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13시대를 굴리면서 가장 괜찮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음.

OUT, 출신, 고조주사위, 표상이 그것들인데


고조주사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전투를 길게 끌고가지 않으면서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걸 나타내기 위한 좋은 부분이고,

OUT는 PC 개개인간의 주인공으로써의 특성을 만들고 이를 캠페인에 녹아들어가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함. 그리고 캠페인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

출신은 PC들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어떠한 상황에서 PC들이 활약할 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 세 가지는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좋게 생각하는 거 같아.


그리고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표상인데, 이건 사용법이 규격화 되어있지 않고 마스터의 역량에 의지하는 부분이 커서라고 생각함.

하지만 난 이 부분을 좋게 생각하는 게 있는데, 어느 정도 마스터가 미리 생각해놓은 부분만 있다면 세션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13시대의 표상은 13가지로 이루어져있지, 그리고 판타지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들을 나타낸 거기도 하고.

13시대 세계관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어떤 표상과 깊든 얕든 관계가 있음.

흔한 제국의 시민이면 황제/엘프는 엘프여왕/드워프는 드워프왕/범죄자는 그림자 대공..이런 식으로.

종족적, 소속적으로 다들 어딘가에 분류되게 되어있고 이것을 표현한 게 표상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걸 적극적으로 반영을 시켜주는 것이 표상굴림이지. 5나 6이 나오면 표상과 관련된 일이 시나리오에 나타나게 돼.

보통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표상 주사위는 세 개. 6면체를 굴려서 5나 6이 나올 확률은 1/3이지. 6면체 3개를 굴린다면?

어지간히 재수가 없지 않은 이상 한 명은 5나 6의 결과를 최소 하나씩은 갖는 거임. 안 나오면 고멘ㅎㅎ! 오늘은 너의 날이 아닌가봐!

5나 6이 나왔다면 최소한 네 캐릭터는 그 세션에서 표상과 관련된 개인적인 사건이 하나 생기는 거야.


간혹 왜 5나 6에만 사건이 일어나게 되어있냐, 1~4가 의미 없다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표상 주사위 모든 판정에 의미가 있다면

마스터가 세션을 진행하면서 너무 표상 주사위의 결과에 들어맞는 내용을 내느라 머리가 빠져버릴 거야.

5나 6으로 설정한 건 위에서도 설명했듯 최소한 한 세션에 한 번 쯤은 그 캐릭터와 관련된 일을 한 가지씩은 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굳이 표상 주사위가 3개인 것도 그 이유에서고. 아마 1부터 6까지 다 의미가 있는 판정이었다면 표상 주사위를 하나만 굴리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표상 주사위의 결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13시대가 마스터가 시나리오를 짬에 있어서 생기는 부담을 조금 줄여주는 장치라고 생각되는 것이,

보통 캠페인에는 캐릭터들은 목적이 있잖아? 가령 어느 한 술집을 찾아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면 그 과정을 메꿔줄 수 있는게 표상굴림이라고 생각해.

그림자대공에 5나 6이 나오면 술집까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소매치기 같은 녀석을 만나서 그 술집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거지.

5가 나오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원래 TRPG에서는 뭔가 사건이 생겨야 재밌어지는 거잖아.


5나 6이 좀 많이 나온 플레이어가 있다면 술집에서 만난 NPC조차 관계가 있거나, 그 npc가 가기 전에 조심하라며 6이 나온 캐릭터에게 포션 하나 줄 수도 있는 거지.

모험가급 포션은 하나에 금화 50닢이잖아, 개이득인 부분이지.


그리고 표상굴림에 5나 6이 별로 안 나왔을 때를 위해 엘돌란의 그림자 시나리오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도착한 곳에

창고 관리자들(황제) 드워프 노동자들(드워프왕) 기타 범죄자들(그림자 대공)들이 존재하며, 관련 표상관계가 있는 캐릭터는 표상굴림을 하라고 적혀있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적절한 난관을 낼만한 타이밍에 표상 주사위를 참고하면서 내면 되고,

모자라면 그 상황에 어울리는 표상 주사위를 더 굴려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면 되는 거지.


이런 걸 통해서 마스터는 시나리오를 짬에 있어서 짧은 시간동안 큰 줄기만 짜놓고 나머지는 세션을 진행하면서 표상 굴림에 맡기는 거지.

좋은 점은 시나리오에 너무 간략한 부분까지 신경 안써도 진행이 되는 거고, 안 좋은 점은 뭐가 나올지 모른단 점에서 마스터 본인도 모른다는 거임.

이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플레이어들이 겪는 사건을 만드는 게 어렵다면 세션 마지막에 표상 굴림을 하고 다음 세션에 나올 사건에 참고하라고 룰북엔 적혀있어.

다들 세션 초반에 굴리는 표상 굴림만 생각해서 그렇지 시나리오 쓸 때 표상 굴림을 보고 뭘 낼 지 생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봐.


내가 적은 것 외에도 마스터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플레이어들이 진행해서 진행이 막혔을 때 무작위 표상 굴림으로 NPC를 내서 진행할 수도 있고,

마스터가 조금만 익숙하다면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게 표상굴림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13시대 제작진들이 의도한 건 표상판정은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 마스터가 일일히 적어놓기 귀찮은 걸 간략화해주는 걸 목표로 했다고 생각해.

마스터의 역량에 전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고, 용례만 몇 개 적어놨어도(룰북에 적혀있는 시범 플레이 예는 좀 구림)

마스터의 세션 진행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룰이라고 생각함.


일단 내가 13시대를 돌려본지 몇 달 안된 뉴비라 더 다양한 예시는 못 내보겠는데 적어도

으.. 표상굴림..씹구림.. 할 정도로 구린 룰은 아니라는 변론을 하기 위해 글을 썼어.

턀갤에 13시대 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다고 생각되지만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혹시 글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반박도 얼마든지 적어줘.

그리고 아직 뉴비라 노하우가 필요하니 노하우가 있는 친구들은 적어주면 고맙고.


읽은 친구들에게 좋은 주말 되길 빌게 즐턀!


p.s

아래쪽에 마법 물품 관련 글이 있어서 추가해 봄.

룰북에는 줄만한 마법 물품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5나 6이 나왔을 때 그 표상 관련 인물들이 그 캠페인에 맞는 서사를 통해서 지급하면 된다고 젹혀있어.

또한 캠페인의 전리품, 보상으로 마법물품을 주게 될 경우엔 표상관계로 나온 인물들이 그에 대한 정보나 비밀을 알려주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써가는 마스터라면 왜 필요한가 싶겠지만 결국 이야기 전개를 쉽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