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뻘글이니 걍 내려도 됨.

요 근래 글 몇개 보니까, 게임을 하는데 \'공부\' 혹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좀 있는 것 같네. 하긴, TRPG는 요 몇 년 사이 출간된 번역 룰북 말고 다른 걸 읽으려면 영어나 일본어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취미니까, 룰북 읽는 것부터 나가떨어지는 이들이 있는 것도 이해는 됨.

근데 거기서 좀 나아가서, TRPG를 할 때에 \'룰북 정독\'이라는 기본적인 사항 이상의 뭔가를 더 습득하려는 노력 자체를 우습게 보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말야.

\'게임을 하는데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걍 대충하지 그런 것까지 신경쓰면 피곤하지 않나\'
\'니 인생을 그렇게 열심히 살아보지\'
\'넘 어렵네 배그하러 감 ㅅㄱ\'
\'플레이어가 그런 것까지 알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누군가는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지. 근데, 비단 TRPG만이 아닌 다른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그냥\' 재밌지는 않아. 뭘 하든 \'잘 하거나\' \'이겨야\'재미있는거지. 그리고 그렇게 \'잘\' 하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공부\'가 따라오거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예를 들어볼까?

지금은 아는 사람이 있는진 모르겠는데, 예전엔 내셔 남작과 드래곤의 출현 시각이 맵 내 시스템으로 나타나지 않았어. 그래서, 롤을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출현 시간을 외우고 다녔지. 그래, 출현 시간을 \'공부\'한거지.  이런 작은 사항들을 외우고 다니는 이들이 라인전에서 상대방보다 조금이나마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야. 시간에 맞춰 귀환해 HP를 보충하고, 바론 앞 한타를 대비해 아이템을 구매할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게 되는 거잖아.

물론 이런 사항 뿐만이 아니지. 상대방 다리우스의 스탯, 패시브, 각종 스킬 쿨타임과 데미지, 풀스택 궁극기의 고정 데미지가 몇 점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나서스와, 상대방 나서스의 스킬이 뭔지도 모르는 다리우스가 싸우면 누가 유리할까?(캐릭터 밸런스는 여기 말고 롤갤 가시길)

어쨌든, 이런 모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승리하기 위한 각종 지식의 숙지\' 는 넓은 범주에서 보면 \'공부\'에 들어가지. 그리고, 기꺼이 이런 것들을 공부하고 숙지하는 이들이 상위 리그로 가는 것이고 말야.

그렇다면 TRPG의 공부란 무엇일까. 디앤디를 생각해볼까. 좁게 보면 룰북의 숙지가 되겠고, 조금 넓게 보면 마스터가 내보낼 인카운터에 대한 대략적인 예상 공략, 같은 PC와의 전술같은 것이겠고, 더 넓게 본다면 마스터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무대에 대한 이미지와 설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PC의 배경설정과 스토리 아크를 일치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 들어갈 수 있겠네.

이런 것들이 뒷받침된다면, TRPG 플레이는 분명 더욱 즐거울거야. 시나리오 무대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을수록 자신의 PC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고, 자신의 PC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록 뽑아낼 수 있는 데미지도 높아질거야. 물론 만들어낼 수 있는 전술도 많아질 것이고.

캐릭터 시트 짜는 것도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과도한 것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걸 봐도 \'니 인생에나 그렇게 시간 투자해라\' 하고 냉소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거야.하지만, 뭘 하든 일단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애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 아닐까. 똑같이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공부를 좀 해서 즐겁게 보내는 것이 낫지, 아무 것도 모른 채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들 싫잖아?

공부고 뭐고 싫고, 일단 TR은 해야겠고, 룰북은 마스터가 요약해서 줬으면 좋겠고, 그래도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는 무적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아시죠? 꼬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