는 거 같더라고.
다른 도시나 나라로 이동하면 우리가 있었던 도시에서의 이야기가 소문으로 돌거나 신문 같은 게 돌 수도 있으니까, 플레이어들도 괜히 뿌듯해질 거 같고.
귀족이 정말 선이었고, 납치범들도 오해를 한 거라고 하며 흑막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외길진행 같고, 그렇겐 하지 않았어.
둘 다 나쁜놈이었고 어느 쪽이 이기든 도시는 패망하고 그 자리를 꿰어찬 흑막의 뒤를 쫓는 것도 괜찮았겠지만, 도입부가 너무 무거워지는 거 같아서 그렇게 하진 않았음.
그리고 나와 친구들의 세션은 가벼운 분위기의 반개그 세션이었거든.
아직 플레이어들이 그 선택을 할 정도로 충분한 내용 진행을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결정이 이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고 신기해할 거 같아서 준비하는 나도 기대하고 있음.
앞으로도 플레이어들의 선택이 세계에 조금씩 영향을 끼칠 선택지를 조금씩 준비해가려 해.
물론 악의 집단을 부수지 않는 것도 자유고 좋지만, PC중에 흑막과 관련된 백그라운드가 있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나쁜 놈들이 나오면 무조건 해치우게 될 거고, 그런 일자 진행은 조금 재미가 없을 거 같아.
이 캠페인이 끝나면 다음 캠페인 내용으론 한정된 자원으로 반목하는 두 마을 중에 하나를 구원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론 플레이어들이 둘 다 구한다 같은 선택지도 해주길 바라고 있음. 그 선택지를 고르면 추가 내용을 더 진행해서, 실패하든 성공하든
메인 스트림에는 관계 없지만 성공하면 두 마을은 화합되고, 실패하면 다른 마을은 멸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갈 거 같거든.
이런 방식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완할 점이 있는지 의견 많이 내줬으면 좋겠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혹시 부족한 내용 있다면 뉴비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지적 얼마든지 해주길 바람.
모두들 이번 한 주도 즐거운 플레이 되길 액션빔.
한 가지 목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봄. 실제로는 이 방식의 차이가 있건 없건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테니까.
나는 A라는 목표가 있으면 플레이어들이 이에 도달하는 방식을 몇 가지 제안하고 제안에 따라 조금씩 목표를 수정해 나감. 확고한 목표를 정하지않으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것 같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건 소소한걸로도 할 수 있음. 사악한 용을 물리치는 것과 같이 크나크고 위협이 따르는 것은 세계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pc가 지니고 있는 물품이나 배경에 어울리게 소소한 서브퀘스트를 내봐.
이럴 경우는 해당 pc의 플레이어의 만족도도 커지고 좀 더 플레이에집중해 나가게 할 수 있음.
팁 고마워 초짜 마스터라 많은 도움 된다 ㅜ
PC가 지니고 있는 물품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3인 플레이라 아예 플레이어들에게 맞춰서 시나리오를 짜고 있어 ㅋㅋ 세 캐릭터가 공통적으로 엮일 수 있는 대상을 적으로 두고 각자의 백그라운드와 관련된 일을 메인스트림으로 겪게 할 생각이야!
플레이어들도 초짜라서 그냥 목표만 제시해주면 어찌해야할지 잘 모르는게 간혹 보이더라고 예시로 방법 몇개정도 제시해가면서 하는건 확실히 좋을 거 같아
플레이어에게 맞춰서 시나리오 짜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함. 나도 실제로 그러고 있고...
시나리오는 공개용 13시대 시나리오랑 엘돌란의 그림자밖에 못봐서 다양하게 짜는법은 잘 몰라 ㅜ 스토리는 다양하게 짜볼 수 있겠는데
상용 시나리오 쓸거면 시나리오 요약을 미리 제공하고 플레이어가 거기에 맞춰서 캐릭터를 짜오는 구조가 됨. 가장 좋은건 플레이어들이 적당히 캐릭터 짜온 뒤 GM이 시나리오를 거기에 맞춰서 커스텀으로 짜오는 건데 매번 그러면 GM은 정말 빨리 지침ㅋㅋㅋ... 상용 시나리오라는게 그래서 GM이 편하자고 존재하는 거고.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2818
http://tvtropes.org/pmwiki/pmwiki.php/Main/Railroading
남이 진지하게 열심히 쓴 글에 비추부터 박는 새끼들은 심사가 얼마나 꼬여있는거냐?
뭐든 딜레마를 넣고 PC들이 한쪽을 선택하게 하는 건 좋은 방향임. 다만 선 성향 파티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최선의 엔딩" 을 찾아내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의 전개도 준비해둬야 한다는걸 유념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보면 원하던 방향이 아닌 곳으로 빠질 수 있으니.
여기서 최선의 엔딩이라 함은 귀족가나 납치범 중 어느 한쪽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치우침 없이 끝내고 싶어하는 경우를 말함. 뭐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딜레마 시츄에서 PC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2택보다는 보이지 않는 3택을 하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으니 그걸 기억해둬.
긴글추
내가 생각하지 않은 제 3의 선택지를 해서 답을 도출하려 한다는 건 마스터로써 기쁨ㅋㅋㅋ 그래도 준비는 해놔야겠지 좋은 조언 고마워!
선택지는 만들어두는 게 아니야. 플레이 결과의 반연이 선택이 되는 거지.
qws2// 장기적으로는 그게 맞지만, 한 세션 내에서라면 PC들이 할 선택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조우나 전개 준비를 해야 되잖아. 그럼 그게 선택지지. 임기응변은 마스터의 역량이 매우 크게 좌우하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게 좋죠. 물론 플레이어의 의향과 기지가 반영될 가능성도 언제든 열어는 둬야 하지만, 대개의 경우 플레이어는 마스터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고 통일된 내러티브를 덜 지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얘들이 알아서 생각하고 선택하겠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분기 선택지를 준비해두는 게 좋죠. 물론, 그 선택지에 경도되어 플레이어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겠습니다만...
선택지는 어느 정도 만들어 두되, 플레이어가 그 선택지 이외에도 그럴듯한 방법(라그나 같은 이상한거 말고 납득 될 만한 거) 을 생각해내서 제안한다면 받아들일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결과를 진행시키는 건데, 처음에는 허둥지둥 힘들수도 있음. 근데 마스터링 계속 할거면 언젠가는 거쳐야 할거야.
13시대같은 경우 모험의도입부에 적절한후크같은거준비해두고 중간에 굉장히 위험하거나 의미있는 인카운터같은거 하나나 두개정도 준비해서 적절한 자원소모시켜주고 마지막최종전투 정도만 준비해두면된다. 가끔 최종전투후 반전정도 준비해둬도되고..
그리고 사이사이에 여정은 몽타주로 처리하고 모험중 위기같은건 플레이어들에게 난관을제시하라고 한후 스포라이트를 주기위한 몽타주로 쓰거나 난관을 타개할 적당한 스킬체크같은거 시켜서 분위기고조시키면 된다
처음에 정한 저 도입 중간부 최종장외에는 간단한 진행루트정도만 대략 몇가지 설정해두고 파티를 알아서 움직이게하면됨. 13시대스럽게 시나리오 짜려면 몽타주기법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엘돌란같은것보다 시체왕의왕관같은거 참조해서 도주추격이나 던전이나탐같은거 돌파할때 어떤식으로 진행하는지보면 도움이 많이 될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