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북 안 본 놈들은 모르겠지만, 패러다임과 포커스가 마법 작동에 실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적 예를 들어보자. 오더 오브 헤르메스가 상대를 저주해 죽일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 우선 판정에 앞서 플레이어는 [이 마법이 어떤 효과를 어떻게 일으키는가],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패러다임은 무엇이고, 캐릭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효과가 어떻게 연출되는가]를 선언해야 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숨이 좀 막히지만... 차근차근 해보자.
플레이어는 저주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저주인형을 쓰기로 했다. 헝겊인형을 영적으로 대상과 연결시키고, 인형에 대못을 박으면 상대도 고통을 느끼는 효과다.
그럼 이 주문이 어떻게 작동하냐고? 이 캐릭터는 에메랄드 타블렛에서 언급된대로 "아래에 있는 것은 위에 있는 것과 상응하고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과 상응한다. 그리하여 하나인 존재의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우주적인 원리를 믿는다. 그렇기에 한 계에서 발생한 효과는 다른 계에서도 발생한다. 어떤 사물을 건드리면, 세계 이면의 신비한 원리에 따라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른 사물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소위 'sympathetic magic'이다.
문제는 이 인형이 어떻게 저주 대상과 연결되게 하느냐인데... 여기서 homeopathic magic과 contagious magic을 이용한다. 전자는 쉽게 말해서 '비슷한 짓을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원리에 의한 주술이고, 후자는 '한 번 결속되어 있던 것은 물리적 연결이 끊긴 후에도 영적 연결이 유지된다'는 원리에 의한 주술이다. 그래서 캐릭터는 저주의 대상을 몰래 스토킹하며 머리카락을 열심히 모았고, 그 머리카락을 인형에 심었다. 짠! contagious magic에 따라 머리카락을 매개로 인형과 저주대상 사이에 영적인 연결이 구축됐다. 이제 이 인형을 반병신 만들면 homeopathic magic에 의해 저주 대상도 좆된다. 남은 할 일은 인형에 대못을 박는 것뿐이다.
효과는 간단하다. 인형에 대못을 박으면, 못 박힌 부위에 상응하는 저주 대상의 신체에도 극심한 고통과 기능장애가 발생할 사건이 '우연히' 발생한다. 쿨.
그 다음이 판정이다. 구체적인 효과를 룰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Sphere를 쓸 건지 정해야 한다.
일단 인지범위 바깥에 있는 대상을 상대로 한 거니까 Correspondence를 2점 섞는다. 그리고 인간 신체(라이프 패턴)에 간섭하는 거니까 Life를 2~4점 섞는다. 왜 2~4이냐면, 구체적인 효과에 따라 요구 점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힘이 우연히 작용해서 좆되게 하는 거면 2점으로 되고, 아예 신체내부에서 악성종양이 생기거나 갑작스러운 내출혈이 발생하게 직접 변화를 일으키는 거면 3점이나 4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연히 온갖 불운이 작용해서 상대를 좆되게 하는 거니까 Entropy도 2~4점 정도 섞어준다. 물론 높은 점수일수록 강한 효과를 직접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2점에서는 지나가다 에스컬레이터에 신발끈이 끼는 정도라면, 4점에서는 Life와 섞어서 운 없게 백혈병에 걸리게 해줄 수도 있다. 여기에 원하면 주위의 물리력이 재수 없는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Forces를 2점 정도 섞어도 좋다. 그리고 이 불운이 오래 지속되게 하고 싶으면 Time을 섞어주자.
그 다음 Arete를 굴리는데, 어지간한 마법사라면 Arete가 3~4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 난이도는 Coincidental Magick이므로 사용된 가장 높은 Sphere+3. 너무 좆되게 하고 싶어서 Entropy 4를 썼다면 난이도는 7이다. 솔직히 주사위 4개 굴리는 거 치고는 성공확률이 썩 높지는 않다. 그러니 난이도를 낮춰보자.
우선 우리 캐릭터는 '대상의 에센스를 품은 물체(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이걸로 난이도 -1이 가능하다. 여기에 캐릭터는 저주를 위해 특별한 도구를 준비했다. 저주에 쓰는 망치와 대못은 그냥 동네 철물점에서 사온 게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무수한 사람을 저주해 죽인 것으로 유명한 악명 높은 골동품이다. 'Unique Focus' 사용으로 다시 -1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캐릭터는 시간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특별히 오랜 시간을 들여서, 대략 12시간 마라톤 리츄얼을 통해 저주를 완성했다. 'Extra time spent on each step of magic'으로 다시 -1을 받는다. 이렇게 주문 난이도는 4가 됐다. 이 정도면 만만하다.
근데 여기 변수가 들어간다. 진중하게 마법 좀 쓸라는데 자꾸 위층에서 떡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방음 잘 되는 아파트로 미리 이사 갈 걸 했다. 'Mage distracted'로 난이도가 1 올랐다. 제기랄, 난이도는 5다. 그래서 캐릭터는 다시 한 번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일종의 체내에 저장된 마나인 Quintessence를 1점 쓴다. 이렇게 하면 난이도를 낮출 수 있다. 난이도는 다시 4가 됐다. 이 정도면 성공률은 아주 높다.
그 다음 마법의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잘 연출해주면 된다.
패러다임에 따라 포커스가 구성되고, 포커스에 따라 마법 사용법이 정해진다. 그에 따라 룰적으로 요구되는 것, 할 수 있는 것도 달라진다. 참 쉽죠?
그러니까 메이지는 접어두고 뱀파이어나 웨어울프를 하자.
정말 적절하고 쌈마이한 설명이로군요 - dc App
이렇게 설명하니까 쉬워보이잖아 약팔지마라 이 악마야
근데 이걸 실제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플레이상에서 구현하려면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하는 거임? 미리 어느정도 준비해놓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1. 기본이 되는 패러다임은 미리 확실하게 공유한다. 그러면 마법 쓸 때 하나씩 구구절절하게 반복해 설명할 필요 없다.
첫줄부터 팩폭
2. 자주 쓰는 주문은 Rote라고, 미리 정형화된 포맷으로 준비해놓는다. 대개 시트랑 같이 써둔다.
3. 의외로 게임에서 마법을 죽자 살자 펑펑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각 만큼 저 짓을 해야 할 순간이 많지는 않다.
4. 하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간결하게 의사소통이 된다. 해도 해도 저 과정이 단축이 안 되는 팀은 곧 터진다.
마법은 일종의 필살기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이게맞나요
근데 그거 감안하더라도 룰이 구린 거 맞음.
마법 종류마다 다름. Coincidental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사소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씀. 하지만 Vulgar는 준-필살기로 쓰는 게 맞음.
그러니까 4. 저 과정이 단축이 안되는 팀은 곧 터진다, 가 핵심인 거지?
네넹.
솔직히 암만 구린룰이고 나랑 안맞는다지만 한번 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는건 막을 수없는것이다.
어차피 한 캐릭터의 패러다임과 스타일은 어느 정도 한계 지어질 수밖에 없고, 그 방식에 익숙해지면 생략할 거 대충 생략하면서 빠르게 의사소통이 됨. 근데 그게 안 되면 뭐...
한번쯤 "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거랑 제가 아는 거랑 다른 문제인데여" 나올 법도 한데
그리고 리바이즈드부터 여기에 Resonance가 들어가는데
근데 디시버아조시가 룰북도 안 읽어본 알못들한테 한 백번은 같은 얘기 반복했다 해도 믿을법한 안정성으로 뭣모르는 사람은 진짜 간결하게 설명 가능한 룰이라 착각하도록 얘기하는 거 보다보면 플 한번이라도 해보고 싶긴 하다......
예를 들어 위의 예라면 아마 패러다임은 캠페인 초반에 이미 팀원들과 공유가 끝났을 테니 따로 설명 안 할 거임. 그리고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저주인형으로 공감주술에 따른 저주를 걸 거에요. 포커스가 좀 필요한데... 일단 Contact인 골동품 밀수업자 써서 유니크 포커스로 쓸 저주에 관계된 골동품 좀 알아보고, 저는 개인적으로 저주 상대를 쫓아다니면서 머리카락 좀 모을께요.' 대충 이 정도로 얘기해도 다 알아먹음.
여기서는 생략했는데 물론 Resonance랑 Avatar도 관여됨. 좆같음은 배가됨. 흑흑...
못만든 규칙의 골자를 다 지키느라 세션을 아작을 내버리는 형국
이거 플레이 가능한건 맞냐
공부 열심히 하고와야 될까말까인데 ㅋㅋㅋㅋ - dc App
흑흑
뱀프나 하자
걍 오펀 하자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