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이 특별/독특하고 범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과시\'함과 동시에 남들이 그것들에 접근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이지. 스스로의 (특별할 것 하나 없는)특별함을 자신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으로 보여주려는 그들의 저열함은 예나 지금이나 혐오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감내할 수밖에.

어쨌든 이들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나는 이렇게나 아름답고 유니크한 것들을 미-개한 대중들의 콘크리트같은 몰개성함에서 캐내어 즐길 정도로 아름답고 유니크하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이들이 즐기며 타인의 접근을 불허하는 것들이 정말로 그렇게 아름답고 유니크한가?

다년간의 경험에 비추어보아, 그 아름답고 유니크한 것들은 보통 무시와 조소 속에서 철저하게 묻혀야할 만한 저열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굳이 힙스터들이 캐내어 대중 앞에 전시하지 않더라도 금세 드러나 빛을 발하는, 굳이 밝은 곳에 전시하는 노력 없이도 만인에게 사랑받을만 한 것들이었다.

취미도 그렇다. 누가 어떤 취미를 즐기든 그것은 그저 취미일 뿐, 그 향유자의 성숙함이나 특별함을 대변해주진 않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TRPG 또한 세상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너절한 취미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나 또한 TRPG를 즐겨온 TR인이기에, TRPG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저열한 취미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TRPG는 굉장히 독특한 행위들이 결합된 취미 아닌가? 나는 TRPG를 즐기며 그간 접해온 여러 활동들에서 얻지 못했던 진귀한 경험을 했고, 실제로 그런 경험들은 TRPG 플레이가 아니면 얻지 못했을 경험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TRPG가 TRPG를 즐기는 이들의 특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TRPG라는 취미를 즐기는 소시민일 뿐이다. 내가 아무리 TRPG가 아름답고 유니크하다고 부르짖어봤자, 나는 그저 자신의 취미의 독특함을 자신에게 전이시켜, 자신의 격을 높이려는 구역질나는 힙스터가 될 뿐이다.

세 줄 요약
1. TRPG는 독특한 취미이다.
2. 근데 독특한 취미를 즐긴다고 너 자신이 독특한 사람이 되진 않는다.
3. 취미를 과시하며 자신의 격을 높이려는 것은 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