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돌리곤 하는 야매형 페이트는 엄밀히 말해 반쪽짜리보다 더 빈약한 페이트죠. 빠른 진행을 위해 면모 규칙을 들어낸 셈이니까.

가끔 페이트란 이름을 붙이는 게 페이트에 대한 모욕이 아닐지 고민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플레이 중에 생각난 설정을, 판정을 통해 세계에 개입시킨다는 식으로, 어줍잖게 면모 비슷한 효과는 내려곤 하고 있지만요.


근데 뗐다 붙였다 하는 면모나 증강을 생략했기 때문에 PBP에선 괜찮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엔 PBP로 기동형 페이트나 페이트 코어를 하려고 머리를 굴려봤는데... 이게 자칫하다간 1인플로 해도 이리저리 꼬일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드네요.

실제로 돌려봐야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요.


그러던 차에 누메네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면체 하나만 가지고, 그것도 플레이어만 굴린다면서요?

문과의 룰이라고 불릴 만큼 간단한 판정과,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짜여가는 각 상황들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적어도 몬티 쿡이 누메네라를 소개하는 영상만으로 판단했을 때는요.


그래서 PBP로 누메네라를 돌린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 궁금해졌습니다.

룰을 가지고 쓰는 릴레이소설을 닮은 PBP의 특성과, 누메네라의, 간단한 판정만으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시스템이 나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