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 선생이 메이지 가이드까지 쓰는 걸 보니 감탄이 나오고
마침 사람이 일하기 가장 싫어진다는 월요일 오전이므로 이전부터 써야지 하던 내용을 잠깐 정리


Sly Flouish's The Lazy Dungeon Master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D&D 쪽으로는 유명한 블로그 http://slyflourish.com/index.html 의 운영자가 작성한

게임 마스터링을 편하게 하기 위한 조언집임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게임에 큰 도움 되는 것만 준비해라'이고 책 내용은 그걸 위한
세부적인 방법론(시작 / 장소 / 관련 NPC에 대한 메모로 문제를 축약하는)을 담고 있음
밑준비에 들이는 양이 게임 내의 재미랑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게임을 망치기도 한다
(준비에 너무 시간을 들인 나머지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을 전개를 억지로 상정한 영역 내로 되돌린다거나)
물론 세부 사항에서 이런저런 긴 얘기가 들어가긴 하지만 책 내용을 다 옮길 거 아니니까 생략하고…

후반에 보면 플레이를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한 이런저런 조언들을 하고 있는데,
이것들 거의 대부분이 내가 실행해 봤을 때 매우 유용했던 제안들임
시나리오 메이킹 쪽과 상관 없는 것만 골라서 얘기해 볼게



모험 보상 미리 정해놓지 말고 걍 플레이에서 굴려라.
PC들의 위시리스트 목록을 만들게 해서 그 중에서 랜덤하게 줘도 좋다.


첫줄이야 '엉? 보상 미리 정해두기도 해?'라는 사람도 있을 법한 내용(..).
책에는 800여명에게 설문조사 한 내용도 있는데 대략 33%의 사람이 전혀 정해두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두 번째 줄은 실제 유용함. 랜덤 보상이랑 같이 섞어서 굴리게 하면 좋다.
그렇다고 뭐 1레벨에 홀리어벤저 적어 내게 해서 그거 랜덤으로 주면 안 되고, 적당히 금액 한계선 정해서 적어 내게 한 다음에.
이게 플레이에서 예상 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노려서 원하는 템 나오는 경우는 드무니까
랜덤 보상 가치 계산해서 팔고 새 템 사는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보상 받자 마자 즉각 쓸 수 있으니까 꽤 편함.
해적 털러 가는 길에 위시리스트에 있던 링 오브 프리덤 무브먼트 뽑은 플레이어는 좋아 죽으려고 하더라...


출간 자료를 활용해라.
그치만 영감 얻는 정도로만.


기존 출간 자료를 쓰면 이런저런 노력을 줄일 수 있지만 무슨 복음서 대하듯이 그대로 하려고 하지 말라는 얘기.
잘 디자인된 맵, 장소, 인카운터, 덫, 시추에이션 등은 참조해도 좋지만,

자칫하면 자작 시나리오 만들어서 돌리는 것보다 출간 자료 보고 이해하고 재현하고 어쩌고 하려는 데에 더 시간을 소모할 수도 있다고.


업무 분장 : 이니셔티브를 계산시켜라.

플레이어 중 한 명을 골라서 이니셔티브 적고 카운팅하게 하는 거.
이건 굳이 새로울 것도 없는 거라서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
종이에 써서 테이블 한 쪽에 보여주는 식으로 전원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주면 좋음.
막상 자석 쓰는 이니셔티브 보드는 은근히 귀찮아서 안 쓰게 되더라...
아이패드용으로 이니셔티브 보드가 있어서 그것도 써 봤는데 걍 큰 용지에 북북 쓰고 나중에 뜯어서 버리는 게 젤 편했음


업무 분장 : 몬스터 피해를 적게 해라.

이건 보통 마스터 일이지만 이것도 걍 플레이어에게 시키라고.
나는 언제나 직접 하는 편이고, 우리 팀원들은 전체적으로 다 숫자 계산이 빠르기 때문에 남에게 맡기고 물어보느니
걍 자기가 알아서 하는 편이라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음. 다만 이따금 암산 느린 사람(..) 만날 때면 내가 대신하면 안 되나 싶긴 하지.
DR이나 내성 같은 거 알려주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좀 껄끄러울 수도….


몬스터의 방어를 공개해라.

이 경우도 좀 껄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나도 보통은 곧장 알려 주진 않고 한 대 때려 보거나 지식 판정에 성공하면 그때 공개하는 편.
D&D에서는 파워 어택(..) 계산이랑 3속성 중 뭐가 약할까 번뇌하느라 시간 소모하는 경우 많은데 알면 한결 빨라짐.
OR에서는 명중굴림 할 때 데미지도 한 번에 굴려버릴 수 있으니 그걸 권하는 편이고….


업무 분장 : 룰 변호사에게 감투와 책임을 줘라.

꼬장꼬장한 룰 변호사에게 아예 그걸 일로 줘 버리라는 제안.
공식 업무로 룰 관련 문제 처리를 시키고, 애매한 사안일 때 판단시키라는 거.
물론 마스터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가능하면 따라주는 게 좋고.
책에 의하면 룰 변호사가 게임의 즐거움을 관리하는 역할을 알고,
룰을 정한다는 권위와 책임을 알게 될 수록 공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말인지 좀 의심이 가지만 감투 씌워줬다고 신나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왜곡해서 떼 쓰는 타입의
룰 변호사들은 이 단계 이전에 쫓아내는 게 답이겠지. 나도 시험해 본 적은 없는 팁. 왜냐면 룰 변호사 타입
사람들은 사실 감투를 씌우지 않아도 알아서 보조 마스터처럼 굴잖아(..).


업무 분장 : 산만한 사람에게 맡긴다.

사실 이 업무 분장에서는 '무엇을' 맡기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맡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플레이 도중에 폰 만지거나 딴짓하거나 하는 사람에게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일들을 나눠주어서
집중도 높이고 마스터링도 편해지면 두 배로 이득이라는 계산.
사실 이 내용이 제일 유용하다고 생각해.


너무 긴장하지 마라. 허들을 낮춰라.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에서 바라는 건 걸작 명화 같은 게 아니니까 안심해도 된다는 조언.
사람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고,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들며 현실에서 잠시 떠나있고 싶은 거라고.
이런 책까지 사서 읽는 시점에서 당신은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기준 이상으로 노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마스터링 경력 좀 된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영 안 된 플레이였는데 플레이어들은 재밌었다고 해서 허탈한 기분 느껴본 사람 적지 않을 텐데,
여럿이 모여서 노는 게임이니까 상정한 대로는 되지 않았어도 우울해할 것까지는 없겠지.
이 책 주제가 덜 준비해서 편하게 마스터링을 하자는 것이고, 덜 준비하면 그만큼 실패감도 줄어들 것이고.









3줄 요약
게으름이 인간을 영리하게 만든다
산만한 놈에게 일을 나눠주면 좋다
마스터라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허들을 낮추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