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상했던 플레이가 취소되기도 했고... 지난 달에 주문한 포지 월드 키트에 부품 하나가 누락됐다는 걸 지금 깨달아 기분이 몹시 꿀꿀하다. 그래서 예전에 했던 플레이 썰이나 품.


배경은 19세기 중엽 보스톤을 중심으로 한 WoD 늑대인간이었어. 대충 내용은 보스톤 근처 웹스터 호수라는 곳에 유서 깊은 실버 팽 셉트가 하나 있는데, 최근 보스톤에 뱀파이어 머릿수가 미친 듯이 불어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거였지. 아다시피 보스톤은 유럽에서 동부해안으로 들어오는 중요한 항구라 늑대인간들 입장에서도 중요했거든. 그런데 뱀파이어의 수가 너무 늘어나서 도시를 완전히 접수 당하면 곤란해서 행동에 나선 거.


이 일은 막 라이트 오브 패시지를 통과한 신참 실버 팽 갤리어드, 동유럽에서 건너와 자기 명성을 쌓을 기회를 찾던 섀도우로드 필로독스, 그리고 고향 유럽 셉트를 떠나 북미까지 흘러든 떠돌이 겟 오브 펜리스 씨어지가 맡게 됐음. 마침 섀도우로드가 뱀파이어들과 부대낀 과거가 있었기에, 이 임시 팩은 금새 똘마니 뱀파이어 하나를 납치하는 데 성공했지. 그리고 호텔 방 하나에 뱀파이어를 가두고 온갖 서툴고 잔혹한 고문을 자행한 끝에 간신히 뱀파이어쪽 사정을 들을 수 있었어.


당시 똘마니가 얘기해준 건 이보다 적고 부정확한 정보였지만, 대충 내용은 이랬음. 최근 보스톤 뱀파이어 사회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거였지. 원래 보스톤은 카마릴라의 뱀파이어 프린스 발라딘이 지배하고 있었어. 근데 얼마 전 미친 뱀파이어 쿠엔틴 킹이라는 놈이 말카비안 클랜 힘을 등에 업고 프린스를 죽이고 프린스 자리에 오른 거야. 게다가 이 쿠엔틴 킹은 '공정함'에 집착하는 미치광이라, 보스톤 토지 면적 대비 뱀파이어 수에 따라 도메인을 재분배하기까지 했다네말카비안 놈들이 프린스를 죽이고 지금까지 멀쩡히 나눠갖고 있던 도메인을 몰수해서 공정하게 재분배하겠다는데, 당연히 뱀파이어 사회에 문제가 생겼지. 특히 토레아도 클랜과 트레미어 클랜 장로들이 지랄을 했고.


어쨌든 이 일로 보스톤 뱀파이어는 킹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파벌이 갈리게 됐어. 그렇게 카마릴라 내부의 결속이 깨지기 시작하니 사바트가 이 기회를 틈타 보스톤을 따먹을 생각을 품었고, 최근 보스톤으로 미친 듯이 흘러들어와 수를 불리기 시작한 거였지. 킹은 반대파의 방해로 사바트 유입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었고.


여기까지 들은 PC 늑대인간들은 짱구를 굴리기 시작했어. 어차피 똘마니 계속 죽여봤자 위에 놈이 살아있으면 뱀파이어는 계속 생겨. 게다가 오래 산 뱀파이어는 자기 소굴에서 잘 나오지 않으니 잡기 쉽지가 않고. 그런데 이 기회 잘 이용하면 나이 많은 놈 몇 마리 잡을 수 있을 거 같은 거야. 그러면 셉트에서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겠느냐는 거였지. 물론 겟 오브 펜리스 씨어지는 무슨 개소리냐고 화를 냈지만, 어쨌든 논쟁하다 서로 레이지 터지고 치고 박은 끝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따르기로 했어.


마침 PC들이 붙잡은 똘마니 뱀파이어는 나름 나이 좀 있는 뱀파이어의 하수인이었어. 나중에 드러난 바에 따르면 100살 언저리 쯤 산 9세대 토레아도. 그래서 PC들은 이놈한테 좀 겁을 주고, 우리가 네 주인하고 대화를 좀 하고 싶으니 이야기를 전하라고 풀어줬지. 그 뱀파이어는 다시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호텔로 서신이 하나 배달됐어. 도시 외곽에 있는 저택에서 만나자고 말이야.


PC들은 여차해 수틀리면 크리노스로 변신해서 저택에 있던 뱀파이어와 그 졸개들을 찢어발길 준비까지 하고 약속된 시간에 저택을 찾아갔어. 막상 가보니 그런 짓을 벌일 상황이 아니었지. 그 저택은 고색창연한 고성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사교의 장이었고, PC들이 방문한 날에도 무도회가 열리고 있었거든. 만약 소동이 일어나서 늑대인간 정체가 드러나면 리타니를 어기게 되니까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지. 물론 입구에서부터 보위 나이프, 토마호크, 리볼버, 팽대거 같은 무기는 죄다 압수. 당시만 해도 라이트 오브 탈리스만 데디케이션을 쓸 수 없겄기에 별 수 없이 무장해제 당했지. 그러고 나서야 PC들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홀을 지나, 저택 안쪽의 내실로 안내됐어.


고풍스러운 내실에서는 우아한 여자가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고, 집 주인인 뱀파이어도 PC들을 살갑게 맞아줬어. 하지만 그 뒤로는 구울들이 은탄을 잔뜩 채운 기병용 산탄총 등을 들고 있었지.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PC들은 뱀파이어들이 파벌을 나누어 싸우고 있다고 아는데, 우리는 보스톤의 안정을 원하니 한 쪽을 쓸어버리고 조약을 맺고 싶다고 제안했어. 하지만 뱀파이어는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쉽게 그러한 거래를 할 수 있겠냐며, 우선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간단한 게임을 하자 제안했지.


그 게임은 서로 물어본 질문에 진실로만 대답하는 게임이었어. 그는 거짓말을 하면 자기 눈에 보인다며, 거짓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지. 선택지는 없어 보였기에 PC들은 그 게임에 응했어. 그리고 셉트에서 내린 지시대로 보스톤 뱀파이어 머릿수 증가의 이유를 파악하고 문제원인을 제거한다는 목적은 물론, 각자의 개인 사정까지 조금씩 털어놨지.


다행이라면 뱀파이어도 약속을 지켜서 자기 이야기를 대체로 털어놨다는 거였어. 그는 지금 프린스인 킹에게 살해된 전 프린스 발라딘의 심복이었고 여전히 킹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실은 이미 사바트와 밀약을 맺어 킹의 궁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있었고, 킹이 연이은 실패로 실각하면 자신이 직접 새 프린스로 오르거나 킹메이커가 될 생각이었어. 그리고 사바트까지 제거하고 보스톤을 완전히 차지한 후 옛 프린스 시절로 모든 걸 되돌릴 계획이었지.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알고 난 후에야 PC들과 뱀파이어 사이에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어. 다소 논쟁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뱀파이어는 팩에 정보를 제공해 카마릴라와 사바트 주요인사들을 처치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어. 그리고 PC들의 도움으로 자기가 프린스가 되면, 늑대인간들의 영역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뱀파이어 머릿수도 일정 선을 넘지 않게 확실히 통제하겠다고 약속했지. PC들은 일단 그 정도로도 만족할 만하다고 판단했어. 그리고 물론 상황이 되면 이 뱀파이어까지 처치할 생각이었지.


거래가 끝난 줄 안 섀도우로드가 먼저 악수를 청했어. 하지만 뱀파이어는 이처럼 중요한 거래가 악수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 했어.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는 비밀까지 드러내며 맺은 거래인데, 말만 가지고 끝낼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지. 그는 서로 피를 나누어 마시는 의식으로 신뢰를 다지자고 요구했어. 여기서 (다혈질이지만 알고 보니 팩에서 유일하게 정상이었던)겟 오브 펜리스는 더러운 웜의 오물을 마실 수는 없다며 빡돌아 난리를 칠 뻔했지만, (자기가 남들보다 잘나고 똑똑한 줄 아는)섀도우로드는 다 된 거래를 망치지 말라면서 으르렁댔고, (이 바닥 굴러가는 사정을 모르는 애송이)실버팽은 팩의 불화를 막기 위해 자기만 대표로 마시겠다고 했지.


이에 따라 뱀파이어는 실버팽의 피를, 실버팽은 뱀파이어의 피를 잔에 채워서 마셨어. 실버팽은 뱀파이어의 피를 마신 순간 오물을 삼킨 것처럼 전신에 전율이 일고, 본능적으로 욕지기가 치밀어 피를 토해내고 싶어하는 걸 느꼈지. 하지만 몇 모금 더 마시자 비릿한 역겨움은 차츰 가시기 시작했고, 다 마신 후에는 저도 모르고 잔을 핥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었어. 당시만 해도 이 쪼다들은 뱀파이어 피를 마시면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몰랐지. 아, 물론 플레이어들은 알고 한 거고.


그 후 PC들은 뱀파이어 동맹이 제공하는 다른 뱀파이어의 활동영역, 일과, 취미, 사냥감 취향 등 정보를 얻었어. 그리고 그의 조언에 따라 암살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지. 부두 창고 지하에 숨어 살던 갱그렐은 다굴을 놔 죽이고, 극단 공연장에 숨어 살던 미소녀 토레아도는 페넘브라를 통해 분장실 거울에서 튀어나와 목을 땄음. 그 외에도 뱀파이어 동맹이 시키는대로 카마릴라와 사바트 양방을 계속 죽였어. 그리고 늑대인간에 의한 소행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늘 상대측 뱀파이어에 의한 암살인 것처럼 증거를 조작해놓았고. 이것도 그 뱀파이어 동맹이 제안하고 조언한 바였지.


하지만 이런 종류의 동맹이 늘 그렇듯, 우호적인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어. 일단은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끊고 나중에 쓰든 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