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라서 2시간 정도 진행했으니 많은 내용이 있던 것은 아니야. 그 점은 감안하고 봐줘.

 메이지 캐릭터 메이킹은 어려웠는데 WoD가 처음이라서 더 어려웠던 거 같다. 다음에 캐릭터 만들면 지금보단 잘 만들겠지. 뭘 공부하면 될지 조금은 알 것도 같고. 지금의 인물 메이킹은 스토리텔러분과 고통을 분담하며 짜낸 캐릭이기 때문에 빨리 나도 한 사람 분의 캐릭터 메이킹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일단 인물부터 소개할게.

PC '휴 라이트', 29세 백인. 잘생겼고 소심한 소설가이다.

 소심한 이유는 아버지에게 정서적 학대를 많이 당해서 그래. 아버지가 노벨 문학상을 몇 번이나 받을 뻔한 문학가였는데, 결국 못 받았거든.  안그래도 성격 예민한 인간이 그 스트레스때문에 갈 수록 난폭해졌고, 와중에 아들을 하나 얻게 됐지. 근데 웬걸? 아들놈이 뜻 밖에도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어. 그래서 빡시게 엘리트 교육을 시켜봤지. 나중엔 아들놈이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줄 재능도 없었고, 심지어 문학의 방향성까지 달랐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말야.

 아버지가 포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들이 적어논 소설 있으면 이런 쓰레기 끄적일 시간에 순문학을 배우라고 폭언과 관리를 했지. 더 나아가서 자신이 있는 대학에 오게 한 다음, 시간표도 짜주면서 관리를 했어. 아들은 결국 대학 중퇴하고 가출한 다음 웹 소설 작가가 됐지. 아버진 그런 아들을 버렸고, PC가 좀 잘 나가려고 하니 급작스런 부고를 맞게 돼. 

 여튼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상당히 소심해. 별 자신감도 없고 남을 쉽게 믿지 못하고 그냥 이 사람이 언제 나에게 욕할까 겁부터 먹지. 그래서 눈에 띄는 것도 싫어하고, 소설에만 몰두한다. 다행히도 정반대 되는 성격의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이런 성격은 많이 좋아졌어. 여담인데 나는 좀 소심하고 대인기피증이 있다까지 생각했는데, 막상 보여진 건 대인기피증까진 아닌 소심함이었던 것 같음. 내가 대인기피증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소설엔 엄청 열과 성을 들여. 자기의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려고 말이지. 글을 쓰면 즐겁고, 고통스러운 외부 세계의 일도 잊을 수 있고 시간 가는 줄도 몰라. 대신 모니터 주변은 참고서로 너저분하고 집은 거의 치우지도 않는 데다가 음식도 배달 음식으로 때우고. 

 이 소설은 좀 기괴하고 몽환적이야. 시장에 먹힐 만한 물건이 아니지만, 괜찮은 문장력과 독특한 비주얼 덕분에 단행본까지 낼 수 있었지. 대충 사고를 당해서 세상이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이, 세상을 바르게 보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야. 스타트는 샤아의 노래와 유사하지. 주인공은 여행을 거쳐서 사람에 대한 회의감과 두려움도 가지면서 변하게 되고. 이 '운명'에 도전하지만 어떻게 결말을 낼진 아직 정하지 않았을 거야. 이 운명 이야기하는 부분은 방금 쓰면서 생각났거든.

 이것도 여담인데 나는 운명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지지만, 컬트의 사상에 따르면 그건 모두 아트만의 업이잖아?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도 아마 업이 있었을 거임. 이런 PC의 소설 주인공이 되었다는 업 말이지. 그리고 PC도 이런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되었다는 업이 있겠고.

 뭐, 패러다임? 애 아직 컬트에 안들어가서 배운게 없어. 물론 나도 우파니샤드와 컬트 북을 아직 다 읽지 못했지. 다음 플레이 때 소개해주지. 될 수 있으면 기존의 사상을 PC가 어떻게 내재화하면서 받아들이게 되는가 까지.


 애인은 케이트 맥두걸, 27세 아일랜드계 백인이고 킥복서. 키도 크고 (180), 진져이고, 마른 근육도 탄탄하게 붙어있고 성격도 엄청 호방한 여장부다. 술도 좋아하고, 바이커 스타일 옷 입고, 여자가~ 이러며 무시하는 남자들을 싫어하고 엄청 활동적이며 싸움닭이야. 어렸을 때 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피지컬도 뛰어났어. 어렸을 땐 남자애들 줘패고 다녔고, 더 자라선 면도칼을 씹었을 지도 모르지. 지금도 바이크를 타면서 다니고. 여튼 그런 굉장히 자유롭고, 열정적이고, 저항적인 영혼의 소유자고. 한편으론 로맨스 영화를 보고 맥주를 마시면서 펑펑 울 정도로 감수성도 풍부해. 그 밖에 귀신을 무서워하고 노래랑 춤을 전혀 못해서 싫어하는데 이만하면 대충 어떤 인물인지 알거야.

 성격이랑 특징이 PC랑 꽤 반대지? 둘은 정말 어쩌다 보니 사귀었어. 휴는 자신의 소설 내 액션씬이 미흡하단 편집자의 소릴 듣고 인터넷에서 케이트의 경기 영상을 찾아봤지. 그러다가 팬이 됐고, 마침 편집자가 참고하라고 직관 표도 준 거지. 휴는 용기를 내서 경기장에 들어갔어. 소심해서 외출, 특히 사람 많은 곳은 용기가 필요하지. 그래도 팬심과 편집자의 권유가 어찌저찌 상승 작용을 이뤄내서 갈 수 있었어. 처음 본 킥복싱 경기는 엄청 열정적이었고 혼란스러웠지.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 와중에 휴는 멍하니 혼자 앉아있었어.

 케이트는 그걸 보고 얼굴이 자기 취향인 휴에게 다가갔고, 몇 번 만나다보니 괜찮더라고. 지적인데 조용하고 찐따같은데 자기 말은 잘 듣는게 또 귀엽고. 그러다보니 3년 정도 사귀게 된 거야. 둘은 이제 결혼도 준비할 정도로 아주 가까워졌고.


 배경은 2018년 5월 18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와 가까운 휴의 집에서 시작돼. (플레이 당시 이 날이라고 못박은 건 아닌데, 끝난 날짜 계산해보니까 이 날이 맞다.)

시작은 여자친구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들어 달래서 좀 있다 적고 올리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