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왜 OSR이 국내에서 안 흥하는가에 대한 짧은 뻘글. 안 읽을 사람은 안 읽어도 됨.
영어 및 낮은 인지도
국내에서 아직 정식 출판된 룰은 없고, SRD 번역도 몇 개 안 된 걸로 기억함. 쉽게 말해서 누군가
어디서 정보를 주워 듣고 사람을 모으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한테는 자기가 설명해 가면서 게임을
해야 함. 이럴 거면 대체제 많지 않냐? 어제 '수없이 많은 별들'이 언급됐을 때도 아마 저게 뭐냐는
갤럼들이 저게 뭔지 알아보는 갤럼보다 훨씬 더 많았을 걸? 물론 저거 자체는 좋은 룰 맞음. OSR로
SF 돌리는 룰 하면 가장 대표적인 룰이기도 하고.
기묘해 보이는 판정법
"이 게임은 어디서 따 왔습니다"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자 OSR의 가장 큰 진입장벽 중 하나.
이게 뭘 굴리느냐, 판정 방식이 어떻게 되냐 등이 문제가 되거든. 특히 전투 판정의 경우가 말이지.
방어도(Armor Class)
일단 이거부터 두 종류로 나뉘어서 하나는 높을 수록 좋은 상승형(Ascending Armor Class)이고
다른 하나는 낮을수록 좋은 하강형(Descending Armor Class)임. 대개 우리가 잘 아는 룰들은
상승형을 쓰지만 OSR에서는 기본 틀인 룰이 틀딱스러울수록 하강형을 선호함. 그래서 최근에는
여러 OSR 룰들이 방어도를 두 개 다 표기해서 좋을 대로 쓰세요라고 만들어 놓음. 물론 높을 수록
좋은 쪽이 한 2배 정도는 직관적이라 편하게 플레이하고 싶다면 그걸 많이 쓰게 됨.
5대 내성
OSR 뉴비를 빡치게 하는 다른 것들. 내성굴림이 좀 틀딱성이 강한 룰로 가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독, 마비 / 마법봉 / 변화 / 브레스 / 마법 주문 뭐 이따위 다섯 가지 종류로 나뉘고,
대개 이런 거 그대로 쓰는 룰에서는 캐릭터의 클래스 / 캐릭터의 현재 레벨에 따라 이것들의 수치가
전부 다 다르게 나옴. 말만 들어도 이게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 것임. 어젯 밤에 간단히
소개하고 잔 수없이 많은 별들의 경우도 초판에서는 우주로 가서도 5대 내성을 끝까지 못 버렸음.
개정판은 아직 안 봐서 모르겠는데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더라고.
룰보다 룰링
요새는 비슷한 방식의 스토리 게임들이 나와서 익숙해졌을지 모르겠는데, OSR의 룰은 그냥 아주
기초적인 것들만 제공됨. 그리고 마스터가 그런 룰들을 게임 내부의 상황에 따라서 맞춰보는 거임.
이러니 그런 룰링을 하면서 내가 정했다라고 하면 되기 때문에 룰 변호사 입장에선 답이 없는 룰임.
대신에 테이블에 적당한 합의가 필요하다... 뭐 위시송님은 그렇게 말하시던데 솔직하게 한국에서
OSR을 본격적으로 하러 모인 놈들이면 대부분 어느 정도 이미 합의를 거친 상태일 거라 생각함.
마스터의 역량
마스터가 룰링으로 뭔가를 결정하라는 건 때로는 마스터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음. 이 문제 덕분에
웬만한 건 다 룰로 정하고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3.5판이 나왔었는데, 저 방식이 마음에 안 들던
틀딱들이 AD&D나 D&D 클래식의 정신적 후속작인 OSR로 회귀한 거거든.... 내가 주로 적용하는
기본적인 룰링의 원칙이라면......
1. 룰링을 하기 전에 상황을 충분히 설명한다.
2. 플레이어 입장에서 납득이 가능해야 한다.
3. 유사한 상황이면 룰링에 일관성을 보인다.
뭐 이 정도?
빠요엔
아니 TRPG에 빠요엔이 어디 있어...라고 할 텐데, OSR에서 말하는 Old School 식이라는 건 대개
실패하면 블랙리프가 죽을 정도로 끔찍한 판정을 플레이어의 역량에 의존해서 어떻게 적당적당히
넘기는 게 허용된다 이거임. 예를 들어서 함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까 10피트 장대로 건드려서
확인한다거나 혹은 바닥에 물을 부어서 그게 흘러가는 패턴을 보고 함정이 있는지 확인한다거나
뭐 그러는 식임. 마스터는 그게 마음에 안 들면 그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제재하고.
예를 들어서 장대는 함정이 작동되면서 잃어버린다거나 물을 부었지만 함정은 천장에 있었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근데 이런 거 생각 못하면? 훨씬 높은 확률로 함정을 찾아내지 못한 블랙리프처럼
죽는다 이거지....
3줄 요약
OSR은 인지도도 낮고 대부분 한국어판이 아닌 영어임.
그런 주제에 판정법 등도 요새 관점에서는 기기묘묘함.
플레이어의 '실력'도 중요시해서 뉴비 입장에선 불편함.
틀딱쉑등
OSR부터가 Old School Revival이니...
돌죽의 삭제된 자잘한 요소들이 룰링과 비슷한걸까?
옛날 알피지 하던 얘들은 그걸 향수로 느끼는 거니까 그런거겠지? 솔직히 보다보면 존경스러움
그러니까 자잘한 요소들을 삭제하고는 그 부분을 돌리는 마스터가 각자 맘대로 하라는 게 룰링임.
훈글로 번역하면 정수기에 고인물넣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