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물건은 LotFP의 서플먼트인 대지의 혈관(Veins of the Earth).
쉽게 말해 OSR 버전의 언더다크 서플먼트라고 생각하면 됨. 저작자가 수년 간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
책으로 정리해 만들었다는 훈훈한 뒷이야기가 있음. 2017년 에니상 4개 부문 후보로 올라갔었고, 최고의
몬스터 / 적 부문과 최고의 문체 부문에서 둘 다 은상을 수상한 작품임.
기본적으로 대지의 혈관, 즉 지하 세계를 구성하는 법 / 거기 사는 존재들 / 거기서 겪을 수 있는 일들 등을
다루는 정신나간 물건임. 그러면 얼마나 정신 나갔나 보자....
몬스터
원래 지하에 살던 친구들 / 지하로 처박히거나 들어간 친구들 등이 있는데 일단 몇 개만 예를 들어보자.
특징으로는 시각이 제한되는 환경 특성을 고려해서 각 몬스터마다 무슨 냄새가 나나 묘사해 놓았다는 점.
콜레리드(Chorerid)
옛날 옛적에 땅 위의 주민들은 위험한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땅 속에 처박아서 "격리"함. 문제는 이렇게
격리된 사람들이 지하에서 얌전히 안 죽고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지금까지도 지하를 헤매고
있다는 것임. 당연히 질병을 치료해 주면 죽기 때문에.... 얘들을 평화적으로 도울 방법은 아무 것도 없음.
리치아귀(Anglerlich)
리치아귀는 영혼, 그것도 영웅의 영혼만을 먹는 우주적 괴물임. 근데 영웅이 쉽게 생겨나지 않잖아? 그래서
얘는 일종의 미끼 캐릭터를 만든 뒤에 이놈이 극악무도한 악행(애들을 제물로 바친다거나 사악한 종족차별
행위를 저지른다거나)을 저질러서 PC들을 개빡치게 하고, 최종적으로 PC들이 이놈을 추적해와서 퇴치하면
'영웅'이 되니까 그때 직접 나타나서 잡아먹으려드는 뭐 그런 놈임.
메안데르탈(Meanderthals)
이 세계에도 원래 네안데르탈인들이 있었는데 얘들은 현생 인류하고 사고방식이 좀 달랐음. 거기다 범죄의
개념도 없는데다 죽어도 돌아오는 비법을 알고 있어서 서로 개막장짓을 하다 고심 끝에 종족 자체를 자기들
의지로 끝장냄. 근데 문제가 있었다. 일부가 지하 세계에 살아남았어. 그리고 현생 인류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있지? 그래서 네안데르탈인들과 별로 유전적인 관계가 없는 흑인만 이놈들의 특별한 공격에
영향을 안 받는다거나 그런 옵션을 넣을 수 있다고 써 있음.
문명 세력들
나름대로 문명...을 이루었다는 놈들인데 어째 하나 빼고 정상이 없음. 추가로 이 동네서 식인은 일반적임.
이것도 몇 개만 예를 들어보자.
아엘프-아달(Aelf-Adal)
이 동네 드로우. 근데 사실 진짜 엘프가 아니라 반쯤 악몽의 존재인 놈들임. 하여튼 자기들 빼고 다 증오함.
그런데 문제는 그냥 다 죽이면 꿈을 꿀 사람이 안 남아서 얘들의 영역도 줄어들고 뭐 그래서 그냥 너 죽고
나 죽자고 하기도 묘하다는 거. 덕분에 자기들 빼고 나머지 모든 이들이 악몽에 빠져들어서 끝장나는 그런
상황을 보기 위해서 살아감. 당연히 드리즈트 그런 거 안 나온다.
드바르기르(Dvargir)
우생학을 믿는 일 중독자 드워프. 선악 그런 걸 넘어서서 모든 걸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한다면 끝내 자신들이 가장 우월한 존재가 될 거라 믿음. 이놈들이 얼마나 미쳤냐면 일이나 다음 세대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된 개체는 죽음을 택하고 일거리가 없어진다면 다 같이 멀쩡한 거주지를 버리고
일거리를 찾아 떠나고 뭐 그럼.
데로(dErO)
편집증 덩어리고 기계에 집착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노움에 가까운 종족. 이것저것 기계를 사용해 정신을
다루는 데 능하고, 인위적으로 자신들과 같은 정신상태로 인간형 생명체의 정신을 개조하는 장치를 머리에
이식한다거나 그러기도 함 (물론 얘들도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름). 근데 구체적 설명은 안 하고
그냥 약을 빤 내용만 적어놔서 더 이상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수준임.
심연 제닌(Deep Janeen)
땅 속에 처박혀 사는 강력한 정령들. 각자 자기만의 궁궐을 짓고 호화스럽게 사는데 이 궁궐이 남들 입장에선
사악한 던전과 다름이 없음. 대신 얘들은 자기 궁궐을 멋지고 복잡하게 개조하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만약
우리 플레이어들이 끝까지 뚫고 얘와 대면한다면 던전을 뚫고 온 소감이나 던전을 개선할 만한 아이디어 등을
물어보고 그럴지도 모름.
그논멘(Gnonmen)
대략 노움 비슷한 친구들. 생명을 중요시하고 뭔가를 하는 걸 굉장히 중요시하고 현실을 중시하고 뭐 그러는
그럭저럭 말이 통할만한 종족.
환경
빛
빛은 힘.... 아니 우선권을 만든다! 그리고 난 선빵을 때릴 느낌이 든다! 캄캄한 지하세계다보니까 한 손을 써서
램프를 드는 놈은 선공권 판정을 하고, 주변의 동료와 같이 붙어있다면 그 중 누구부터 적을 공격할 지 순서를
정한다거나 그럴 수 있음. 쉽게 말해서 다키스트 던전의 빛 같은 거 생각하면 될 듯. 당연히 없으면 기습을 받고
뭐 그렇게 됨.
굶주림
대지의 혈관에서는 제대로 된 식물이 안 자라니 먹을 건 항상 부족함. 그러니까 이 동네 주민들은 식인 같은 걸
대개 사회적 금기로 안 침. 물론 당연히 너희가 동료의 시체를 뜯어먹을 때 등에 대한 설명도 잘 나와 있음.
안 먹으면? 그야 당연히 굶어죽지 뭐.
효과
대지의 혈관은 평범한 지하세계가 아님. 여기서 기묘한 일을 겪는다거나 하면 캐릭터가 별로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걸 효과(Effect)라고 부름. 끔찍하게도 털이 빠져서 대머리가 된다거나 자기가 자기 종족과는
다른 존재라고 믿게 된다거나 지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거나 면역체계가 망가져서 어디에선가
균류 공생체를 구해서 땜빵해야 한다거나 뭐 그런 효과들로 가득함.
어둠
10종류 이상으로 나누어서 묘사해주고 뭐 그렇다.
지도
◇모양으로 주요 공간을 표시하고 마름모의 각 변과 위 아래 꼭지점으로 동/서/남/북/천장/바닥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그어서 각 공간들을 잇는 방식으로 묘사함. 깔끔한 게 마음에 들었음. 어디서 봤던 방식이었던가?
3줄 요약
본격 지하세계 탐험용 서플먼트.
룰이 룰이라서 좀 그로테스크함.
착한 턀린이는 특히 주의할 것.
이거 재밌더라구.
어디서 이런 귀한 걸 다... 아, 번들인가.
아니 인디 어워드인가에 에니상에 올라왔을 때 싱글 룰북인줄 알고 샀음…. 불꽃공주 책이라서 천만다행이었지….
그래서 블래캐근?
뭐가 더 나와야 이야기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