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이어서. 아 참고로 이야기의 테마는 애인의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도망치다가, 깨달음을 얻고 포용하는 것. 

 오늘 진행한 내용부터 설명할게. 아마 몇 개는 생략됐고, 몇 개는 순서가 바뀌었을 거야. 

 시작은 안개낀 낯선 거리에서 시작돼. 후줄근한 청바지에 회색 드레스 코드, 공간감과 시간감이 흐리면서 꿈속을 걷는 기분이 들지. 거리 주위는 안개로 희뿌옇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인물들도 보이지 않아. PC는 길을 따라서 막연히 걸어. 걷고, 또 걷지.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어딜 가나 스핑크스가 PC를 바라봐. 스핑크스는 전에 이집트 사진으로 본 그런 스핑크스와 똑같이 생겼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우주와 같은 색상의 피부를 갖고 있었지. 그리고 안에는 아름다운 별빛들이 있고, 초신성 폭발이 움직이고 마치 우주를 보는 듯 했겠지. 사람들은 스핑크스에 의문을 갖지 않아. 주인공도 마찬가지이고. 그래도 주인공은 안내를 따라서 가.

 도착한 곳은 스타디움이었어. 킥복싱 경기장이지. 주인공은 주머니 속에 있는 표를 보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그리고 옆을 보는데 한쪽 열이 비워진 채, 스핑크스가 비스듬히 앉아있는 거야. 여전히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곧 경기가 시작돼. 경기는 케이트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가 진행했는데, 케이트가 엄청나게 얻어맞아. 그러다가 분노한 케이트는 가드를 풀고 적 선수를 마구잡이로 두들겼지. 적 선수도 호응하듯 난타전으로 넘어갔어. 그러다가 케이트의 기세가 약해지고, 케이트의 머리에 브라질리언 킥이 작렬하지. 케이트는 그로 인해서 쓰러지게 돼.

 하지만 그냥 쓰러진게 아닌 것 같아.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케이트는 분명 경련을 일으키고, 마치 숨이 거둬지는 것 같았거든. 휴는 당장 케이트의 안위를 확인하려고 일어나. 하지만 타르 안에서 움직이는 것 처럼, 전신을 강한 압박이 감싸고, 휴는 거의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여. 이상하지만 어쨌든 케이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려 해. 그러더니 갑자기 가만히 있던 스핑크스가 그에게 물어봐. 마치 바위가 굴러가는 듯이 무겁고 낮은 목소리였어.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것이 뭐지? "

 누구나 아는 문제와 정답이야. 뜬금없는 퀴즈였지. 휴는 정답을 떠올렸고, 동시에 잠에서 깨.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야. 온 몸은 땀에 젖고 심장은 터질 듯이 움직이고, 쉽게 진정이 안돼. 케이트의 SNS를 살펴봤는데, 늘 그렇듯 술 마시고 꽐라 된 사진 밖에 없어. 새로 올라온 불안한 사진도 없던 거고. 꿈이니까 당연하겠지. 그래도 컴퓨터를 켜고 케이트의 이번 대전 상대를 봤어. 뭐, 그냥 무난한 킥복싱 선수였고 딱히 발차기가 특기인 사람도 아니었지. 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잠에 들려고 하지만,  잠이 안와서 결국 글을 쓰기로 했지. 어차피 케이트에게 전화해봐야 지금 자고 있을 거거든. 그리고 취한 다음 날 오전중으로 전화하면 좋은 꼴을 못보고.

 아, 휴의 책상은 꽤 너저분했어. 언제 마지막으로 씻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물컵엔 물이 반쯤 담겨있었고, 반대편엔 참고서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었지. 그는 물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작업을 이어나갔어. 마침 오늘이 또 원고 제출일이야. 오후 7시까진 원고를 보내줘야해. 

. ..남자의 눈이 푸른 나비로 변했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이 쯤에서 문장을 다시 지워. 막힌거야. 요즘 조회수도 떨어지고, 편집자 말콤은 이런 기괴한 소설 말고 좀 더 팔릴 만한 걸 써보라고 했었지. 휴는 뭔가 참고할게 없나 싶어서 자신의 책장 앞에 섰지만 모두 기거나 그에 준하는 괴기하고 몽환적인 소설이야. 기거의 책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는데, '기거는 절대 안된다!' 고 악쓴 편집자의 얼굴이 떠올랐어. 휴는 꽤 소심하니까, 다른 책을 찾아보려 했는데 없어. 서점에 나가서 사볼까 하다가 오늘이 마감이니까 그럴 시간은 없었지. 결국 휴는 고민을 하다가 혼신을 담아서 글을 쓰기로 해.

  Wits + Expression 굴림이었고, 성공수가 4개 나왔지.

 이만하면 꽤 성공적이야. 남자의 눈은 푸른 나비로 변했을 뿐 아니라 아주 그냥 훨훨 날아갔어. 일을 끝내니 5시였고, 마침 편집자 말콤에게 전화가 왔어. 휴는 그에게 소설을 보냈고, 그는 소설을 흠흠 하고 봤지. 휴는 혹평이라도 들을까 조마조마 했지만, 성공수 덕분인지 꽤 괜찮은 반응을 보여줬어. 다만 나비 부분에 대해선 태클을 걸고 쪼아댔지만 휴는 어쨌든 설설 기고 편집자는 자기가 오탈자같은 걸 손본 뒤 올리겠다고 했어. 이번 주 일도 무사히 잘 끝냈지.

 그리고 타이밍 좋게 케이트가 집에 찾아왔어. 휴는 대문에 자물쇠를 3개나 걸어놨기 떄문에 차근히 풀었고, 문을 열기도 전에 케이트가 밀며 들어왔지. 바이커 복장을 하고 왔는데, 딱 봐도 눈은 퀭하고 상태가 안좋아보여. 분명 숙취때문일 거야. 케이트는 들어오자마자 쓰레기를 묶어놓고 안버린 휴를 쪼고, 휴는 간만에 청소를 해. 겸사겸사 케이트가 좋아할만한 배달 음식도 시키고.

 음식을 먹은 케이트는 뭐, 이제 영화나 보자고 했지. 특히 로맨스를 보고 싶댔어. 하지만 휴는 그런 DVD 없거든. 전에 로맨스 찾길래 샤이닝 틀었다가 진짜 뒤질 뻔 했어. 그리고 고심 끝에 판의 미로를 골랐고, 어쨌든 케이트는 맥주 2캔과 1병을 마시면서 울며 판의 미로를 봤지. 그리고 오늘 집에서 자고 간다는 케이트가 누울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침대를 좀 치우다가 자연스레 사랑도 나누고.

  그렇게 자는데 이번에도 같은 꿈을 꾼거야. 똑같은 거리, 스핑크스, 경기장, 스핑크스, 케이트의 사망. 그리고 휴는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해. 이 꿈을 꾼게 처음이 아니야. 그래서 스핑크스를 보고 왜 이런 꿈을 꾸는지 물어봐. 스핑크스는 이번에도 돌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같은 수수께끼를 냈지. 일단 휴는 인간이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스핑크스가 말했지.

 "그 대답을 말한 건 네가 처음이 아니다. 누가 처음 그 대답을 했지? "

 휴는 다시 잠에서 깨어났어. 시계를 보니 3시 45분이야. 똑같이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 휴는 옆에 누운 케이트를 바라봤어. 케이트의 하얀 피부는 달빛을 받아 특히 창백해보였지. 너무 불안한 나머지, 아닌 걸 알면서도 굳이 케이트의 코 앞에 손을 대서 살아있나까지 확인했어.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좀 쓰다듬다가, 책장 앞으로 갔지. 스핑크스가 말한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안났거든. 근데 생각해보니 그건 아버지 서고에 있던 것 같아. 지금은 인터넷 시대니까 그냥 검색했지.

 스핑크스의 질문을 처음 대답한 사람. 당연히 그건 오이디푸스야. 휴는 검색해본 김에 오이디푸스의 삶에 대해서도 살펴봐.

 그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 전부터 아버지가 죽고 엄마와 이어진 다음 나라를 멸망시키리란 신탁을 받았었지. 그래서 라이오스는 태어난 아이의 발을 못질하고, 부하를 시켜서 아이를 죽이게 해. 그리고 부하는 목동에게 줬고. 목동은 아이를 불쌍히 여겨서 몰래 키웠고, 오이디푸스(발이 부은 자)라는 이름까지 줬지. 그리고 장성한 오이디푸스는 어느 날 테베로 가다가, 마차에 탄 라이오스 왕을 만나. 라이오스 왕은 아들도 몰라보고 채찍질을 하며 비키라 했고,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였지. 뿐만 아니라 테베의 골치덩이인 스핑크스까지 퀴즈로 자살시켜.  그 다음엔 테베인들의 공언대로 어머니인 이오카스테를 왕비로 맞고 왕이 되지.

 하지만 여기서 뜻 밖의 문제가 생겨.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한거야. 왜냐면 근친 상간은 신들이 보기에 아주 중대한 죄거든. 그래서 아폴론이 역병 화살을 쏴서 테베에 천벌을 내린거지. 오이디푸스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에언자를 불러. 예언자는 이 예언은 오이디푸스에게 위해를 가할 것이므로 결코 말하지 않겠다고 하지. 그래서 그는 예언자를 추방하고 이런저런 단서를 모아서 결론을 내려.

 바로 자기가 친아버질 죽이고, 친어머니와 동침하여 자식을 낳고, 왕국을 멸망시킨다는 신탁이 이뤄졌다는 것을 말야. 이 소식을 들은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왕비는 브로치로 자결을 해. 오이디푸스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인의 브로치를 쥐고 테베를 크레온에게 맡긴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의 눈을 찔러. 그리고 스스로 테베를 떠남으로써 구하게 되지.

 휴가 보기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어. 다시 보니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게 꿈과 무슨 관계인지까진 모르겠는 거야. 그렇게 인터넷을 살펴보니, 어느새 케이트가 깨어났지.

 케이트는 바이크를 타고 휴를 솔트레이크그레이트호 주변 카페로 대려갔어. 야외 테라스는 꽤 전망이 좋았고, 휴의 다크 써클은 그보다 더 어두웠지. 케이트는 걱정이 있냐고 물어보고, 휴는 케이트가 항상 죽는 꿈을 꿔서 잠을 못 잔다고 말해. 그러면서 경기를 포기하라고 하는데, 케이트 입장에선 굉장히 고대하던 경기이고 UFC 챔피언 토너먼트 출전권이 걸려서 포기 할 수 없는 일이었어. 휴는 하다못해 꿈에서 본 격투전의 내용을 그대로 말하고, 머리는 꼭 방어하라고 했지.

 그 와중에 휴는 자신을 바라보는 기묘한 시선이 느껴져서 봤는데, 카페 주인장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어. 짧은 머리에, 사이드에는 뭔가 신비한 문양을 판 흑인이었지. 휴는 그랑 눈을 마주치자 바로 눈을 훽 돌렸어. 괜히 시비 걸리면 안되니까. 물론 그러면서도 주인장을 힐끔힐끔 봤는데,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같았어. 아무튼 케이트는 멍때리던 휴를 붙잡고 커피를 먹인 다음, 다음 경기의 표를 줬어. 23일, 수요일에 경기가 시작돼. 결국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휴는 다시 같은 악몽을 반복해

 그러다보니 23일이 다가왔지. 휴는 엄청 긴장한 채 버스에 오르고, 리그를 보면서도 숨을 죽였어. 물론 버스에서도 흥분해서 달려들지 말고 머리를 가드하라는 메시지를 많이 남겼고. 휴는 복잡한 심정으로 경기를 봤어. 꿈 속과 조금 다른 전개로 흘러간 경기는, 뜻 밖에도 케이트가 승리를 했지. 그는 정말 기뻐서 나름대로 환호도 했어. 물론 주변사람들이 하는 만큼만 했지. 눈에 띄긴 싫었거든. 삶에 베어든 자세야...

 케이트는 휴에게 이모티콘과 함께 자신만만한 문자를 보냈어. 그녀는 기쁨의 술을 마신다고 해서 휴는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어. 사실 휴가 술자리에 끼는 걸 안좋아하거든. 케이트도 그걸 안좋아하고 휴도 안좋아해. 그래서 집에 돌아온 휴는 정리를 하고, 그간 잠을 못잤으니 안도하면서 잠에 들었어. 하지만...

  늘 똑같은 곳, 케이트의 죽음, 스핑크스.

 스핑크스는 다시 휴에게 같은 질문을 했어. 휴는 오이디푸스, 그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냐고 소리쳐. 그러자 다시 스핑크스가 말했지.

 "오이디푸스가 위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

 휴는 다시 꿈에서 깼어. 이번에는 3시 15분이었지. 휴는 잠도 잊고 오이디푸스가 왜 위대한 인물인지 떠올려봤어. 분명 대학 교양 수업 때,  고전 희랍 문학 수업에서 들렸던거 같아. 오이디푸스가 위대한 이유를 말했던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 왜냐면 아버지 때문에 그 강의는 끝까지 못들었거든. 나름 재미도 있었는데. 

 그래서 인터넷을 쳐보지만 뭐, 전공 자료 검색이 쉽나. 논문을 일일이 찾아보기도 그렇고. 그냥 수수께끼는 수수께기로 남기기로 했어. 찾은 건 없고. 결국 글을 쓰려고 했지만, 손에 잡히질 않아. 너무 불안하고 안좋은 거야. 휴는 정말 뜻 밖에 바깥 바람을 쐐기로 했어. 그리고 걷고, 걷다보니 케이트와 같이 간 카페 앞에 도착하게 돼. 휴는 그 앞에서 여유롭고 느긋한 말투의 카페 주인장을 만나고, 카페 개장 준비를 하는 주인과 함께 들어갔지.

 휴는 뻘쭘하게 그가 준비하는 걸 보다가 거들어도 되냐고 묻고 거들었어. 물론 굉장히 뻘쭘했지. 아무튼 그렇게 준비를 돕고, 아메리카노와 커피를 마셔. 그런데 카페 주인장이 와서 고민이 있어보인다고 말해. 휴는 잠깐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다가, 그냥 말았어. 남한테 자기 이야길 너무 많이 하면 좀 불안하거든. 하지만 이야기에 적당히 무관심한 카페 주인장의 태도가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져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까지 술술 했어.

 악몽을 꾼다, 스핑크스가 나온다, 그 꿈 때문에 여기에 왔다. 그런 이야길 하다가 휴는 문득 카페 책장에 꽂혀 있는 '오이디푸스 왕'이란 제목의 서적을 발견해. 휴는 일어나서 그 책 앞에 갔지. 그리고 당황하며 물었어.

 "오이디푸스...주인장, 주인장은 오이디푸스가 왜 위대한지 아십니까? "

 "그건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포용했기 때문이지요."

 휴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 스핑크스가 하려는 말의 진위를 이해한 거지. 그건 케이트의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것이었어. 휴는 주인장에게 운명과 영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책을 빌려가도 되냐고 했어. 주인장은 휴가 책을 떼먹을 것 같진 않으니 좋다고 했지.

 휴는 책을 들고 집에 왔어. 그런데 이런, 벌써 목요일이잖아? 금요일까진 원고를 줘야하는데 뭐 진행된게 없어. 휴는 원고를 처리하고 책을 읽기로 했지. 물론 컴퓨터가 부팅되길 기다리면서 오이디푸스 책을 읽다가 시간을 더 잡아먹었지. 책의 앞부분 절반은 희랍어였고, 뒤는 번역본이었어. 휴는 희랍어를 몰라서 뒷 부분을 읽었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니 진짜로 시간이 얼마 안남은거야. 원고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게다가 밤을 샌 상태라서 피로도 하지. 그래도 글은 중요하니까 에너지 드링크를 퍼마시면서 작업을 개시했어. 그러다가 휴는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광경을 보게 되지.

 바로 스핑크스와 죽어있는 케이트, 그걸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자신. 휴는 그걸 보고 불현듯 생각난 것 처럼 주머니 속 표를 꺼냈어. 표의 날짜는 잉크가 번진 듯 흐릿했는데, 휴는 그걸 확인하려고 했지. 처음으로 마법을 쓴거야.

 타임 스-피어 1점의 타임 센스를 말이지.

 휴는 자각몽 이론을 떠올렸어. 자신의 꿈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는, 우리도 익히 아는 지식이야. 그에 따라서 휴는 강하게 집중하며 흐려진 날짜를 보려고 했어. 그러자 기적처럼 잉크가 모여서 6월 이라는 글씨를 나타냈지. 뒤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밖에도 새로운 차이점이 생겼어. 휴의 몸이 좀 더 가벼워졌단 거야. 주위의 안개가 짙어지고 점점 흐려지는 와중에 휴는 쓰러진 케이트 곁으로 달려가. 스핑크스는 쓰러진 케이트를 보고 있는 휴에게 다시 물었어. 휴는 자신이 주인장에게 들은 답을 말했지. 스핑크스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했어. 케이트의 운명을, 바꿀 순 없으니 받아들이라는 것이지. 운명을 바꾸려면 더욱 강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고. 하지만 당연히 휴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지. 휴는 케이트를 구하고자 했어. 그러자 쓰러진 케이트 너머에, 관중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카페 주인장을 봤어. 그는 분명히 휴와 눈이 마주쳤고, 휴는 그를 찾으려고 달렸지. 다시 몸이 느려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휴는 그에게 기다리라고 소리쳤어. 하지만 주변은 흰 공간으로 변했고, 주인장은 트루먼 쇼 처럼 그 속에서 문을 열고 나가서 사라졌지. 

 그와 동시에 휴는 정신이 들었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인 거야. 한 10분정도 존 것 같아. 휴는 당장 카페 주인장에게 찾아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미 늦었지. 우선 그는 시계의 알람을 7시로 설정했어. 그리고 소설을 끝내기로 했지. 피곤에 절어있는 상태라 난이도가 매우 높았지만, 어쨌든 크리티컬에 힘입어서 성공했어. 오전 9시에 말콤에게 원고를 보내고, 휴는 바로 주인장을 찾아가기로 했어.

 물론 그냥 가기는 좀 그러니 명분도 필요했지. 휴는 책을 반납한다는 이유를 대기로 하고, 빌린 책을 갖고 갔어. 몸은 피곤하고 정신을 놓으면 바로 쓰러질 것 같아서 운전 대신 뛰어서 갔지. 카페 앞에 도착한 휴는 심장이 터질 듯 했어.

 그렇게 도착한 카페는 close 라는 푯말이 걸려있었어.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주인장의 모습이 보였지. 휴는 문을 두드리며 주인장을 불렀어. 주인장은 문을 열며 말했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먼저 카페 안쪽으로 갔고, 휴도 그를 따라 갔어.


 오늘 세션은 여기서 끝났지.

 굉장히 몰입해서 재밌게 플레이했어. 특히 카페 주인장이 오이디푸스가 왜 위대한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지.

캐릭터 만드는 과정이 꽤 고역이었지만(나에게도, 팀에도), 그걸 감수할 가치는 충분히 있었어. 

특히 ㄷㅅㅂ 아조씨의 스토리텔링은 디테일이 엄청나서 몰입하기 쉬웠던 점도 크고. 퀄리티는 디테일에서 온다는 걸 처음으로 체험한 세션이었고.

다음 플레이도 굉장히 기대되고, 공부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

그리고 첫 메이지 플레이인 동시에 첫 WoD 플레이였는데, 다른 WoD 라인도 플레이하면 엄청 재밌을 것 같다.

정말 고생한 만큼 재미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아마 가능하면 앞으로도 계속 WoD를 할 것 같아. 다른 라인이어도.

그 외엔 주사위 운이 좋아서 실패한 적이 없었어. 심지어 최저 성공수가 3인데 다이스풀이 4이고 난이도가 8인 상황에서도 10과 8이 떠서 살았지. (아, 하우스 룰로 10은 성공수 2개로 취급해.)



마법 관련된 부분을 특히 많이 기다릴 것 같으니 따로 빼서 설명하자면...

 카페 주인장이 자신을 좀 편안하게 느끼게 만든 건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랬어. 로테 중에도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거 맞나는 모르겠다.

 마법은 꿈 속에서 1번만 사용했고, 당장은 자각몽에 의존해서 썼지. 꿈은 그 자체로도 Foci가 될 수 있다더라. 아무튼 한 번 쓴 마법이지만 살짝 버벅였고, 패러다임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다들 WoD를 하자. 메이지가 아니더라도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