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그렇진 않지. 대부분의 플레이는 룰북이 권장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고,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는 룰북이나 시나리오 내에서 필요한 만큼은 제시되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준비된 정보만을 가지고만 플레이하는 것과 추가적인 플레이 외적 정보를 알고 플레이하는 것과는 분명히 퀄리티 차이가 있지.

어반 밀리터리물을 예로 들어볼까. M4 카빈 소총을 장비한 PMC 라그나가 눈 앞에 튀어나온 적병을 사살하고 재장전한 뒤 동료들에게 그 경험을 말해주는 RP를 한다고 치자.

- 밀리터리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플레이 할 경우.
라그나 : 저는 눈 앞에 튀어나온 적병에게 소총을 사격합니다. 풀오토로요.

GM : 조준사격인가요 지향사격인가요? 급박한 상황이라 조준사격은 페널티가 붙을 거에요.

라그나 : 지향사격이요. 근접 상황이니 조준사격은 확실히 버겁겠네요. @주사위 @성공

GM : 라그나는 탄창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 발의 탄환까지 적병에게 모조리 꽂아넣는데 성공했습니다. 적병은 라그나에게 달려오던 그대로 앞으로 거꾸러지며 절명합니다.

라그나 : 소총을 재장전하고 주변을 살핍니다.

GM : 주변엔 아무도 없습니다. (중략) 당신은 막사로 돌아가 당신의 동료들과 만났습니다.

라그나 : 적병을 하나 만났어. 아마 정찰병이었던 모양이야. 그 놈 하나뿐이었어. (하략)

- 밀리터리 관련 지식이 풍부한 경우

라그나 : 저는 장시간 전술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탄창삽입구 위를 잡는 매그웰 자세로 이동 중이었어요.(걍 RP임 ㅎㅎ)

라그나 : 저는 탄창 연결 부위를 잡고 있던 매그웰 자세 그대로 튀어나온 적병을 향해 CQB 교범대로 반사적으로 풀오토로 탄환을 발사합니다. 물론 정조준을 하지 않은 지향 사격으로 판정할게요. @주사위 @성공

GM : 네. 라그나의 연발 사격은 라그나를 기습한 적병을 관통합니다. 적병의 몸을 관통한 탄환이 붉은 호를 그리며 그대로 나아가는 모습이 라그나의 눈에도 보입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5.56 나토탄은 적병의 근접돌진을 저지하기엔 지나치게 관통력이 높았지만, 그래도 적병의 목숨을 끊어내기엔 충분했습니다.

라그나 : 멈치를 누르며 총몸를 타격해 빈 탄창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바로 새 탄창을 삽입해 조준 손잡이를 당깁니다. 그 상태 그대로 왼쪽 건물의 벽에 의탁한 채 주변을 살핍니다.

GM : 적의 척후였던지, 혹은 마지막 패잔병이었는지, 더 이상의 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략)

누군가는 후자를 오그라들고 시간만 많이 잡아먹는 RP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빠르게 진행하고 싶은데 지나치게 디테일에만 집착한다고 말야.

하지만, 나는 퀄리티는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들이 모여서 플레이 전반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었거든.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저런 플 외적 지식들이 플레이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고 말이야.

아 물론 반드시 외적 교양을 쌓으라는 말이 아냐. 나는 그런 교양을 쌓으려는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과 같이 플레이하고 싶다는 것 뿐이지. 저런 것을 지나친 디테일이라 생각하거나, 큰 줄기의 스토리 아크를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든가, 혹은 시트의 스탯 1점 더 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거야.

그런 것들을 틀리다고말하는건 아냐. 그냥 여러 종류의 플레이어가 있는 만큼 여러 종류의 플레이가 있는 법이니 너무 어떤 정답을 도출하려들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