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아미즈 캠페인 스타터 킷은 언노운 아미즈 캠페인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시나리오 북입니다. 지금까지  가 발매되었으며 앞으로 총 여덟개가 발매될 예정인 CSK가 무엇인지, 어떻게 캠페인 준비를 돕는지 이해하기 위해 1.CSK로 생략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2.CSK들의 공통점-기본적인 구조-을 읽은뒤 3.CSK들의 편집상 차이점을 찾아보면서 그것이 어떻게 4.CSK마다의 특징이 되는지 주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톡넷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시나리오집이 독자들에게 어떤 종류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CSK로 생략되는 과정

언노운 아미즈 제3판은 여러가지 면에서 특기할만한 RPG입니다. 언노운 아미즈 시리즈는 현대 오컬트라는 보기 드문 소재를(인노미네, 네필림 등등 찾아보면 많습니다) 다루고, 앞서 말한 작품들과는 달리 지금껏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오컬트Occult Underground에 관한 독창적인 설정을 내세우며, 호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CoC,WoD와는 달리 인간 주연의 실존적 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습니다. 보기 드문 소재로, 독창적인 설정에다가, 새로운 장르를 플레이 하려니  새로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은 룰이죠. 한마디로 어렵습니다. 익숙한 룰을 마스터링 하는 것도 힘든데, 어려운 룰을 마스터링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제3판은 전작들 보다 플레이 하기 쉽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는 Less is More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큼 성공적이였고요. 휘황찬란한 설정들과 NPC, 그야말로 포스트 모던 시대의 신화라 할법한 메타플롯은 아쉽지만 모조리 지웠습니다. 10년도 넘게 인기를 끌어온 세계를 일말의 미련도 없이 "9.11 테러, 2003년 3월 3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다 망했다"는 과감하고 깔끔한 설명으로 부수고 플레이어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빈 공간을 그대로 냅둔 제작자들의 용단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죠. Less is More 정신은 설정에만 그치지 않고 룰 자체로도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호러 장르 RPG의 흔한 구성인 스텟+스킬과 스트레스 수치를 하나로 묶어버린 겁니다. 더 구구절절 설명할 것도 없을만큼 기념비적으로 깔끔한 시스템은 손볼 데 없는 완벽입니다. 

그리고 룰 외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추가되었습니다.1,2판과 3판의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는 목표(Objective) 시스템이죠. 목표는 킥스타터 소개영상, 책 겉표지와 뒷표지, 맨 앞장, 첫페이지 도입부에서 거듭해서 강조하는 3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언노운 아미즈3에서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PC를 플레이 하게 됩니다. 캠페인은 그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를 다루는 이야기이며, 모든 판정은 그 목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추적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3판은 이런 목표를 마스터가 아닌 플레이어들이 직접 정하게 하고,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문하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RPG들처럼 마스터가 시나리오를 준비해오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들과 마스터가 함께 세계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만든뒤 플레이하는 준비과정을 캠페인의 일부로 포함시키고 있죠.

캠페인의 준비과정은 크게 4단계로, 총 20가지 항목으로 이뤄집니다. 캠페인 스타터 킷은 이러한 준비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PC와 NPC, 목표, 작중 무대가 될 배경, 스토리 훅hook, 첫 세션, 이후의 플롯들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2.CSK들의 공통점

CSK들은 모두 같은 문단으로 시작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을 직역하여 싣도록 하겠습니다.

"언노운 아미즈 캠페인 스타터 킷은 당신이 언노운 아미즈 캠페인을 빨리 시작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각각의 키트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부서지고, 망가졌고, 갈 준비가 된 캐릭터 다섯 명.
  • 카발이 추구할 하나의 목표
  •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첫 세션
  • GM을 위한 소재들, 추가 목표 아이디어, GMC들, 상황에 따른 GMC들을 다루는 조언

캠페인 스타터 킷은 당신이 상상력을 불어넣어 플레이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키트는 최초의 계획을 짜고 함께 캐릭터를 만들며 배경설정을 짜는 언노운 아미즈의 기존 시스템을 대신합니다. 플레이어는 하고싶은 인물을 고르고 다른 캐릭터들과 1~2가지 관계를 정한 뒤 캐릭터를 완전히 내 것으로 익히기만 하면 됩니다."

굳이 반복해서 설명할 것 없이, 캠페인 스타터 킷은 이미 완성된 인물,갈등,배경을 제공합니다. 이걸 바탕으로 소설을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하죠.


3.CSK들의 편집상 차이점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비판적으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CSK는 총 세 편입니다. 그런데 세 편의 CSK는 캠페인의 인물,갈등,배경을 저마다 다른 순서로 제시하고, 다른 CSK에서는 생략되거나 축소된 부분을 한정된 지면중 많은 분량을 할애해가며 다루고 있기도 했습니다. 


가령 잃어버린 마트의 추적자들은 캠페인의 무대인 할인매장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며, 이어서 할인매장의 여러 부서와 직원들에 대해 소개하고, 단골 진상손님들의 예시를 보여줍니다. PC들에 대해선 이 매장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이라고만 언급하고, 할인매장 바깥은 "마을"로 묶어서 짤막하게 묘사하죠. 이후에는 많은 지면을 들여서 캠페인의 핵심 소재가 되는 이상한 재고들에 대해 설명하고 예시를 들어줍니다.


한편 젊은 실용주의자들은 PC들이 속해 있는 대형 카발의 사상과 내력, 수장의 인적 사항과 그를 둘러싼 권력관계, 카발의 행동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 곧바로 이어서 그 카발의 사상을 왜곡하고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반동인물-캠페인의 목표-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왜 PC들이 이자를 막아야 하는지는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다고 언급하죠. 이 사연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의 PC가 반동인물 NPC를 어떻게 여기고, NPC를 타도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귀띔해줍니다.


그리고 헤로인 하이웨이는 위의 두 CSK와는 달리 배경이나 카발을 설명하기에 앞서 PC들부터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캠페인의 소재인 진통제 오남용 이슈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는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의 CSK에서는 캠페인 내의 고유한 배경설정을 설명했지만, 헤로인 하이웨이에서는 이 캠페인을 플레이 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서부의 쇠락이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90년대에 제약회사들의 로비로 진통제를 마구 처방하도록 방치한 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사회가 그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했는지, 그리하여 현재 이 문제는 어떤 국면을 맞이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4.결론:각 CSK의 특징

여태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경지식 없이 읽기엔 많이 낯선 주제인데 여지껏 제가 여러분께 잘 설명해드렸나 걱정이 되네요. 

제가 이 글을 착안하게 된 것은 앞서 말한 헤로인 하이웨이의 배경지식 파트 때문이었습니다. 헤로인 하이웨이는 앞의 두 CSK와 달리 다분히 정치적인 현실의 문제로 갈등하는 이야기입니다. 오컬트 RPG이니만큼 실제 플레이는 신비한 문양이 얽힌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PC들은 진통제 중독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히 여기던 자신의 일부를 잃었고 자신들의 쇠락해가는 마을을 이 비극으로부터 잠시나마 지켜내고자 마지막 몸부림에 나섭니다. 그래서 일까요? CSK의 저자는 뚜렷한 결말이나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캠페인 소개 문구에 나와 있는 것처럼, 문제의 원인은 오컬트가 아니라 세계 경제니까요. 플레이어들은 기껏해야 배후에서 지시를 받는 인물을 저지할 뿐이며, 지시를 내리는 배후의 정체를 알아낼 수도 있지만 그자를 막는다 해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들의 망가진 인생은 돌아오지 않고, 설령 그자가 사라져도 마을은 계속해서 병들어 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러스트 벨트에선 다시는 예전의 삶을  찾을 수 없을테니까요. 실질적인Practical 문제를 비술적으로Occult 해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언노운 아미즈3의 DMG라 할 수 있는 Book 2:RUN에서는 캠페인의 목표를 x축-목적과 수단-과 y축-실질적인 것과 비술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실질적/비술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실질적/비술적인 수단 중 어떤 것을 추구할 것이냐는 것이죠.

잃어버린 마트의 추적자들에서는, PC들은 비술적인 목적-마트의 이상한 재고들을 탐구한다-를 이루기 위해, PC들이 오컬트가 존재한다고 믿게 된 계기인 "신비한 일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합니다. 비술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술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죠.

젊은 실용주의자들에서 PC들은 마법으로 남을 해치는 사람을 막기 위해 뭉쳐서 그와 싸웁니다. 비술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실질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헤로인 하이웨이는 실질적 목적을 비술적 수단으로 이뤄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러한 차이점이 세 작품이 각기 다른 요소에 집중을 하게 된 원인인 것 같네요.